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7. 4. 19:51ㆍ마음, 그리고 생각
살기 위하여 돈을 버는 것인지, 아니면 돈을 벌기 위해 사는 것인지 헷갈릴 때가 있다.
살기 위해 먹는 건지 먹기 위해 사는 건지와 비슷한 이야기일까?
아마도 살기 위하여 돈을 버는 건 사람으로 세상에 태어난 이상 필연적으로 지내야하는 운명적인 것일 게다.
이 경우 돈을 버는 과정이 즐거운 경우보다는 고달픈 생활을 탓하며 돈을 벌기 위해 힘들게 인생을 살아간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아마도 더 많을 것이다.
돈 많이 벌은 남을 바라볼 때는 쉽게 그리고 재수가 좋아서라고 생각하고, 내가 큰 돈을 벌지 못하는 것은 내가 처한 환경이 나쁘고 운이 따르지 않아서라고 치부하는 것이 보통사람들의 일반적인 사고가 아닐까?
분명할진데 어느 누구도 돈을 줍다시피 쉽게 번 사람은 없을 것이다.
돈을 벌기 위하여 사는 사람들은 어떠할까?
돈을 벌기 위하여 사는 사람들이 의외로 아주 많다.
그저 돈 벌기만하고 돈을 왜 버는지도 모르고 쓸 줄도 모르는 사람이 참 많다.
오로지 돈 버는 즐거움에 인생을 사는 사람들은 돈의 노예가 되어 인생을 산다.
인생은 혼자 사는 것이 아니고 남과 더불어 사는 것인데, 남을 좀 위하거나 최소한 남이 쓰는 만큼 대응하여 돈을 적절하게 쓸 줄을 모르고 오로지 자기만을 위하여 이기적으로 돈을 쓰는 사람을 볼 때에는 나보다 돈이 몇 백배 많은 인간도 연민의 정으로 바라보게 된다.
그런데 그러한 불쌍한 사람들은 스스로 자신이 불쌍하다는 것을 전혀 모른다.
오로지 돈이 모이고 자기돈 안 쓰는 데에 만족하며, 어렵게 돈 벌어 쌓인 돈을 바라보면서 행복을 느끼는 것이다.
특정한 목표를 세우고, 그래서 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돈을 벌고, 나중에 그 돈으로 보람 있는 일을 하려고 돈을 버는 사람은 당연히 훌륭한 사람이고 존경받아 마땅한 사람이다.
그러나 그저 늘어나는 재산에, 아니면 남을 위해 돈 쓰지 않는 것에 삶의 가치가 오로지 있는 것으로 알고 도대체 좋은 일에, 돈 써야 할 일에 돈 한 푼도 쓸 줄을 모르는 사람은 불쌍하고 한심한 사람이 아닐까?
후자에 해당되는 사람은 한마디로 거지만도 못한 부자에 해당된다고 할 것이다.
돈이란 써야 돈으로서의 가치를 최대한 발휘하는 재미난 재화이다.
쓰지 않으면 아무리 많은 돈을 쌓아놓고 있어도 종이 짝을 부둥켜안고 허무하게 인생을 사는 것에 불과하다.
돈을 잔뜩 거머쥐고 죽는 것을 영광으로 아는 사람들이 우리 주변에 너무도 많다.
물론 돈을 많이 가지고 죽으면 자식들이 호강하게 되니 죽은 사람이 만족하고, 자식들이 물려받으니 이기적 관점에서 보면 재화의 유지와 계승이 되니 만족스런 일이긴 할 것이다.
그러나 그러한 돈을 고린내 나게 벌고 직접 제대로 쓰지를 못한, 그리고 좋은데 쓸 줄도 몰랐던 사람은 아마도 존재가치가 없는 인간에 해당이 될 것이고 거지보다도 불쌍한 인생을 산 돈맛 모르는 사람이 아닐까한다.
백수가 된 이후로 오년 지나니 지갑은 얇아졌고, 가지고 있는 예금은 바닥이 드러나 간다.
아내가 백수의 처지를 이해하고 살림하기 어려운 형편임에도, 궁한 걸 모르며 큰 소리 치면서 살아온 한심한 남편을 위하여 어느 정도의 품위유지비를 주기 때문에 그런대로 살아가고 있다.
하지만 예전처럼 씀씀이를 유지하지를 못하고 현재의 재정형편에 맞추어 지출을 줄여나가며 조심스레 지내고 있다.
그래도 주변에, 친구들에게, 친척들에게 궁한 티는 되도록 내지 않도록 노력을 한다.
궁티를 내 보았자 어느 누가 도와줄 사람도 없다.
가진 재산이 별 볼일 없이 한심하게 적어도 거지처럼 살 것 같지는 않다.
언제나 낙천적으로 생각하며 살아온 관계인지, 아니면 적으면 적은 대로, 많으면 많은 대로 즐겁게 지내는 방법을 터득하여서인지 육십 너머의 일을 도무지 걱정하지 않는 바다.
뭐 걱정한다고 없는 재산이 저절로 생길까?
시골에 몇 푼 안돼는 돌밭만 보면 돌밭주인이 무척이나 부자일 것이라는 스스로의 착각 속에 살아가는 건 돌밭주인이 모자라는 사람이라 그런 것일까?
마음이 부자이면 부자임에 틀림없을 진데, 가진 건 별로 없어도 모자라는 돌밭주인도 부자임에는 틀림없을 것이다.
분명한 건 거지만도 못한 부자보다는 엄청 큰 부자로 보아도 틀린 건 아닐 것이다.
세상은 법대로 돌아가질 않는다.
선한 놈이 잘되고 악한 놈이 망하는 것이 아니다.
돈 쓸 줄 아는 놈에게 돈 많이 들어가는 것도 아니며, 돈 쓸 줄 모르는 놈에게는 있으나마나한 돈이라고 들러붙지 않는 게 아니다.
오히려 그 반대의 현상이 세상을 덮고 있다.
법칙대로, 선한 대로, 논리에 따라서 세상이 만들어지지 않는 것은 옛날이나 지금이나 앞으로나 다를 바 없을 것이다.
그래도 돈 쓸 줄 아는 사람에게 돈이 붙기를 바라는 마음을 가져본다.
그리고 내가 죽을 때까지 변함없이 돈 쓸 줄 아는, 돈맛을 아는 사람에 해당되기를 바라면서 인생을 살고 싶다.
돌밭에서 땀 빼면서도 돈도 못 벌고 땡볕에 더위 먹고 지내다보니 한심스럽게 욕심만 지나치게 늘었나보다.
아니면 나 홀로 지리산 반야봉에 올라 허튼 도를 닦아서 오히려 눈이 흐려졌는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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