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 9. 8. 23:45ㆍ농사
초보농군은 여러 가지로 모자라고 아는 게 별로 없어 항상 시행착오를 겪는다.
그러다 보면 좌절하기도 하고, 분기탱천하여 별스런 방법을 동원하여 실행하여 보기도 하나 결국은 조상 대대로 내려오는 현명한 방법을 공부하여 자기 것으로 만들어 가는가 싶다.
나의 경우 고추농사만 하여도 참 바보같이 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고추 이랑을 좀 여유 있게 만들었으면 때때로 거름을 주거나, 잡초를 베어내거나, 고추를 딸 때에 한결 편하게 할 수 있을 터인데 올 여름 내내 옹색한 작업을 하였다.
욕심을 내어 고추 묘를 많이 심지 않은 게 그나마 다행이다.
경험도 별로 없이 꼴에 유기농 한답시고 이 책 저 책 뒤적이며 무농약,무화학비료,무제초제,무비닐멀칭하여 땅심으로 고추를 재배한 것까지는 좋았으나, 여러 가지 문제점에 봉착하여 애를 먹었다.
올해는 목초액 두 번만 뿌리고 일체의 살균 살충을 하지 않았다.
그런대도 고추가 잘 자라서 병충해를 기특하게 이겨내었다고 믿었다.
그런데 빨간고추를 수확하여 말리는 과정에서 큰 문제점이 노출되었다.
벌레 먹거나 병든 고추를 가려서 땄는데도 거의 20여%정도가 고추 속에 곰팡이가 피거나, 병반이 나타난 속을 따보면 희거나 푸른 곰팡이류가 끼어있어 아주 실망스런 결과를 가져왔다.
고추 숨죽이기를 하고 건조장에서 말려야 하는데, 그러한 시설이 없어 빨간고추 세 네관에 온 집안이 난리이다. 있는 대로 바구니를 동원하여 아파트 베란다에서 햇빛 쏘이고 저녁에는 거실로 모셔와 선풍기 바람을 밤새도록 불어준다.
온 정성을 다하여 보살펴 깨끗하고 맛깔스런 고추를 만들어 가는 와중에 불량품이 자꾸 생기니 화가 좀 난다.
내년에는 필히 고추건조장을 밭에다 만들어야겠다.
하기 힘든 고추농사이지만 내년 김장용 고춧가루는 내가 만든 귀족고추가루로 자급하여 볼 참이다.
한 편 생각해보면 좀 한심하다.
내가 거둔 고추를 판다고 할 때 시중의 고추보다 두 세배 더 비싼 값을 받을 수 있을까?
어림없다.
규격미달로 상품가치 또한 없다고 천대받지나 않으면 좋을 것이다.
'농사' 카테고리의 다른 글
[스크랩] 미나리깡 (0) | 2006.05.08 |
---|---|
서목태 사건 (0) | 2005.11.29 |
호박이 널려부렸어요 (0) | 2005.07.17 |
[스크랩] 첫 수확 (0) | 2005.07.15 |
요놈 언제 먹지? (0) | 2005.07.0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