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3. 11. 17:42ㆍ농사
삼월 말에 씨앗을 심은 서울배추와 총각무가 솎아 낸지 한 달도 되지 않아 다 컸다.
서울배추를 관찰을 해보니 꽃대가 나온 녀석이 보인다.
결구가 되지 않는 서울배추니 무작정 기다리는 것보다는 꽃대가 오르기 전에 수확하는 것이 알맞을 것이라는 판단으로 모두 뽑았다.
옆 밭의 총각무도 제대로 자랐으니 모두 거두었다.
귀가하는 날 아침에 뽑고 다듬어 가져가니 갑자기 아내의 일거리가 늘었다.
투덜거리는 아내를 무마하느라 총각무 더 다듬고, 깨끗하게 씻고, 서울배추 자르고 하면서 김치 담그는 일 도우미 노릇 톡톡히 하였다.
아예 텃밭에서 김치를 담가서 집에 갖다 주는 게 편할까?
(2009.5.25.)
김장배추 씨뿌리기
마늘 거두었던 밭이 온통 풀밭이다.
칠월 초에 마늘을 거두고 잡초를 베어 두툼하게 덮었던 밭을 닭의장풀이 뒤덮었다.
잡초치고는 줄기가 연하고 뿌리가 잘 뽑히며, 꽃이 앙증맞아 나름 예쁜 잡초로 어루만지는 녀석이다.
베어서 깔아두었던 잡초들은 대부분 삭아 땅에 스며들어 텃밭 흙이 보슬보슬하다.
쇠스랑으로 찍어내고 호미로 긁어내니 다섯 평 배추밭이 훤해졌다.
더위피해 아침 일찍 밭고르기를 했지만 온몸이 땀으로 범벅이다.
밭 흙이 부드럽고 거름기가 그런대로 좋아 보여 쇠갈퀴로 슬슬 긁어 평이랑 두개를 만들었다. 삽이 푹푹 들어갈 정도라 따로 경운할 필요도 없으니 한결 편하다.
거두어낸 잡초는 밭 사이의 고랑에 쌓아두었다.
나중에 배추가 반 뼘쯤 자라면 배추 사이의 빈 공간에 깔아주면 훌륭한 잡초멀칭이 된다.
줄뿌림으로 파종을 하였고, 줄 간격은 두 뼘이 넘게 하였다.
처서가 지나고서야 싹이 올라올 것이니 씨뿌리기는 그런대로 제때에 한 듯하다.
구월 초, 중순에 배추모종을 사서 심는 것이 편하지만, 부지런 좀 떨어서 직파를 하고 어린 배추를 솎아내어 먹는 즐거움을 누리는 것도 취할만한 텃밭 가꾸기라 할 수 있다.
그리고 비가 내려 빗물이 촉촉하게 흙 속에 스며들면 간격 맞추어 모종을 거두어 다른 밭에 정식을 하면 따로 비싸게 배추모종을 살 필요도 없다.
텃밭을 하는 즐거움은 텃밭주인 일하기 나름이다.
(2009.8.19.)
김장배추모종 정식
올해에는 김장배추를 제대로 거둘 수 있을까?
작년에는 초기성장세가 좋았던 직파 배추를 한눈을 파는 바람에 고라니에게 싹 뚝 잘려 먹히는 일을 겪었다.
다시 자라는 배추를 정성껏 돌봤으나 거둔 배추 50 포기가 장터배추 세포기만도 못한 참담한 농사결과를 얻었다.
올해는 종자직파를 하지 않고 배추모종을 구해서 60여 개를 정식하였다.
비워두어서 바랭이로 덮인 풀밭을 정리하고 예전보다 밑거름을 좀 더 준 다음 날 정식을 하였고, 이틀 후에 귀중한 인분주까지 흠뻑 뿌려주었다.
귀가 전에 뽑아낸 잡초를 썰어 피복을 하고 방충망까지 설치를 하면 해충과 고라니의 피해를 방지하리라고 본다.
돌밭의 배추는 비료를 못 먹기에 크기는 작지만 고유한 배추의 강한 맛이 있고 잎이 단단하고 고소하다.
배추밭 옆에 무밭도 만들어 작고 단단한 종자를 직파하였다.
올해는 틀림없이 충분한 가을걷이가 될 것이다.
(23.8.19)
텃밭 아랫집 할머니가 배추모종을 한다기에 백오십 여 포기를 부탁하였다.
모종을 제대로 하여야 농사의 참맛을 안다고 하겠으나 모종판을 끼고 살 수도 없고 집에서 기를 수도 없으니 별 수 없이 할머니의 신세를 지기로 한 것이다.
