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의 지혜

2008. 10. 2. 23:28마음, 그리고 생각

 텃밭 인근에 칠순을 넘긴 노인이 세 분이 인접하여 별장을 짓고 살고 있다.

그 중 두 분은 농사를 아주 잘 짓고 있다.

한 분은 고추나 배추를 자식들에게 남을 정도로 매년 배급하고 있으며,

다른 한 분은 사과나무를 60 여 주 심어 가꾸고 있다.


 사과를 가꾸는 노인은 사과에 대한 공부를 열심히 하여 아는 것이 꽤 많다.

올부터는 사과가 한 그루에 열 개가 넘게 달려 노인의 얼굴이 아주 밝다.

그 노인과 이따금 만나 이것저것 이야기를 하며 배우는 것도 많다.

그 분은 자기 친구들 중 제일 부자라고 큰 소리를 친다.

실제로 재산이 많아 부자인 것이 아니라, 그 분은 매년 사과로 인한 소득이 늘어가니 노년에 친구들 만나도 설렁탕과 소주 값은 구두끈 만지지 않고 누구보다도 빨리 낼 처지가 되었기 때문이라고 자랑한다.


 오래 살아보았자 팔십 중반이면 족할진대 앞으로 십수 년 동안 죽는 날까지 늘어가는 사과소출로 용돈을 충분히 얻을 수 있어, 거짓말이나 다름없는 부동산자랑, 자식자랑 할 것 없이 매년 스스로 소득을 얻고, 얻은 대로 쓸 수 있는 여유가 생겼다는 노인의 이야기는 충분히 중늙은이인 나에게도 부러움의 대상이 되는 것이다.

사과나무 60 여 주로 부자가 되는 방법을 터득한 그 노인은 가진 재산을 따져볼 것도 없이 이미 부자가 되어있는 것이고, 마음이 부자인 상태로 되었으니 속인에서 도인의 경지에 오른 것이나 다름없을 것이리라.


 작은 것을 가지고도 만족할 줄 알며, 노년임에도 스스로 얻은 것을 친구들에게 아낌없이 베풀 줄 아는 마음은 누구나 가질 수 있는 것이 아닐 것이다.

부자일수록 인색하고 남을 배려하지 못하는 마음은 늙을수록 더해가는 것이 일반적인 현상일 텐데, 그 노인은 이미 마음이 부자인 상태가 되었기에 사과 60 여 주 만으로도 느긋하고 만족스런 노후생활을 영위하고 있는 것이다.

 내년부터는 더욱 더 많은 사과가 달려 그 노인이 더욱 더 큰 부자가 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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