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 7. 15. 00:04ㆍ농사
4월말에 고추묘를 심고 나서 동네사람들한테 여러 번 훈수를 들어야 했다.
제천은 강원도 기후라 5월 중순에도 서리가 내리는 데 고추는 일러도 5월 10일 이 후에 심는 것이라고. 5월 6일인가 정말 서리가 내렸지만 다행스럽게도 뿌리가 활착이 되고나서 인지 피해가 없었다.
그 동안 고추이랑에 난 잡초를 두 번 뽑아내고, 인분주를 세 차례 주었다. 6월 말부터 먹을 만하게 열려 컨박스에서의 밥도둑을 고추가 전담하여 주었다.
5월 중순에 심은 열무는 벌레들의 공격을 그런대로 잘 견디어 주었다. 물론 목초액을 두 번 뿌려주어 벌레들을 쫓아주기도 했지만 온 몸이 상처투성이다.
좀 억세고 싱싱한 냄새가 마음에 꼭 든다.
성질 급한 애호박과 단호박이 한 녀석씩 먹을 만하게 달렸다. 애호박은 덩치가 좋은 데 단호박은 좀 이른가 싶지만 집사람에게 자랑할 겸 데려왔다.
많은 녀석들이 달리고있어 앞으로 정신없이 따 내어야 할 판이다.
이 번 밭에서의 5일간은 엄청난 집중호우로 고생을 좀 했다.
비 오는 날이 공치는 날이라는 노가다 노래의 가사가 무었이드라? 비가 오면 빈대떡 부쳐먹지 하면서 늘어지게 놀아버리자고 친구와 함께 히히 거렸는데 이게 웬일!
여기저기 도랑을 손 보고, 길이 패이지 않도록 도랑을 내고, 일주일 전에 심은 수수와 총각무우 밭이 무사한지 살펴보고, 연못의 둑이 뚫리지 않나 하는 걱정에 한 시간에 두어 차례나 왔다 갔다 하고, 흙과 비에 젖은 옷 세탁하고 말리는 등 육신이 고달팠다.
이 번에는 꼭 몸무게를 한 1.5kg정도 늘려가지고 오라는 어부인의 지시를 또 따르지 못했다.
나중에 안 일이지만 요 며칠간은 농민에게 뼈아픈 나날이었다. 애써 가꾼 농작물이 송두리째 날아가 버리는 비, 우박 피해를 당한 농민의 슬픔을 생각지 못하고 조그만 육신의 고달픔을 고생이라고 치부한 내가 참으로 한심하다.
우리 회원님의 가슴을 뜯어내는 괴로움을 읽고 또 읽어 보았다.
참으로 농사로 돈을 번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
고생을 한다고 다 되는 일이 아니고, 천기가 뒤를 받쳐 주어야하며, 나중에 가서는 가격 또한 농민의 편이 되어야 하니 참으로 농사가 어려운 일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텃밭 수준의 농사를 비경제적으로 즐기는 나의 생각하는 수준이 부끄러웠다.
무 농약, 무 제초제, 무 화학비료로 가꾼 나의 노력의 과실이 나와 나의 이웃이 아닌 소비자에게 건너가 내가 용돈 이상의 돈을 벌어, 생활을 할 정도의 농사를 하여야 진정 농업인의 대열에 겨우 들어가는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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