배추농사 처음이니 오십여 포기도 제대로 살리지 못할 것을 계산했으나, 아무래도 헛농사가 될 것 같은 기분이다.
약 안치고 매일 지키지 못하면 벌레천국이 되어 몇 포기나 제대로 건질까?
그래도 한번 해보는 거다.
다음 주엔 할머니의 배추모종이 정식을 할만 큼 자랄지 몰라 부랴부랴 김장밭을 준비해야 했다.
감자 캐고 잡초를 베어내고 한 달 넘게 방치한 밭이 간밤에 내린 비에 촉촉하여 삽이 푹푹 들어가 서둘러서 이십여 평 밭을 만들었다.
토질이 좋아 보여 밑거름을 생략하고 고무래질로 마무리 하니 새벽녘에 삽질 시작하고 세 시간 만에 그럴 듯한 밭모양이 나타났다.
온 몸을 땀으로 씻어내니 허기가 진다.
눈 뜨고 냉수 한 컵 마시고는 땀을 한 됫박 쏟아냈으니 몸무게 두어 근 줄었겠다.
(2006.8.27.)
올해는 배추와 무를 완전자급하려고 마음을 먹었었는데 배추씨앗파종시기를 그만 지나쳐버렸다.
포트와 상토를 준비하지 못한 탓도 있고, 급하게 준비하느라 허둥대는 것이 싫어서 배추모종을 바로 심기로 하였다.
열흘 전에 배추모종을 얻어와 60여 포기를 심었는데 배추를 더 심을 이랑도 충분하고 김장배추 외에 저장을 해서 겨우내 싱싱하게 배추를 먹으려면 좀 모자랄 것 같아 종묘상에서 배추모종 한 판을 더 사서 심었다.
졸지에 배추 120여 포기가 텃밭을 실하게 차지한 셈이다.
배추모종을 심고 텃밭에서 나온 잡초무더기를 헤쳐 덜 삭은 잡초들을 배추 주위에 덮고 작년에 만든 유박거름 찌꺼기를 배추포기 사이에 듬뿍 공급을 하였다.
배추밭 만들 때 텃밭에서 만든 퇴비로는 좀 부족하여 인분주를 보충하니 거름 걱정은 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서산에 해 질 무렵에 며칠 동안 텃밭 샘물을 충분히 뿌려주었더니 싱싱하게 자라는 것이 눈에 보일 정도다.
배추모종을 정식하고 바로 무 씨앗을 파종하였다.
김장 무는 50여 개를 얻을 생각으로 점뿌림하였고, 총각무는 텃밭에서 수시로 솎아내어 먹을거리로 쓸 요량으로 줄뿌림하였다.
텃밭에서 머문 날이 많아 물을 잘 뿌려주니 발아가 신통스럽게 되었다.
김장 무는 두 놈씩만 놔두었고, 총각무는 반 이상을 솎아내니 새싹무침거리와 된장국거리가 푸짐하다.
이왕 김장거리 손대는 김에 쪽파도 한 이랑을 심었다.
발아를 돕기 위해 잡초 덤불을 살짝 덮어주었다.
싹이 나서 두 치 쯤 자라면 삭은 잡초를 쪽파 사이에 푸짐하게 넣는다.
그러면 캐어낼 때까지 손 볼 일이 별로 없다.
텃밭에서 김장거리를 만드는 일은 어려운 일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텃밭에서 인분주를 만들 수 있으면 더욱 쉬운 일이다.
제초제, 농약, 비료, 비닐멀칭 등을 전혀 쓰지 않고도 김장거리를 충분히 만들 수 있다.
많은 양의 배추와 무를 생산하는 것이 아닌 집의 먹을거리를 얻는 것은 텃밭이 있는 한 조금 부지런을 떨면서 텃밭을 한다면 어려울 것이 없을 것이다.
(2008.9.2.)
올해 마늘을 거두었던 밭을 그간 놀렸다.
텃밭이 넓어 이것저것 많이 심어봐야 몸만 고달프니 말이다.
자연농법이랍시고 일체의 농약과 화학비료를 만지지 않고, 더구나 게으르게 농사를 하니 농사로 돈 벌 일이 없다.
그냥 텃밭의 모양이나 그럴듯하게 유지하며 이따금 집안 먹을거리만 좀 얻으면 목적달성 하는 것이니 한 여름철 두세 차례 잡초 다스리기가 주된 일이다.
