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벌 침에 혼나다

2008. 7. 14. 10:12삶의 잡동사니

 말벌 침을 맞아본지 삼년이 지났다.

사년 전엔 말벌이 잔뜩 붙어있는 포대를 모르고 건드려 머리와 팔등 이십여 군데를 침 맞았고, 삼년 전에는 취수통에 붙어있는 노봉방을 떼어내려고 살충제를 집중 분사하는 과정에서 어깨에 두 방 맞았었다.

텃밭에서 몇 년을 놀다보니 말벌 침 맞는 것쯤은 대단한 것이 못되었고, 말벌 침 맞고도 며칠 지나면 괜찮은지라 벌 독에 면역이 되어있는 줄 알았었다.

 오전에 풀 뽑기를 두 시간 하고나니 온몸에 흐르는 땀으로 겉옷까지 흠뻑 젖었다.

시원한 냉수 한 사발 마시고 화장실에 입장, 시원한 배변을 마치고 화장실 벽에 붙여 논 휴지걸이에 걸린 휴지를 잡아 당겼다.

무어가 살짝 잡히는가 싶더니 오른 손 검지를 깊숙이 푸욱 찌른다.

으아악~!!! 

검지에 붙어있는 말벌을 왼손바닥으로 내려치니 말벌이 바닥에 나뒹군다.

바로 대단한 통증이 오는지라 급한 김에 쏘인 부위를 입으로 빨아내본다.

 샤워를 하고나서 찬물에 벌에 쏘인 손을 담근 뒤에 꿀을 바르고 약을 바르고 하며 서너 시간 보내니 진정이 되어 해질 무렵의 노동을 다시 즐겼다.

일과를 마치고 깊은 산골짜기의 정적을 머리에 깔고 책을 보다 이내  잠이 들었다.

그러나 오른손에 몰려드는 통증에 여러 번 잠을 깨었다.

아침에 오른손이 퉁퉁 부어올랐고 부은 부위가 점차 더 번져갔다.

 호미를 잡으려하니 손가락이 제대로 구부려지질 않는다.

 

이미지를 클릭하면 원본을 보실 수 있습니다.

 

풀 뽑기는 글렀다.

그러니 오늘은 농땡이나 피면서 지내야겠다.

자지 않던 낮잠도 잤지만 개운치가 않고 꼭 몸살하고 난 느낌이다.

손가락과 손등은 계속 부어오르고, 손가락을 제대로 움직일 수가 없다.

미련하게 참으면서 시간을 보낼 것이 아니라고 판단하고 보건소를 찾았다.

혈압을 재어보니 118~156 이다.

평상시 혈압보다 40 이상 더 오른 상태이다.

의사가 큰 병원에 가서 조치를 취하란다.

 제천서울병원에 가서 주사 두 방을 맞았다.

다음 날 아침에 손의 부기가 가시고 정상적으로 되었다.

텃밭 풀 뽑는 기계가 고장이 나서 풀 다스리기에 차질을 빚었다.

말벌 침 맞고 ‘난 괜찮을 거야’ 하며 미련하게 버틸 일이 아니다.

말벌 침 맞고 버티며 지난다하여 무슨 보약 먹는 것과 같은 효과도 없을 터이다.

말벌 침을 맞으면 혈압이 크게 오르든지 내리든지 한다고 들었다.

심장이 울렁거리며 충격을 받아 졸도하기도 하며 사망하는 경우도 있다한다.

모름지기 바로 의료조치를 취함이 현명한 것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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