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3. 30. 18:41ㆍ비닐하우스
봄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어려워진다.
그러면 올해도 앙상한 뼈대만 드러낸 비닐하우스를 계속하여 텃밭에 놔두어야한다.
친구가 마침 텃밭에서 목욕실과 수도, 전기공사를 하느라 나보다도 오히려 텃밭에 있는 날이 많은지라 날씨를 보아가며 기회를 노리고 있었다.
밤에 아내에게 날씨 좀 검색하라하니, 다음날인 금요일에 바람이 없고 날씨가 좋다는 예보를 전해온다.
친구에게 새벽부터 일을 거들어 달라고 긴급지원요청을 하고 잠자리에 든다.
새벽에 일어나보니 자동차유리에 서리가 뽀얗고 개수대에 들어있는 그릇의 물은 얼어있다. 날씨가 영하이니 일하러 나갈 엄두가 나질 않는다.
아침 먹고 차를 마시며 머뭇거리다가 밖으로 나갔다.
15미터짜리 노끈 4개, 테이프, 가위, 벤치, 철사절단기를 챙겨서 0.1미리 비닐(폭 9미터, 길이 25미터, 무게 21킬로그램)과 함께 비닐하우스로 옮기니 7시 반이 지난다.
친구가 때마침 나와서 작업을 시작한다.
비닐을 꺼내 펼치니 좀 걱정이 된다.
어쨌든 비닐을 펼치고 서쪽 벽 패드에 네 군대에 비닐 끝을 임시로 패드철사를 끼워 고정을 시킨 다음 반대편 비닐 가장자리 네 곳에 노끈을 비닐테이프로 고정을 시켰다.
그리고는 노끈 끝에 주먹만한 돌을 달아서 비닐하우스 지붕을 넘겨 던진 다음 친구와 둘이 동쪽으로 던져진 노끈을 살살 당겼다. 남쪽에서 당기고, 북쪽 가서 당기고, 몇 차례를 당기고 묶는 고생을 하다가 급기야 일이 터졌다. 살살 불어오는 서풍을 맞아 지붕 위 반쪽에 걸친 비닐이 꼼짝을 하지 않고 버틴다. 할 수없이 몇 분을 기다리니 바람이 가버렸다. 다시 조심스레 줄을 당기니 비닐이 지붕의 제일 꼭대기를 좀 넘고는 또 꼼짝 안한다. 난감하다.
바람이 또 불면 어쩌나? 걱정만 할 때가 아니다. 에라! 할 수없다. 올라가서 해결을 해야지!
남쪽으로 서까래를 타고 올라가서 남쪽으로 축 늘어진 비닐을 살살 들어올리고, 친구는 줄을 살살 당기고, 북쪽으로 올라가서 마찬가지로 살살 끌어당기고, 중간으로 가서 비닐을 잡아당기고, 친구는 줄을 고정하고, 비닐하우스 서까래파이프를 타고 이리저리 위험을 무릅쓴 곡예 하고나서야 비닐이 지붕을 완전히 덥혔다.
지붕을 올린 후에 먼저 동쪽 벽 패드에 비닐을 고정시켰다. 패드철사를 조심스레 끼우는데도 이따금 철사의 탄력에 의하여 비닐이 찢겨진다. 보조비닐을 대고 천천히 꼼꼼하게 끼우려다 작업시간이 많이 더디어질까보아 그만두었다.
동쪽을 고정한 다음에 서쪽에 임시로 고정한 패드철사를 빼고 비닐 끝자락을 당기면서 패드철사를 패드에 집어넣으며 고정하였다.
모양이 그럴 듯하다.
두 시간을 노심초사하며 작업한 결과이다. 바람이 불지 않아 다행스럽게 탈 없이 지붕을 덮은 것이다.
한결 여유로운 마음에 잠시 차를 마시며 쉬는 호사를 누려본다.
양쪽(동서), 그리고 앞뒤(남북) 벽의 상단 패드철사 고정작업을 마치고 앞뒤의 아랫부분 비닐고정작업을 한 뒤에 48미리고정구(양쪽 벽면의 개폐비닐보호를 위한 끈을 묶기 위한 고리) 설치작업을 하니 벌써 해지기 직전이다.
다음날인 토요일은 하루종일 봄비가 땅을 적시며 내렸다.
온 대지를 적시며 포근한 봄을 준비하니 마늘밭의 마늘이 모두 고개를 쳐들고 본격적으로 자랄 태세를 갖추었고, 세 평되는 딸기밭도 자라나는 새 잎으로 활기를 돋우고 있으며, 부추와 달래도 새 잎을 내밀고 있다.
비에 푹 젖은 매실 120여주와 벚나무 50여주도 꽃망울을 조그맣게 만들어가고 있어 조만간 텃밭은 꽃동산이 될 것 같다.
줄기차게 내리는 봄비로 텃밭은 생기를 더 한층 발산하고 있다.
허나 비닐하우스작업은 어쩔 수없이 더 진행이 되질 못하니 좀 갑갑하다.
그냥 맥없이 쉴 수만은 없어서 비닐하우스 안의 잡초들을 정리하고 남쪽 끝 부분에 밭을 만들었다. 상추, 쑥갓, 대파를 파종하니 입이 절로 벌어진다.
비 오는 중에 비 맞지 않고 밭일을 하다니 얼마나 기분 좋은 일인가?
비닐하우스 지붕에 떨어지는 빗방울소리가 지붕을 덧대지 아니한 친구의 농막에 비추어 의외로 아주 작게 들린다.
봄비를 즐기며, 아마농군에게는 거대한 비닐하우스의 멋을 즐기며 비닐하우스 안을 거닐어본다. 차도 일부러 농막에서 마시지 않고 비닐하우스 안에서 마시며 콧노래를 불러본다.
그냥 작업을 중단하기가 아쉬워 출입문에 비닐을 고정하고, 앞뒤의 비닐 아래 부분을 흙으로 덮었다.
취미농군의 비닐 씌우는 실력이 부족하여 비닐이 팽팽하게 쳐지지를 않고 주름투성이이다. 그래도 마냥 잘생긴 녀석으로 보인다.
비닐하우스 앞뒤의 벽면을 지붕에서부터 한 번에 내려서 고정을 하려다가 주름살을 제대로 처리하지 못하여 결국은 벽 상단부분을 잘랐다.
처음부터 예상을 하고 길이에 맞추어 잘라 지붕을 씌웠다면 지붕에서 곡예를 하지 않았을 것이다. 경험과 실력이 부족한 상태에서 더구나 혼자의 힘으로 작업을 하겠다는 고집이 고생을 자초했다.
다음 주에야 비닐하우스 비닐 씌우기 작업이 끝날 것이다.
치마비닐을 아래쪽에 두르고 개폐비닐을 설치하는 작업을 한 뒤에 남쪽 상단에 환풍기 두 대를 설치하면 취미농군의 멋진 비닐하우스는 완성이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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