마늘을 캐고 나서 풀밭에서 베어낸 잡초를 두툼하게 덮어주었지만 어느 틈에 닭의장풀이 삭은 잡초를 헤집고 온통 뒤덮으며 극성을 떤다.
김장거리 배추와 무를 심으려면 열댓 평은 되어야하니 두 달간 닭의장풀이 신나게 활개를 치고 있는 밭을 이용함에 제격이다.
닭의장풀은 잡초 중에서도 아주 순한 잡초이니 정리하기가 아주 편하다.
먼저 쇠스랑으로 쓱쓱 긁어내면 닭의장풀 줄거리와 그 놈들 밑에서 삭아가던 잡초더미가 한꺼번에 걷어내 진다.
그런 다음 쇠갈퀴로 한 번 더 긁어낸다.
그러고도 뽑히지 않은 풀들은 호미로 토벌을 한다.
시간 반 땀 좀 빼니 열댓 평 밭이 화장을 곱게 하였다.
긁어내고 뽑아낸 잡초는 밭고랑에 쌓아두고 배추와 무가 어느 정도 큰 다음에 사이사이에 깔아주면 아주 좋은 멀칭이 된다.
퇴비 몇 삽 뿌린 다음 삽질을 하니 밭 흙이 보드라워 삽질이 건성이다.
대강 삽 끝에 걸리는 돌들을 골라내니 김장거리용 배추와 무를 심을 밭이 훌륭하게 만들어졌다.
갈퀴로 긁어가며 밭을 고르고 작은 돌을 골라내니 밭 얼굴이 훤하다.
배추모종이 아직 덜 자라 옮겨심기를 못하고, 무 씨앗을 뿌렸다.
배추 옮겨 심을 밭이 크기에 보관하고 있던 서울배추 씨앗을 배추밭 귀퉁이에 뿌렸다.
속이 제대로 들기가 어려우니 얼갈이김치나 국거리용으로 쓰면 알맞을 것이다.
무, 총각무, 서울배추, 쪽파, 대파를 심었으니 다음 주엔 배추모종을 옮겨 심으면 김장거리는 거의 다 된 셈이다.
그나저나 배추에 그놈의 벌레들이 달려들지 좀 않았으면 좋겠다.
마냥 지키고 앉아 벌레를 젓가락으로 일일이 골라낼 수도 없으니 올핸 목초액으로 그 놈들을 쫒아내야겠다.
참! 갓을 더 심어야지.
갓은 좀 늦게 심어도 되니 더 천천히 해도 되겠지.
대파 잎은 상태가 불량이지만 밑동은 먹음직하게 굵어지고 있다.
(2009.9.2.)
김장밭 만든 지 열이틀이 지난 사이에 가뭄에서 벗어났고, 오히려 비가 너무 많이 내리면서 비바람피해가 많다기에 걱정이 되어 텃밭을 찾았으나 텃밭은 태풍도 별 탈 없이 지나가고 며칠 내린 장대비폭우도 조용히 지나갔다.
고추 몇 녀석 쓰러진 것 바로세우고 앞으로 작년보다 키 커진 고추에서 익은 고추 좀 많이 딸까싶어 지주대를 세우고 줄을 매주었다.
김장배추는 뿌리가 완전히 내렸는지 잎이 15센티미터 크기로 많이 자랐다.
그런데 벌레 먹은 구멍이 많기에 살펴보니 좁쌀알만 한 남빛 벌레(좁은가슴잎벌레?)가 붙어있다.
좀 더 지나보고 잡아내든지 목초액을 뿌려 쫒아내야겠다.
무는 떡잎이 나오고 2센티미터 정도 위로 자랐다.
성장세가 좋아 한 개씩만 놔두고 속아내었다.
(2018.9.2.)
김장배추 옮겨심기
올해는 배추모종을 남에게서 얻거나 사지 않고 텃밭에서 만들기로 했다.
텃밭에 줄뿌림으로 파종한 배추의 잎이 네댓이 되니 옮겨 심을 만하다.
비가 오지 않아 텃밭이 말라있기에 모종밭과 옮겨 심을 밭에 저녁 무렵 물을 충분히 뿌려주고 다음날 새벽부터 서둘러 정성스레 옮겨 심었다.
생각보다 모종밭에 물이 깊게 스며들지 않아서 모종삽으로 하나하나 떠내어 옮겨 심었지만 포트에서 자란 모종과는 다르게 잔뿌리의 손상이 좀 있었나보다.
