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나리꽝의 미나리
2020. 9. 19. 16:54ㆍ농사
텃밭에는 두 종류의 미나리가 살고 있다.
하나는 자생하고 있는 미나리로 텃밭의 고랑에 붙어살면서 생육조건이 좋으면 이랑까지 올라와 기웃거리며 돌 축대 밑의 그늘을 점령하며 곧잘 크게 자라기도 한다.
자생미나리는 향이 진하고 줄기의 길이가 대체로 짧으며 줄기 밑쪽으로 붉은색이 있는데 식감이 질기고 향이 진하여 집에 가져가봤자 환영을 못 받는다.
어쩌다 텃밭에서 생각 날 때에 데쳐서 풋고추와 함께 고추장이나 된장을 찍어 먹으면 밥맛을 크게 돋우는데 그 맛이 일품이다.
다른 하나는 밭에 반 평 크기의 미나리꽝을 만들어놓고 청도한재미나리를 반찬거리로 샀을 때에 부리와 줄기를 대강 미나리꽝에 뿌려놓고 2년이 지난 것인데 우습게도 한 번도 식탁에 올린 적이 없다.
미나리의 성장이 눈에 띄지 않고 잡초들만 극성이라 보기가 싫어 그간 예초기로 미나리꽝을 이발시키고 내깔겨 두었는데, 이번에 보니 죽은 줄 알았던 미나리가 잡초들을 떨쳐내고 올라와 꽃까지 피우고 있다.
그간 주인 몰래 번식도 많이 했다.
모양이 시중에 파는 한재미나리 같지 않게 작고 거칠면서 향이 밭의 자생미나리처럼 짙게 난다.
잡초들보다 더 센 작물 미나리의 등장이다!
그 정도의 미나리꽝에서의 적응이라면 미나리꽝을 조금 더 다듬고 미나리꽝 위에 차광망을 씌워 미나리의 생육환경을 개선시키면 집에서도 환영받는 미나리로 자라 부추와 함께 아내의 주문을 자주 받게 될 것이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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