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자가 되고 싶은 의사

2008. 6. 3. 19:25마음, 그리고 생각

 의사는 아직까지도 고급직업군에 속한다.

고급직업군이란 여러 가지 직업 중에서 좋은 직업으로 평가되는 직업을 말한다.

요즘의 가치판단기준으로는 돈을 많이 벌고, 남에게 아쉬운 소리 하지 않고 지내며, 남으로부터 존경을 받는 축에 속하고, 하는 일에 보람을 느끼는 것일 게다.

 그러한 면에서 요즈음 그 인기도가 많이 하락하였지만 그래도 의사는 아무나 하는 하찮은 직업이 아닌 고급직업임에는 틀림없다.

 요즈음 아주 많은 의사들이 히포크라테스의 선서를 망각하고 의사“질”을 하고 지낸다. 의사는 의술을 펴야 의사인데 상술에 젖어서 하루의 일과를 벌은 돈 세는 일에 투입을 하면서 의사들 중에서 돈 잘 버는 인기분야에 들어있음을 자랑스레 여기며 지내는 “놈”들이 많이 늘어간다는 이야기이다.

 

 아내가 요즈음 괴로운 질환에 시달리고 있다.

눈 밑 광대뼈 부위가 이따금 붉게 되고, 열이 얼굴로 솟구쳐 오르는 느낌을 받는 것이다.

 동네 피부과에 여러 번 갔지만 피부과 의사는 건성으로 진료를 한다.

그리고는 이름 모를 연고를 처방해준다.

차도가 없어 아내가 자세히 증세를 말하여도 듣는 둥 마는 둥이며, 햇볕과 자극을 피하라고만 한다는 것이다.

그 피부과의원은 레이저시술실이 둘이다.

점 빼고, 기미 지우는 피부미용에 주력을 한다는 이야기이다.

결혼을 앞둔 점 많은 여자들이 몰려들기를 바라며 진료를 하는 “놈”이다.

그러니 잘 알지도 못하는 알레르기성 질환에 시달리는 환자가 반갑지 않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증세가 가벼운 것으로 보아 그리 크게 신경을 쓰지 않았던 내가 잘못이다.

동네병원 한두 번 가서 고치지 못하면 바로 종합병원으로 갔어야 하는 데 여태껏 바라만 본 것이 후회된다.

 오늘 모 대학병원에 가서 선택진료(특진)를 받았다.

아내가 진료실에 들어간 지 십오 분이나 경과되고 나서야 진료를 마쳤다.

피부과 교수가 아내의 말을 열심히 귀 기울여 들어주고, 여자로서 속상하는 피부에 관한 병의 증세를 같이 걱정해주면서 진료를 하였다는 것이다.

피부반응검사와 지금까지 쓰던 화장품에 대한 검사를 마치고 나야 확실한 병명이 나오고 그에 따라 처방을 한다고 하지만, 아내는 이미 병이 다 나은 것이나 다름없다.

그 대학병원의 교수의 의술이 용한 것이 아니라 환자의 마음을 어루만지고 걱정을 해 주면서 세밀한 관찰과 분석을 한 뒤에 처방을 한다는 것, 환자를 위하는 마음이 갖추어진 의사의 진료 자체로 아내는 병이 치료되고 있음을 느끼는 것이다.


 요즘은 성형외과와 피부과 전문의들의 전성시대이다.

의료보험이란 금액제한을 벗어나서 “짱”의 작품을 만들고 돈을 긁기 때문이다.

눈 찢고, 코 높이고, 얼굴의 점과 주근깨 빼고, 온 몸의 점 빼고 하는 견적이 많이 나오는 작품을 만드는 분야가 인기인 것이다.

의료행위 중 중심을 잡아주어야 할 집도의가 부족하여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현실을 바라볼 때 한심함을 느낀다.

칼 잡고 피 묻히며 고생하면서 돈도 많이 벌지 못하는 분야는 그 중요성의 여부를 따질 것도 없이 외면당하고 있다는 이야기이다.

 한 때 한의사가 떼돈을 벌며 그야말로 더러운 환자의 피 한 방울도 만지지 않는 고급의사라고 하여 별 볼일 없던 대학의 한의학과까지 전국의 우수학생이 몰려들었었다.

벌써 한의원은 시들었다.

공급과잉의 서러움을 돈을 추구하는 의사“놈”들이 스스로 느낄 때는 이미 인기직업군으로서의 가치를 상실해가는 것이다.


 따져보건대 의사나 한의사가 고급 저급의 직업군에 해당되니 어쩌니 하는 것 자체가 잘못된 일이다.

사람의 생명을 다루는 일이 어찌 돈을 많이 벌고 적게 벌고의 차이, 환자의 더러운 피를 만지고 안 만지고의 차이로 그 가치와 인기를 평가할 수가 있을까?

생명을 만지는 성스런 의술을 펴야하는 의사들이 세상의 가치기준에 오염되고 또한 스스로 지저분해져서 “선생님”이라는 말 대신 “놈”이란 말을 듣는다면 의사란 직업은 정말로 지저분한 업종으로 분류되고야 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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