옮겨심기를 끝내고 물을 흠뻑 주었고 날이 흐렸는데도 한낮이 되자 흐린 날씨에도 배추모종의 잎이 축 늘어져 걱정이 되었다.
배추모종 옮겨심기의 결과가 좋지 않으면 부득이 시장에 나가 모종 한 판을 살 수밖에 없을 것이니 그 또한 귀찮은지라, 날씨의 상태에 따라 물 뿌리기를 몇 차례 하면서 정성을 들이니 이틀 지나 대부분 생기를 되찾는다.
때마침 밤부터 다음날 아침나절까지 반가운 비가 촉촉하게 내리니 잎이 싱싱하게 자라나는 것이 눈에 보일 정도다.
날이 선선해지면서 잎을 갉아먹는 벌레의 숫자도 줄어 안심은 되지만 작은 날벌레들이 기어 다니는 것이 보이는지라 목초액을 좀 뿌려주었다.
작년처럼 벌레들에게 통배추를 헌상하는 우매함을 또 다시 범하지 않으려고 올해는 목초액을 충분히 준비하였다.
목초액 자체로 배추벌레를 죽이지는 못하지만 벌레들이 목초액 냄새가 싫어 피난을 가는지라 농약만지기를 꺼리는 취미농군에게는 목초액의 사용이 매우 유용하다.
옮겨심기를 마친 배추포기가 160포기이니 배추통이 아무리 작게 자라도 우리 집 김장꺼리로는 충분할 터이다.
자라는 상태를 보아 신통치 못한 녀석들은 미리 국거리로 먹으면 되겠고, 텃밭에 와서 강탈해가는 친구들에게 이삼십 포기를 빼앗긴다 하여도 백여 포기는 거둘 수 있으니 마음이 뿌듯하다.
그래도 혹 만족스런 결과가 나오지 못할까보아 한 평 좀 넘는 귀퉁이 텃밭에 서울배추를 미리 파종하였으니 올 김장꺼리는 확실히 거두리라고 생각된다.
그 정도면 보잘 것 없는 텃밭소출로 매년 듣는 아내의 핀잔이 올해는 확실히 칭송의 소리로 바뀌지 않을까?
(2009.9.15.)
올해는 퇴비를 밑거름으로 주고 밭을 잘 고른 다음에 시장에서 산 배추모종 중 튼실한 놈만 골라서 30여개, 그리고 밭에 직파하여 기른 주황색 베타카로틴배추모종 20여개를 정식하였다.
추석 지내고 열흘 후에 텃밭에 오니 배추들이 벌레에 많이 먹혔으나 그런대로 싱싱하게 자라고 있어 올해는 관리 좀 잘하면 김장꺼리로 충분하리라 생각하고 목초액, 막걸리, 냉장고에 오래전에 넣어두었던 우유를 섞어 만든 날벌레 방지액을 뿌려주었다.
다음날 오후에 둘러보니 배추 세 개가 뽑혔고, 잎이 잘린 배추 다섯 개가 보이는 게 분명 고라니 짓이다.
노루망을 둘러쳐야겠다고 생각하고는 서늘해진 갈바람을 즐기는 데에 시간을 보내고는 해가 저물어 노루망 설치하는 일을 다음으로 미루었다.
남쪽의 태풍이 지난 뒤의 제천의 하늘색은 참 파랗고, 구름은 멋지고 탐스런 모양이다.
게다가 어쩌다 휘익 지나가는 강한 바람이라야 웃자란 들깨들도 겁내는 정도는 아니며, 25미터 높이의 미루나무는 크게 휘청거리지 않으면서 바람의 리듬에 따라 떨구는 잎들을 멀리멀리 날려버리면서 흔들거리는 춤을 즐기는 듯하다.
오늘 새벽은 기온이 섭씨10도라 농막에 난방을 켰다.
아침 먹고, 커피 내려 마시고, 선선한 오전에 일찌감치 배추들 돌봐야겠다고 노루망을 찾으니 따로 보관해 둔 것이 없는지라 차선책으로 철사활대와 한랭사를 가지고 배추밭에 갔다.
아~뿔~싸~!
고라니 주둥이를 피한 배추들이 열두어 개이고 나머지는 새로 속잎이 나오는 부근까지 싹싹 잘라 먹혔다!
전날에 일을 미루지 말고 늦게라도 대강 둘러쳐주었으면 좋았을 텐데.....!
한참 크기 시작해야할 때에 뽑히거나 밑둥 조금 남기고 싹 먹어치웠으니 참!
늦장대응이 한심한 것이지만 그래도 살 녀석들이라도 보호해주어야 맘이 편하니 한랭사로 꼼꼼하게 막아주었다.
