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오는 날은 공치는 날

2007. 9. 21. 00:06마음, 그리고 생각

 

 예전에 노가다하면서 사는 사람들은 날이 좋아야 일을 하고 일당을 받아서 먹고살았지요.

요즘처럼 비가 시도 때도 없이 줄기차게 내리면 삽질과 곡괭이질을 제대로 하지를 못하니 노가다는 비 내리는 하늘만 쳐다보며 애꿎은 담배만 피워댔지요.

그래도 돈이 좀 있는 노가다는 빈대떡에 막걸리 마시며 기운을 충전하는 여유를 부려보지만 대부분 한숨쉬며 하늘을 원망하였지요.

왜 이리 쏟아지는지 참으로 걱정입니다.

수해를 입은 사람들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억수같이 내리는 비를 원망스럽게 바라봅니다.

요즈음 비는 농사건 뭐건 도대체 도움이 전혀 안되는 해로운 비라고 하겠습니다.

농사로 삶을 영위해야하는 프로농군들뿐만이 아니고 저 같은 취미농군에게도 도무지 득이 되는 게 없는 비라고 하겠지요.


 오늘 저는 평상시보다 가게에 일찍 나가서 가게 직원들을 조기퇴근 시켰습니다.

비가 내리는 길거리의 가게들은 손님 구경하기가 어렵지요. 더구나 제 아내가 하는 구멍가게같이 조그만 가게들은 더욱 손님이 들지 않아서 가게주인의 어깨가 축 쳐진답니다.

그러니 어깨 쳐진 주인과 직원들이 같이 죽치고 있어보았자 가슴만 답답하니 죄 없는 직원이 주인 눈치 보지 않도록 일찍 퇴근시키는것이 오히려 좋지 않을까요?


 요즘은 시장에서 대목을 보는 때입니다.

아내가 하는 가게는 일년에 대목이 두 차례입니다.

어린이날이 제일 큰 대목이고, 그 다음이 추석명절이지요.

그런데 올해의 두 번째 대목은 현재까지는 막말로 젬병입니다.

대목경기를 삼 일째 공치고 있는 것입니다.

제가 봉급쟁이 할 때는 한량같이 놀기에만 정신이 없었는데 지금은 사정이 다릅니다.

아내의 소득으로 살아야하는 지금은 아내의 가게가 잘 되어야 입에 풀칠을 할 수 있고, 가게의 매출이 순조로워야 제가 마음 놓고 텃밭생활도 즐길 수 있지요.

그런데 요놈의 비가 그것도 모르고 사정없이 쏟아지니 제 맘이 아주 불편합니다.


 비가 쏟아지는 거리를 아내와 함께 퇴근하며 아내의 얼굴을 슬쩍 슬쩍 쳐다봅니다.

자동차의 유리에 쏟아지는 빗물을 둘이서 원망스럽게 바라봅니다.

그리고 내일부터는 날씨가 제발 맑게 개이기를 간절하게 기도합니다.

농사와 마찬가지로 그 규모가 크던 작던 자영업을 하는 경우도 온갖 정성을 기울여 일을 하여야합니다. 그리고 이거 아니면 죽는다하는 마음을 가지고, 조그마한 매출도 귀히 여기며, 낭비없는 운영과  절실한 마음으로 영업을 하여야합니다.

아내는 제가 없어 혼자 퇴근할 때에는 꼭 버스를 탑니다. 택시비를 주려면 얼마를 팔아야하는데 하며 생각하면 절대로 택시를 탈 수가 없답니다.

그런데 요놈의 비가 아내의 장사를 망쳐놓았습니다.


 비야!

제발 좀 그쳐라!

그리고 꼭 내려야 한다면 오밤중에 살짝 내려라!


 내일부터 날이 좋아져서 왕창 매출이 일기를 바랍니다.

며칠 공쳤던 것까지 보상해주는 매출이 기분 좋게 오르기를 바랍니다.

아내의 얼굴이 다시금 활짝 펴지기를 기대합니다.

너무나 욕심이 큰가요?

제 바람대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하여도 화를 낼 수는 없겠지요.

그저 이렇게 넋두리를 해 보는 겁니다.

마음이라도 좀 편해지는 게 좋을 것 같아서요.


 비 피해로 어려움 당하신 모든 회원님들,

이런저런 사정으로 어려움을 겪고 계신 회원님들,

그리고 그냥 마음이 울적하신 회원님들,

모든 회원님들에게 답답하고 슬프고 괴로운 것들이

억수같이 내리는 빗물에 씻기어

내일부터 개운한 나날이 있어주기를 간절히 기도드립니다.

 

 모든 회원님들

즐거운 추석명절 맞이하시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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