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 5. 20. 23:45ㆍ삶의 잡동사니
처~언 둥사안~바악달재애를 울고넘는 우리임~아아~
텃밭농사일을 끝내고 귀가할 때에 마음이 내키면 박달이와 금봉이의 구슬픈 사연이 재의 굽이마다 새겨져 있는 박달재를 터널로 통과하지 않고 이따금 산길을 달려본다.
이번엔 비까지 오는 중이고 점심도 먹을 겸하여 재의 정상에서 쉬면서 한바퀴 구경을 세세하게 하였다.
음질 나쁜 확성기에서 연속하여 쟁쟁거리며 뱉어내는 “울고 넘는 박달재”는 양미간을 잔뜩 찌푸리게 하는 건 내 컨디션이 나빠서 일까?
각종 장승과 박달이와 금봉이를 조각한 목각은 수도 없이 많은데 정작 내 눈에 작품성이 돋보여 관심을 끌고 있는 건 눈을 아무리 씻고 부비고 보아도 찾을 수 없다. 내 수준이 평균적이지도 못하여서 인가?
김취려장군 전적기념관에 높이 걸려 휘날리는 태극기가 반 토막으로 보이고, 박달재노래비 주변에 상자 째 버려져있는 쓰레기더미가 보이는 것은 내 눈이 크게 잘못되어서 인가?
박달재의 전설과 관계없는 웬 놈의 성기노출과 문란한 저질작품이 많아 보이는 건(어느 놈은 성기노출죄로 대갈통이 반쯤 잘려나갔고, 어느 년은 유방노출죄로 한쪽에 피멍이 들었다) 내가 그 만큼 시대에 뒤떨어져있음을 증명하는 것인가?
그나마 깨끗하게 보이는 음식점에 들어가 작은 공간의 아름다움을 보면서 식사를 하는 데도 뒷맛이 개운하지 않음은(그 식당은 내가 들어갈 때 이미 박달이와 금봉이가 인사를 해서인지 주인이 손님맞이할 자세가 없었고, 순두부를 미적지근한 상태로 내서 그런지 별로 마음이 내키질 않았다) 벌써 내가 늙어 입맛이 변해버린 탓인가?
이래저래 개운하게 음미하고 지나가야할 박달재에서 잠깐 쓴웃음을 짓고는 기분 잡쳐서 재를 내려가야 했다.
제천시가 박달재를 새로 꾸미며 명소를 만든다 하는데 이왕에 그리하려면 눈에 거슬리는 것 모두 때려 부수고 새로이 만들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