올해 김장도 적은 양의 텃밭배추는 나 혼자 입으로, 절임배추 사서 담그는 김치는 마누라와 아들네의 입으로 가는 웃기는 김장이 될 것 같다.
(2022.9.23)
태풍이 지나가고 가을바람이 불기 시작한 텃밭은 여름더위에서 벗어났고, 한낮의 햇볕을 계속해서 쬐지 않는 한 땀을 크게 흘릴 일도 없다.
자정을 넘어서는 농막은 점차 서늘함을 느끼게 되니 온수매트를 켜야 잠자리가 편해진다.
새벽에는 한기를 느낄 때가 많아지니 난방을 가동하기 시작하는 계절이 되었다.
나이 먹어가는 것 이상으로 세월의 흐름을 빨리 느끼게 되니 나이 늘어가며 세월이 빨리 변하는 지, 세월이 흘러 나이가 빨리 늘어가는 지 머뭇거리며 생각을 해보곤 한다.
결실의 계절이 시작되면서 덩달아 수확하는 바쁨과 기쁨을 같이 하니 어느 때는 힘들기도 하지만 어느 때는 느긋한 만족의 웃음을 누리기도 한다.
관행적인 농사가 아니고 남에게 주거나 팔 농사도 못되니 텃밭주인 맘대로 운동 삼아 일하며, 요즈음은 땀을 뻘뻘 흘릴 일도 없다.
맘 내키면 땀 흘리며 일하기도 하면서 젖은 옷 바로 빨아 널고, 피곤하면 등허리를 침상에 붙이고는 책장 넘기며 뒹굴면서 농땡이를 부린다.
배추와 무는 벌레피해가 무시할 정도라 김장꺼리 제대로 거둘 것 같다.
(2019.9.28)
텃밭농사 오 년차에 이제야 무와 배추가 제대로 자랐다.
작년에는 늦게 파종을 한 바람에 다 자라지도 못한 배추와 무를 거두었고,
그 전에는 봄여름에 극성부리는 벌레로 몇 번을 실패하는 바람에 아예 김장거리 심을 생각도 못했었는데, 지금 텃밭에서 자라는 무와 배추를 보면 취미농군 멋대로의 농사방법도 좀 발전한 것 같아 스스로 생각하기에도 대견하다.
벌레에 먹힌 구멍 난 잎을 지니고서도, 벌레가 붙어있는 그대로 싱싱하게 속이 차가고 뿌리가 커가는 걸 바라보면 어깨가 으쓱해진다.
생각보다 빨리 자란 탓에 올 김장은 텃밭이 있는 마을 농가와 마찬가지로 11월 중순 전에 해야 될 것 같다.
텃밭에 서리가 빨리 내리고, 얼음이 일찍 어는 관계로 기후에 맞추어 농사를 하는 것이 당연하고, 그에 따라 먹을거리를 거두고 김장을 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하다.
무가 실하게 커서 깍두기용으로 열댓 개 뽑고, 무청은 비닐하우스 안 그늘에 걸어서 말려보았다.
거두기를 할 때까지 잘 자라 달라는 마음으로 구수하게 숙성된 인분주를 무와 배추 포기 사이사이에 정성껏 부어주었다.
지금까지의 상태로 보아 별 탈 없이 김장거리를 거둘 것 같다.
(2008.10.5.)
언제 시원한 바람이 불어와서 살만하다고 했을까?
가을인가 싶더니 새벽추위에 난로를 켜고, 그것도 모자라 침상위의 온수매트까지 켜고 잠을 자는 때가 되었다.
해 뜨는 아침에는 물기 먹은 미루나무 잎이 흔들리며 반짝이는 모습을 넋 놓고 올려다보았는데, 지금은 해지면서 텃밭을 덮어가는 찬 기운에 그 찬란한 미루나무 잎의 색이 속절없이 바래가며 텃밭을 덮기 시작한다.
감자, 참깨, 고구마, 땅콩, 들깨들이 차지했던 밭들은 성장을 멈춘 잡초들의 차지가 되었지만, 맨땅으로 흙과 양분을 유실되지 않도록 밭을 덮어주고 지켜주기에 모처럼 텃밭주인의 보살핌을 받는 중이다.
무서리가 한 번 내리긴 하였으나 가을 들어 영하의 날씨가 오지 않아서 텃밭의 색은 갈색으로 가지 않고 푸르다.
아직도 호박, 토마토, 고추는 꽃을 피우며 열매를 달고 익어가고 있다.
