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4. 23. 22:03ㆍ돌밭의 뜰
십여 년 이전에는 텃밭 연못 동쪽에 마가렛꽃밭이 있었다.
두 평이 좀 넘는 공간을 마가렛이 뒤덮고 녹음 속에서 눈부신 흰색 꽃을 집단으로 만발하면 참으로 멋진 광경을 연출하였었다.
그 때에는 텃밭을 잘 찾지 않는 아내가 모처럼 텃밭에 와서는 마가렛이 활짝 핀 연못가의 풍경을 보고 탄성을 질러댔고, 밝은 달이 텃밭 위에 뜬 밤중에 연못가를 구경하고는 또 한 번 탄성을 올렸었다.
본명(천주교)이 마가렛이라 그런지 아내는 오래 전부터 마가렛 꽃을 아주 좋아한다.
연못의 마가렛 꽃도 텃밭을 돌보지 않았던 지난 7년 동안에 잡초에 묻혀 흔적도 없이 사라졌었다.
올 봄에 연못을 다시금 돌보며 잡초를 걷어내면서 연못 북쪽 구석에 바위취와 함께 살아온 마가렛 한 포기를 찾아냈다.
연못의 잡초와 억센 산딸기를 뽑아내면서 끈질기게 살아온 마가렛 한 포기를 어떻게 대접할까 고민을 했다.
거친 환경 속에서 어렵게 살아온 텃밭 연못가의 오리지널 마가렛이니 텃밭주인의 귀한 대접을 받을 만 한 것이니 아무 대나 던져버리듯 심을 수는 없었다.
예전에 번성했던 곳을 다듬어 조심스럽게 옮겨 심었다.
한 포기 심고 보니 저 녀석이 언제 연못의 동쪽 부분을 뒤덮을 수 있을까를 생각하니 두세 해를 넘겨도 별무신통할 것 같았다.
마침 친구 텃밭의 소나무 아래쪽에 마가렛이 있기에 열 포기 넘게 캐어다 넓게 만든 마가렛꽃밭에 심었다.
이 녀석들이 예전의 추억을 떠올리게 하는 매개체가 되어 텃밭주인을 즐겁게 만들어주기를 바래본다.
넓은 연못둘레를 차지하게 될 꽃들은 이미 몇 가지 정하여져있다.
아직도 세력이 강하게 남아있는 뒷산에서 캐어다 심었던 붓꽃, 지금도 연못 북쪽의 돌 틈 사이를 메꾸고 있는 바위취, 이번에 신경 쓰며 심은 마가렛이 텃밭 연못을 넓게 장식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연못 서쪽의 큰 돌 주변을 꽃잔디와 백리향으로 장식을 하려고 한다.
그러고 나면 텃밭의 연못은 큰 돌들과 소나무 네 그루, 주목 두 그루, 붓꽃, 바위취, 백리향, 꽃잔디, 그리고 수련이 어우러져서 보는 이의 눈과 마음을 편하게 만들어 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