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9. 15. 18:51ㆍ농사
참깨농사가 게으른 한량에게는 아주 편하고 할 만한 것이라고 했는데 ~~~
태풍 지나고 밭에 와 둘러보니 참깨 잎이 갈변되고 떨어진 것이 많아 밑 부분의 꼬투리를 살펴봤다.
꼬투리가 벌어지고 참깨를 밭에 흘린 것을 걱정했지만 참깨 알을 터트린 것은 많지 않다.
그리고 꼬투리를 열어 보니 참깨 알이 굵게 꽉 찬 모양이 아니다.
오랜 장마에, 태풍에 따른 호우에, 햇볕 좋은 날을 제대로 겪지 못해서 아무래도 결실을 제대로 못한 것으로 판단이 된다.
참깨 밭 늘려 잡고는 올해는 참기름 냄새 좀 푸지게 풍겨보려고 했는데 참깨를 거두기 전에 어깨축이 아래로 늘어진다.
낼부터 비가 개이고 맑은 날이 계속되면 좀 낫겠지만, 기대는 욕심이니 볶아 먹을 참깨나 몇 됫박 얻을 생각으로 며칠 더 놔두었다.
며칠 지나 흐린 날이지만 습하지 않아 며칠 더 지내다가는 참깨 알 많이 떨구기 쉬우니 아침에 서둘러 참깨 대를 전지가위로 충격을 주지 않게 잘라서 거두었다.
심을 때에는 대략 450여 개의 모종을 정식했는데 거두고 단을 만들어 묶은 것을 걸어놓고 보니 조금 빠지는 듯싶다.
개수가 중한 게 아니라 알곡이 꽉 찬 것이 중요한 것인데도 자꾸 숫자에 연연하는걸 보니 치기어린 마음이 절로 나타난다.
몇 번 풀도 제대로 잘 잡아주질 않고 알찬 알곡 가득 얻으려는 주인의 심보에 푸대접받던 참깨들이 어리석게 충성 바칠 리 없을게다.
많지 않은 참깨지만 한 알이라도 땅에 흘릴세라 소중하게 단을 묶어서 비닐하우스 안에 매달아 말린다.
그리고 그 아래에 텐트플라이를 받쳐서 알곡 떨어지기를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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