작년보다 서리와 영하의 추위가 늦게 오는 바람에 텃밭은 싱싱함을 유지하고 있는 것이다.
아마 다음번 텃밭놀이를 하고 배추와 무를 거두면 찬바람이 부는 산골텃밭으로 변하면서 쓸쓸함이 덮일 것이다.
배추는 이제야 속이 들기 시작한다.
올해도 작년같이 속빈 배추를 얻으려나보다.
그리고 무는 왕창 크지를 않고 겨우 소주병 크기이다.
(2019.10.25)
11월로 접어들면 예년의 날씨로 볼 때 텃밭엔 얼음이 얼고, 그러한 날이 며칠 지나면 텃밭의 작물들이 모두 성장을 멈추고 겨울로 접어들게 된다.
텃밭의 배추 몇 포기를 거두고 나면 작물들 손보는 일은 대부분 끝나고, 하는 일이라고 해야 텃밭주인이 텃밭에서 놀기에 뭔가 부족하다고 느껴서 어루만지는 일이어서 작물돌보기 대신 톱, 대패, 망치 등으로 잡일작업을 하는 일이다.
대부분 농막주변의 텃밭시설에 관한 것이니 사실 그 때부터 텃밭주인의 손이 많이 거칠어지게 된다. 올해에는 농막 뒤 돌 축대를 이용하여 솥 걸이 화덕을 만드는 일, 비닐하우스 옆면 비닐 씌우기, 비닐하우스 안에 간이 샤워장과 간이 소변기설치, 연못주위 나무와 쉼터 손질 등을 생각하고 있는 데 몇 가지 일을 할지는 모르겠다.
배추는 망사처럼 뚫리고 난 후 여러 차례 신경을 쓴 결과 상태가 많이 좋아졌고 속이 차오르고 있어 추위가 좀 늦어지면 김장하기에는 부족함이 없을 것 같다.
무는 스물 두어 개 뽑았고 이미 동치미를 담갔다.
쪽파와 파는 제일 많이 거두었고, 앞으로도 부족함이 없이 생산되는 애들이다.
당근은 오래된 것들은 각질화가 이루어진 것이 많고, 잡초와 낙엽으로 뒤덮인 밭에 뿌려진 씨앗에서 자라난 당근들은 손가락크기로 작지만 여기저기서 자라니 간식꺼리로 충분하다.
(2018.10.31)
농작물은 제각기 파종시기가 다르다.
그리고 그 파종하는 시기는 지역마다 다르다.
올해 김장은 텃밭에서 만든 배추와 무로 하려고 하였으나 생각대로 되지를 않았다.
텃밭이 있는 제천은 벌써 살얼음이 몇 차례 얼었다.
무는 얼면 먹을 게 없이 상하니 얼기 전에 수확을 해야 한다.
배추는 영하 4~5도 정도는 견디기 때문에 좀 늦게 수확하여도 된다.
텃밭이 있는 제천 산골에서 잘 익은 배추에 맞추어 무를 수확하는 것이 취미농군에겐 어려운 과제이다.
모르면 동네사람들에게 물어보면 될 것을 똑똑한 체하며 농사교과서대로 배추와 무를 파종하였다.
지나고 나니 파종시기가 텃밭기준으로 한 보름쯤 늦었다는 것을 알았다.
아직도 텃밭의 배추는 제대로 여물지를 않았고, 무는 동해가 두려워 일찌감치 뽑았다.
텃밭 주변 사람들은 11월 중순이면 김장을 끝낸다고들 한다.
무를 일찍 심고 배추는 한 열흘쯤 늦게 심는다.
무는 동해를 입기 전에 수확하여 무청을 잘라서 밭에 묻고, 배추를 거둘 때에 꺼내어 김장을 한다는 것이다.
엉터리 취미농군은 너무나 교과서에 의존하여 농사를 한 관계로 실패를 많이 한다.
현지 토박이의 경륜을 살 줄 몰라서 헛농사를 짓기가 일쑤다.
이미 수확한 무는 어쩔 수 없이 채장아치를 담갔고, 배추는 아직도 텃밭에 모셔져있다.
요즘 배추 값이 금값이라 지난 번 텃밭에 있을 때에 애지중지 모셨다.
배추를 묶고, 덜 자란 배추가 보름 정도는 더 잘 자라라고 막대를 대강 세워 비닐을 씌웠다. 엉터리주인 만나 배추들이 호강하는 건지 고생하는 건지 잘 모르겠다.
