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하수를 바라보며

2008. 8. 5. 00:51마음, 그리고 생각

 맑은 날 밤에 텃밭에 있을 때면  언제나 농막에서 나와 마당을 거닐어 본다.


 늦은 밤 서늘한 밤공기가 겉옷을 걸치게 만든다.


 여름밤의 별들은 깜박거리는 초겨울의 별빛과 달리 촉촉한 느낌의 정감을 풍기며 눈으로 다가온다.


 비가 그치고 밤하늘이 맑아지니 차 한 잔을 한 후에 별빛을 즐기러 돌탑외등을 끄고 의자에 앉았다.

자정 무렵은 남쪽 산 넘어서 훤하게 비추던 제천시내의 불빛이 줄어드는지라 밤하늘의 별들과 이야기하기에 알맞은 때이다.

마당에서 농막 위 북녘을 바라보며 별들을 헤아려 보는 것도 보기에 좋고 운치도 있다.

요즈음은 농막 왼쪽인 서북향으로 북두칠성이 국자모양을 하고 있어 국자에 국을 가득 담아도 쏟아지지 않을 듯하다.

정북 방향에 있는 북극성을 가늠하여 찾은 다음에는 농막 오른쪽인 동북향에서 확연하게 빛을 발하고 있는  카시오페아를 바라본다.

 그리고는 카시오페아 자리로부터 남서방향으로 밤하늘을 가로질러 웅장하고 부옇게 깔려있는 은하수 속으로 두 눈을 깊숙히 넣어본다.


 도시의 밤은 거리의 불빛이 휘황찬란하게 빛나고 공해로 찌든 대기가 도시의 하늘을 짓누르며 덮고 있으니 은하수는커녕 밤하늘에 무수하게 깔려있는 별들조차도 보기가 어렵다.

그러나 산골짜기의 어둠과 청정은 맑은 기운을 가득 뿜어내는 천상의 요정들이 캄캄한 밤하늘에서 형형색색의 빛들을 쏟아내도록 하여 밤하늘을 즐기는 이의 눈과 가슴을 시원하게 씻어준다.


 도시의 단맛을 팽개쳐버린 사람들이라고 하여 쓸쓸하게만 지내지는 않을 것이다.

북적대는 거리에 묻혀 사는 꿀맛을 버리고 산골짜기에서 홀로 지내는 이라 하여도 언제나 외로운 것은 아닐 것이다.

밤하늘에 초롱초롱 빛나는 별들이 이야기를 걸어오고, 드넓은 밤하늘에 길게 펼쳐진 은하수가 보는 이의 마음을 설레게 하는 한 적막한 산골 텃밭 가운데 혼자 앉아있다하여도 외롭지는 않을 것이다.

 넘쳐흐르는 자연의 정감과 자연의 따스함을 즐기는 마음을 간직할 수 있는 조그만 여유라도 있다면 아무리 삭막한 세상에서 살아가는 이라도 삶의 즐거움을 흠뻑 누릴 수 있으리라.


 별똥별이 휘익 떨어진다.

욕심내어 기도하려고 하여도 눈으로만 그저 휘익 줄을 그으며 순식간에 떨어지는 걸 바라보기만 한다.

몇 번이나 별똥별을 기다리고 염원을 빌어보려 하여도 매번 마찬가지이다.

아니, 기도나 염원을 정하지도 못하고 밤하늘을 올려다보기만 한다.

이렇게 적막한 텃밭에서 마음 비우며 별, 은하수, 별똥별을 행복한 마음을 가지고 바라보는 데 무얼 또 바랄까?

오래도록 밤하늘의 풍성함을 가득히 가슴에 담고 농막으로 찾아든다.

 별 하나 나 하나, 별 둘 나 둘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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