나의 텃밭생활

2006. 5. 1. 00:39마음, 그리고 생각






 

내가 카페에 올린  텃밭생활의 이모저모를 묘사한 글을 되돌아 읽어보니 다소 과장도 되고 때로는 낭만적인 가미를 한 경우가 꽤 많았음을 부인할 수 없다.

어떤 이는 글과 같이 올린 사진을 보고는 가보고 싶다고 하기도 하고, 나의 친구와 친지 중의 몇은 텃밭 일에 같이 동행해 줄 것을 강력히 요청을 하여 난감하게 되는 경우도 많았다.

분명한 것은 ‘아니올시다!’이다.

나 같은 어찌 보면 별종에게나 낭만이니, 한적한 시골이니 하며 미사여구를 찾아 한껏 치장해 말하며 텃밭생활을 즐길 수 있는 것이지 도시의 고급아파트에서 손에 흙 알갱이 하나 묻히지 않고 뜨듯한 물, 안온한 냉난방, 편안한 화장실과 욕조, 성처럼 튼튼한 보안 등에 길들여져 있는 대부분의 도시인에게는 텃밭생활이 호기심일 뿐이지 아마도 지옥이나 다름이 없을 것이다.

내 마누라나 같이 텃밭을 산 친구의 마누라도 컨박스에서 잠을 자지 못하였고, 호기 있게 같이 하루를 보내겠다던 친구도 그 정수장치 잘된 샤워 실에서 말벌에 혼비백산하여 목욕을 마다하고 쫓겨나서 겨우 손만 씻고 하룻밤을 지낸 후 지금도 같이 가서 일 좀 하자면 고개를 절래 절래 흔든다.

요즈음 시골의 주택도 도시의 아파트 못지않게 고급으로 지어 웃기는 이야기로 시골사람들도 문화생활을 즐기고 있다.

그러나 나의 텃밭과 컨박스는 그런 문화생활을 할 수 있는 공간과는 거리가 멀다.

도시의 사람들은 시골의 풍광과 낭만을 떠올리며 전원생활을 그리워하거나 흥미를 갖는 것이지, 나의 텃밭생활의 실체를 직접 따라하거나 구경한다면 한심한 나의 꼴에 어쩌다가 저 모양이 되었는가하며 동정의 눈초리에 혀를 끌끌 차게 될 것이 분명하다.

대개의 도시인은 나 같은 터샅생활을 구경하거나 체험할 것이 아니라 잘 가꾸어진 펜션에서 개운한 며칠을 보냄이 후회 없는 선택이 될 것이라고 생각된다.

공연히 나 같은 사람의 텃밭생활을 호기심을 갖고 한번쯤 구경해 볼까하여 그 결과 서로 민망한 사태가 발생되지 않도록 함이 좋다고 본다.

절실한 필요에 의하여 나 같은 텃밭생활을 하여야하거나 정말로 나의 생활을 전적으로 이해할 수 있을 경우에나 하루라도 같이 지낼 수 있다고 본다.

부유하고 깔끔한 도시인이 이해하거나 실행할 수 없는 몇 가지를 나열해본다.

*식사 후 쌀 한 톨, 국물 한 방울도 남김이 없어야한다.

*누구나 예외 없이 배설을 한 만큼 발효된 인분주를 퍼서 밭에 뿌려야 한다.

*비누 이외의 샴푸 등 세제는 사용할 수 없다.

*비닐, 병, 깡통 등의 쓰레기는 되 갖고 가야한다.

*잠은 춥게 잔다. (최근에 휴대용가스보일러를 장만하여 꽤 뜨듯함)

*누구나 밭일을 밥 먹은 이상으로 하여야 한다.

*찌개는 국이 되고, 국은 다시 찌개가 되고, 고기는 거의 없고, 김치와 푸성귀 위주의 한심한 밥상(실은 신문지 받침)으로 식사를 해결한다.


***저의 텃밭생활을 엿볼 수 있는 사진 몇 장을 공개합니다. 실은 깨끗하게 보이기 위해 정리정돈을 하는 연출을 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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