배추라야 육십여 포기를 심었지만 시장 김장배추의 반도 못되게 클 것이 분명한지라 11월 중순까지 얼지 않고 잘 자라봤자 턱없이 모자랄 것이 뻔하다.
덜 자라 속이 차지 못한 파란배추 몇 포기를 뽑아와 날로 먹으니 맛이 무척이나 좋았다.
배추국용으로 삶아서 놔두기가 아까와 무청김치 담글 때에 같이 넣어 담갔다.
텃밭농사 제대로 못해 아내만 귀찮게 만들고 말았다.
올해는 김장을 두 번이나 하게하였으니 말이다.
(2007.11.6.)
배춧잎을 마구 먹은 벌레 때문에 올 김장용 배추도 수확을 못할 것 같다는 걱정을 많이 했는데 날씨가 추워지면서 벌레들의 힘이 빠졌고, 게다가 목초액, 막걸리, 식초, 우유 등을 기습적으로 뿌려댄 결과 벌레들을 뿌리친 망사로 둘러싸인 배추에도 속이 들었다.
11월 들어 계속 서리가 내리고 추워지니 배추의 자람도 속도가 많이 줄어 더 이상 커지기를 바라는 게 무리일 것 같다.
제천 돌밭은 추위가 일찍 오고, 엄동이 길은지라 마을사람들은 11월 들면 바로 김장을 한다.
올해는 시월 중순 전에 첫서리가 내리고 얼음이 얼은 것에 비추면 한 달이 지난 지금까지 배추와 무를 밭에 놔두는 것이 오히려 이상하다.
아마 이러한 기후도 기상이변으로 이해를 해야하나보다.
더 이상 배추와 무를 놔둘 수 없어 수확을 하였다.
벌레 먹은 배춧잎을 벗겨가기를 반복하니 맛 좋은 파란 배춧잎을 모두 버리게 되고 깨끗한 배추는 그 포기가 엄청 줄었다.
밭에다 버린 벌레 먹은 배춧잎이 거둔 배추포기보다 많을 정도니 올 배추농사도 아주 창피스런 수준이다.
아들들이 김치를 많이 먹지 않고, 우리 부부 또한 먹성이 예전 같지 않아 김치를 많이 담글 필요가 없는 것이 다행일 정도니 남 보기 부끄럽다.
배추의 양이 그러하니 20여 개 추가로 거둔 무도 남을 정도다.
쪽파, 대파는 대풍이라 그런대로 체면이 섰지만 올겨울 내내 쪽파김치만 먹을 수도 없고, 파 기름 내어 요리만 할 수도 없는 일!
쪽파는 반을, 대파는 대부분을 밭에서 월동 시켜보기로 작정하고 쓸쓸하게 변해가는 텃밭을 지키라고 하였다.
(2018.11.12.)
직장생활을 하니 텃밭이 부실해진다.
이 주일 만에 텃밭을 찾은 엉터리 농군이 추위에 떨며 바삐 움직여보나 텃밭에서 건지는 소출이 영 형편없다.
올해는 배추를 백육십 여 포기나 심어놓고 벌레를 퇴치하느라 목초액도 간간히 뿌려 배추가 실하게 자라는 듯 했었다.
그러나 배추포기가 한창 자랄 때에 관리를 제대로 하질 못하였고, 일찍 찾아오는 제천 산골짝의 추위를 방비하지 못하여 배추를 제대로 거두질 못하였다.
적절한 추가시비를 소홀히 하였고, 가뭄에는 적절히 물을 주어야 좋을 텐데 그대로 방치를 하였고, 추위에 대비하여 포기를 묶어주어야 하는데 실기를 하여 얼도록 하였으니 텃밭농사 6년차라 하여도 아직도 초보나 다름이 없다.
그리고 맛있는 파란 배춧잎을 영하 8도의 11월 초 첫 추위에 사그리 얼려 텃밭에 그대로 내깔겨 버렸으니 신농씨에게 볼기짝 맞을 죄를 지은 것이 분명하다.
그런대로 묵직한 녀석들이 겨우 이십여 포기에 불과하고, 포기가 들은 형태만 갖춘 녀석들이 오십여 개, 제대로 자라지 못하고 파란 잎을 헤벌리고 추위에 떨고 있는 주먹만 한 것들이 오십여 개라 우리 집 김장할 만큼의 양의 반도 못되는 한심한 소출을 얻었으니 창피한 마음이 엉터리농부의 가슴에 가득하다.
배추의 몰골이 형편없는지라 상품가치 또한 없기에 남에게 주지도 못하는 정도이다.
