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 4. 30. 11:56ㆍ마음, 그리고 생각
텃밭에서 진땀을 흘리는데 전 직장 후배로부터 전화가 왔다.
퇴직후 대학교수 노릇하느라 시간이 없어 마음만 있었는데 중간고사기간이라 짬을 내어 텃밭에 놀러오겠다는 것이다.
그냥 빈손으로 오라했더니 진짜 빈손이다. ㅋㅋ
그러니 내 사는 대로 저녁을 먹을 수밖에 없다.
되는대로 겨울을 잘 지낸 부추 한 줌 뜯고, 쪽파와 달래 몇 뿌리 캐고 나니 그래도 뭐가 모자라 밭 주변에 난 씀바귀를 더하니 좀 푸짐하다.
함께 뒷산에 올라 나물을 캐려했으나 나물 캐는 아줌마가 한바탕 휩쓸고 지나갔는지 취나물은 눈에 안 들어오고 다른 건 도저히 자신이 없다.
두릅나무순 몇 개와 머위 잎을 몇 장 따고는 가시에 찔리고 이내 내려온다.
할 수 없이 산나물 없이 부침가루를 범벅을 하여 프라이팬에 최고급 현미유를 발라 전을 부쳤다.
다행스럽게도 후배는 입맛 쩍쩍 다시며 잘도 먹는다. 소주 한 병을 다 비웠다. 둘 다 술이 별로라 한 병을 더 까지를 못하고...
저녁 밥은 멸치 된장국과 신 김장김치로 쓱싹 했다.
있는 대로 대접하고 주는 대로 맛 지게 먹는 걸로 모두가 만족이다.
월급 많은 회사생활보다는 아주 만족스런 학교생활을 하는 이야기와, 혼탁하고 기름진 도시를 벗어나서 시냇물 소리에 묻혀 바보같이 지내는 시골생활을 이야기하며 오랜 시간을 차를 마시며 같이 하였다.
오랜만의 텃밭에서의 느긋함으로 육신이 편하고 마음이 가벼워진다.
오늘은 유난히도 차가운 밤공기와 빛나는 별빛으로 눈이 시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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