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박이 널려부렸어요

2005. 7. 17. 02:23농사


여드레 만에 밭에 갔다.

호박 줄기는 예상보다 뻗지를 않았는데 웬 호박이 그리 겁나게 큰지?

마트에서 노상 보아온 애호박이 아니다. 세로판지에 강제로 집어넣어 가지만한 굵기에 한 뼘 쯤 되게 만든 덜 익은 애호박이 아니라 이건 내 팔뚝보다 굵고 크다. 색깔로 보아 분명 늙은 호박은 안 되었을 텐데 하며 큰 놈 하나 따다가 예쁘게 썰고, 새우젓으로 간을 맞추고 찌개용 돼지고기 앞다리살을 한 움큼 넣어 구색을 맞추고 다진 마늘로 맛을 돋았다.

물 반 컵을 넣고 푸욱 끓이니 콘박스 안에 맛있는 냄새가 진동한다.

원래 호박을 즐기지 않아 집사람이 애써 반찬 만들어 놓으면 마지못해 몇 번 집어먹는 정도인 데, 야~ 이게 웬 진짜 호박 맛이냐?

마누라 호박요리 솜씨가 분명 잘못된 가 싶다. 내 요리 솜씨쯤은 되어야지! 밥 두 공기 반에 호박찌개 한 공기, 그리고 방금 따온 고추 네 개를 쓱싹 해버렸다.

혼자 먹어도 이렇게 밥맛이 좋을 수 가 없다.

인분주 푸지게 먹고 열린 호박의 달게 씹는 맛하고 고소한 맛은 정말 일품이다.

그 맛있고 귀한 호박이 주렁주렁! 남 주기 아깝지만 어쩔 수없이 줄 수밖에 없네!

계속 열릴 텐데.....

오늘 집사람하고 마트에 다녀왔다.

아끼고 따오지 않은 단호박 : 주먹 둘 합친 것만한 놈을 980원에 팔고,

유기농 애호박(진짤까?) : 한 뼘도 안 되는 놈을 1400원에 팔고 있다.


우....우!, 역시 난 비경제적인 농사를 하고 있다.

두 어깨 빠져라하고 똥 들통 들고 열나게 왔다 갔다 한 결과가 몇 푼인가?

매 번 느끼지만 나한테는 아직도, 그리고 앞으로도 몇 년은 더 “농사는 돈 버리는 일”이 아닐까?

내 기준으로 자기만족을 느끼며 지내니 다행이지, 일반적인 면에서 볼 때 분명 바보의 길을 걷고 있다.

그래도 어쩌랴! 내 좋아 택한 귀농의 길, 유기농을 하겠다는 다짐을 버릴 수는 없는 것!

현재 취미농군의 길을 걷고는 있으나 내가 바보가 아닌 이상 언제까지나 취미로 끝낼 수는 없을 것이며, 내게도 요령 터득의 시점이 다가오든가 아니면 득도의 경지에 오르는 희열의 맛을 볼 때가 반드시 올 것이라고 굳게 믿으며 졸린 눈을 비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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