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 4. 20. 00:31ㆍ삶의 잡동사니
내 텃밭에선 밭을 일굴 때 이따금 옛날기와와 백자제기의 조각이 나온다.
마을 사람들에게 물어보니 내 텃밭에 절이 있었다고 한다. 그런데 언제까지 절이 있었냐고 물어보니 아는 촌로가 한분도 없다. 연세 많은 촌로도 모르는 걸로 보아서 조선시대 말기 정도가 아닐까?
웃기는 건 바로 전 땅 주인이 텃밭에 절을 지으려다 마을에서 반대하여 포기를 하고 나에게 텃밭을 팔았다는 것!
매매계약할 때에 본 먼저 땅주인 부부의 눈빛이 예사롭지 않아 아랫집 할머니에게 물어보니 스님이라 한다. 허 참! 대처승도 삭발을 하는 데 삭발도 언제 했는지 모를 정도의 스포츠가리가 되어있어 정상적인 중은 아니라 짐작했는데 아니나 다를까 박수무당부부로 밝혀졌다.
진짜 스님이었으면 절을 무난히 지었을 터인데,,,
터가 그래서 일까?
나는 몇 권 되지 않은 책을 컨박스에 놓고 읽고 있는 데, 농사와 집짓는데 참고하는 책을 제외하면 오래 전부터 모아 온 법정스님이 쓰신 책과 불교관련 책들이 대부분이다.
무소유, 텅 빈 충만, 버리고 떠나기, 새들이 떠나간 숲은 적막하다, 봄 여름 가을 겨울, 홀로 사는 즐거움, , , , , , , 살아 있는 것은 다 행복하라 까지,,,,,
난 불자가 아니고 가톨릭신자이지만 성경보다는(창피하게도 구약은 일독, 신약은 얼렁뚱땅 두 번 읽었다 : 난 나이롱 신자) 법정스님의 말씀을 더 좋아한다.
이도 인연인가?
그래서 옛날의 절터에 텃밭을 잡았나?
하루의 일과를 끝내고 김치와 푸성귀로 맛있게 배를 채우면 슬슬 졸리어진다. 호사스럽게도 청청수를 따끈하게 데워 목물을 하고, 가뿐한 마음으로 밖으로 나가 반짝이는 별빛에 취해 한 동안 목 아픈 줄도 모르고 있다가 한기를 느낀다.
침상 위에서 가부좌하고 등과 허리를 힘껏 곧추세우고는 고요를 즐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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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이 내 세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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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에, 속도에 너무 쫓겨 살면 우리의 영혼이 미쳐 따라올 시간이 없습니다. 대부분 사람이 행복을 삶의 목표로 삼으면서도 지금 이 순간의 행복을 놓치고 있습니다. 온갖 생각을 내려놓고 세상의 아름다움을 차분히 바라 볼 수 있을 때 행복의 싹이 움트는 것입니다.” (2006.4.16 길상사 정기법회 법정스님의 법문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