그래도 어쩌랴!
얼은 배춧잎을 떼어내고 깨끗하게 다듬어 놓으니 맛은 있어 보인다.
한 놈을 반 갈라보니 속이 깨끗하고 그런대로 실하다.
고갱이를 씹어보니 향긋하고 달콤하게 입안에서 번지는 배추 맛이 매우 좋다.
작년과 달리 배추속이 벌레천국이 아니라 집에 가져가도 아내로부터 한소리 들을 것 같지는 않으니 그런대로 안심이 된다.
대파와 쪽파가 다행히 얼지 않고 있어 모두 거두니 두 삼태기나 된다.
갓은 크게 자라지 않아 모양은 없어도 풍기는 향이 진하고 좋아 모두 챙겼다.
뒤늦게 뿌린 상추는 추위에 자라지 못해 어린 싹에 불과하지만 되는대로 솎아서 다듬으니 상추쌈 몇 번은 먹을 만하다.
텃밭의 애들을 모두 거두고 텅 빈 텃밭을 이리 저리 돌아다녀본다.
고춧대에 달린 빨간 고추는 왜 미리 챙기지 않았냐고 텃밭주인을 나무라고.
비닐하우스 안에서 썩어가는 토마토도 원망스런 이야기를 하고 있다.
개수대 옆에 놓인 함지박에 가득 찬 물은 땡땡한 얼음으로 이미 변하였다.
비닐하우스의 문을 모두 내려 닫으며 올 겨울을 잘 버텨주라고 보살핀다.
호미며 낫이며 농기구들을 가지런히 정리해본다.
동파를 방지하기 위해 수도를 막고, 화장실 변기 속의 물도 모두 빼내고, 온수기에 차있는 물도 모두 빼낸다.
농막 안도 한 번 더 청소를 하고, 냉장고도 모두 비웠다.
아마도 올 한 겨울에도 두어 번 어김없이 텃밭을 찾을 것이다.
딱히 텃밭에서 할 일은 없을 것이지만 봄부터 초겨울까지 텃밭에서 지낸 정을 못 잊어 삭막해진 텃밭을 어루만지러 텃밭을 찾을 것이다.
텃밭은 이제 화려한 주변의 단풍까지도 모두 떨어버리고 점차 회갈색의 휴면으로 돌입해간다.
텃밭주인도 한겨울의 추위를 못 견디고 텃밭을 떠나는 시절이 되었다.
아니, 지금은 텃밭에서 더 지내려도 지내지 못하니 자꾸 텃밭을 돌아다니며 흙을 만지작 거려본다.
내년에는 완전한 주말농장으로 변할 텃밭을 어루만지며 추위에 떠는 텃밭을 위로해본다.
(2009.11.15.)
요것도 김장배추라!
텃밭에 늦게 심은 배추가 제대로 크질 않아 일부를 무와 함께 거두고 얼음이 얼기 시작한 11월 초에 사십여 포기를 비닐을 씌워 삼 주가 넘게 그대로 놔두었었다.
그동안 영하 12도까지 내려갔던 터라 먹을 만한 배추는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의외로 싱싱한 녀석들이 반갑게 맞는다.
포기를 둘러 싼 잎은 몇 잎씩 얼어 아깝지만 떼어내고 크고 작은 놈들 사십여 포기를 다듬어 집에 오니 아내는 만족스레 웃는다.
그러나 김장꺼리 걱정 말라고 한 말이 거짓이 되었으니 아내 눈치를 안 볼 수 없다.
다듬어 온 배추를 열두어 포기는 신문지에 싸서 모셔두었고, 삼십여 포기를 절여 논 것을 아침에 보니 시장 배추 열 포기도 못되어 보인다.
이번에 담근 김치가 네 통이니, 지난번 네 통과 합해도 여덟 통이라 아직도 배추김치를 일곱 통을 더 담가야 한다나?
속이 적당히 들고 맛이 기막히게 고소해서 어깨가 으쓱했지만, 시장배추 이십 포기를 사다가 김장을 더 해야 한다는 아내의 말에 풀이 죽었다.
텃밭에서 장난치며 가꾼 배추로 김장배추 반 겨우 했으니 취미농군 꼴이 말이 아니다.
텃밭에서 다듬어 온 배추라도 아내가 한 번 더 다듬으니 맛좋은 퍼런 배춧잎이 꽤나 나왔다. 그래도 삶아보니 양이 별로이다.
세탁소 옷걸이에 널어서 걸어보니 그럴듯하다.
(2007.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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