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5. 4. 21:35ㆍ돌밭의 뜰
텃밭에 미루나무 두 그루가 당당하게 서있다.
한 그루는 비닐하우스 바로 옆쪽 뒤에 서있고, 그 녀석이 형님뻘이다.
다른 한 녀석은 형님미루나무에서 동쪽으로 25미터쯤 떨어진 곳에 서서 형님나무를 모시고 있다.
형님미루나무는 13년 전에 텃밭의 큰 돌을 캐어내어 경계석을 쌓을 때에 썩은 미루나무를 없앤 곳에서 돌 틈 사이를 비집고 다시 살아난 미루나무가 애처로워 잘라내지 않고 놔둔 것이고, 아우미루나무는 그 이태 후에 형님미루나무 옆에서 자라난 녀석을 없애버릴 수가 없어 텃밭 동쪽으로 멀찌감치 이사시킨 것이다.
지금은 형님미루나무가 거의 20미터가 될 듯하고, 아우버드나무가 그 보다는 3미터 정도 아래다.
텃밭이 있는 동네에 아무리 봐도 텃밭의 미루나무 이외에는 다른 미루나무를 찾을 수 없다.
그리고 텃밭의 미루나무보다 큰 나무도 없다.
텃밭의 미루나무는 어느새 텃밭이 있는 동내의 랜드마크가 되었다.
그러기에 우체국직원이나 전기검침원은 텃밭주인을 몰라도 텃밭의 미루나무는 안다.
형님미루나무의 아비나무 위에는 예전에 천연기념물인 하늘다람쥐가 사는 집이 있었다.
텃밭경계석을 쌓느라고 썩은 아비미루나무를 없앨 때에 날다람쥐가 세길 위에 있는 미루나무 위의 집에서 날아 산 쪽으로 가는 걸 보았었다.
그 후로는 하늘다람쥐를 보질 못했다.
엊그제 밤에는 태풍급 돌풍이 불면서 많은 비가 내려 미루나무가 걱정되었었다.
낡은 농막위에 덮은 비닐장판의 끄트머리가 큰바람에 울어대고, 창문위의 채양에 떨어지는 지붕의 사나운 빗물 소리에도 서너 번 잠을 깨었었다.
날 밝은 아침에 나와 보니 미루나무 형제는 잎이 더욱 싱싱해졌고 그 자태는 전보다 더 당당하고 위엄이 있어보였다.
큰 돌을 비집고 몸이 꺾이면서도 크게 자라나, 큰 돌을 밀치고 안으면서 당당히 크게 자라고 있는 미루나무가 마냥 대견스럽다.
텃밭주인과 함께 텃밭을 지키고 있는 미루나무형제가 너무도 멋지다.
*중앙좌측이 형님미루나무, 그 우측 먼곳에 있는 것이 아우미루나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