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12. 22. 21:43ㆍ마음, 그리고 생각
친구는 중학교 다닐 때까지도 소문난 수재로 주위의 칭찬이 자자했다.
고등학교 들어가서는 사춘기를 슬기롭게 지내지를 못하여 약간 삐거덕거렸으나 그래도 흠잡을 데 없는 학생이었다.
대학을 다니면서부터 술의 맛을 알았다.
결혼이후 계속된 부부간의 갈등과 술을 많이 마셔대는 직장생활이 술의 깊은 구렁텅이에 빠지게 하였다.
그리고 술은 똑똑했던 친구를, 친구의 인생을 사그리 망가지게 하였다.
이래저래 하여 이혼을 당하고, 술 취하여 낙상하는 사고를 당해 불구가 되고, 술을 벗어나지 못하는 한심한 인생살이 끝에 급기야 알코올중독치료병원에 강제입원 되었다.
강제로 입원되어 초췌한 몰골을 하고 있는 친구를 며칠 전에 찾아보았다.
나를 본 친구의 눈이 잠시 반짝였을 뿐 떨리는 손끝, 흐리멍덩한 눈, 앞뒤가 틀리고 논리적이지 못한 말과 사고의 표현은 예전의 친구가 아니었다.
처자식과 형제자매로부터 완전히 버림을 받고 도심의 콘크리트병원에서 바깥공기 한숨도 마시지 못하며 꺼져가는 몰골의 알코올중독환자는 이미 예전의 친구가 아니었다.
생활보호대상자로 되어 병원입원비가 별도로 들지 않고 있어 그나마 다행스러웠다.
친구는 돈이나 인정으로 인생을 꾸려가거나 정을 느끼며 인간답게 살 능력을 이미 상실한, 인생을 포기한 상태였다.
퀭한 친구의 눈을 바라보는 마음이 찡하다.
햇빛을 오래 동안 보지 못한 친구의 창백한 얼굴이 눈시울을 젖게 한다.
절룩거리는 친구의 걸음이 한숨을 나오게 한다.
초점을 맞추지 못하며 멀어가는 친구의 눈이 가슴을 메이게 한다.
사그라져가는 친구를 다시 본들 무어가 좋아지겠나?
관심을 표한들, 몇 푼의 돈을 쥐어줘 본들 친구의 생활이 달라져갈 수 없다.
예전처럼 친구와 같이 잘 수가 있을까?
예전처럼 친구와 밥을 같이 먹을 수 있을까?
예전처럼 친구와 술 한 잔 마시며 웃을 수 있을까?
뒤도 돌아보지 않고 면회실을 벗어나는 친구의 얼굴엔 틀림없이 눈물이 주룩 흘렀을 것이다.
감옥과 같은 병원을 뒤로하며 쌀쌀한 거리를 걷는 발걸음이 휘청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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