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 5. 23. 00:59ㆍ비닐하우스
1, 주문한 자재가 배달되었다
48mm파이프.32mm파이프, 25mm파이프, 패드, 각종 연결구 몇 자루.
농막 앞마당에 쌓인 자재를 보니 좀 질려버린다.
혼자서 메고, 들고, 끌고 하며 공사하기 좋은 자리에 운반을 하는 데 두어 시간이 걸리고 손아귀와 피멍들은 어깻죽지가 아파온다.
땅에 박을 파이프는 미리 네 자 길이로 두 개씩 잘라서 놓았다. 해머로 내려치어 땅에 밖아 구멍을 내야하기 때문이다.
저녁 무렵에 비닐하우스 자리인 직사각형의 네 변의 길이와 각도가 정확하게 맞는지 말뚝 박아 표시하여놓은 줄을 다시 한번 확인하였다.
저녁 후에 늦은 시간에도 공사시작을 어떻게 하여야 좋은지 이리저리 구상을 하고, 각종 연결구들을 어떻게 사용하고 조립을 하는지 생각해보고 만져보느라 잠을 못 잔다.
게다가 휴가내고 일 도와주기로 한 아들과 아들 친구가 자정이 넘어서야 도착을 하는 바람에 일찍 잘 수도 없었다.
2, 기둥 세우기와 도리 연결 (작업 1일차)
아침 6시 전에 깨어 공사장에 해머, 수평기, 사다리, 줄자 등을 가지고 나갔다.
말뚝을 박기 전에 빌어본다. 제발 50cm 까지는 흙 속에 큰 돌이 없기를...
남쪽 면 기둥 6개가 기분 좋게 박히고 기둥이 세워졌다. 클램프를 끼고, 사다리를 두 개 이용하여 낑낑대며 보를 얹고 보니 그럴 듯하다.
요놈들 내가 혼자 일하고 있는지 시간 반이 넘었는데도 아직도 누워들 잔다? 애들 깨우고 아침식사 간단히 하고 잠시 쉬면서, 애들은 땅에 구멍을 내라고 했다.
애들 둘이서 일하라하니 가관이다. 힘은 요령을 더하지 못하여 비실거리는 것과 같고, 진행은 제대로 되질 않고, 그런대로 진행된다 하면 삐뚤 하게 박고 있다. 마음에 들지 않아 좀 잔소리 해대고, 시범을 보이고, 그대로 따라하라고 이르고, 수시로 감독을 하며, 늙은이 직접 해머 질 하고,,, 무엇보다 수시로 안전이 최우선임을 주지시키고,,, 이래저래 애쓰다가 보니 기둥이 다 세워지고 ,,,셋이서 박수! 짝짝짝!!!
그러나 기둥이 일렬종대를 크게 벗어난 놈들이 꽤나 있다. 다시 빼고, 다시 박고, 돌에 걸리는 놈은 다시 삽질하고 돌 꺼내고 흙메우고 하니 애들 주둥이가 튀어나오기 시작한다. 까짓 비닐하우스 좀 삐뚜름하면 큰일 나나?하는 표정들이다. 흠! 어림없는 소리!
땀 흘리고 대강 (작업결과가 마음에 흡족하지 않지만, 애들이 어쨌건 서까래 올리는 데까지는 있어야하므로!) 맞추어 도리를 연결하려하니 수평이 맞지 않는다. 사다리 위에 올라서서 해머로 내리치며 수평을 맞추어가며 도리를 연결하니 날이 어두워진다.
3, 서까래 올리기 (작업 2일차)
새벽부터 일어나 애들을 깨우나 놈들은 그냥 골아 떨어져 있다. 48*32클램프를 간격(12미터에 19개를 세움)에 맞추어 조립을 해나가니 한 시간 후에야 놈들이 눈을 부비고 나왔다.
32mm 파이프로 밴딩한 서까래(길이 8M,폭 6M)는 도저히 혼자 올릴 수 없다. 그 자체로 기둥 없이 밭에 서너 개 세워 비닐을 씌우면 취미농군용 비닐하우스로는 손색이 없을 만큼 크고 튼튼하다. 무게와 길이가 다루기에 불편하여 두 사람이 알루미늄 사다리 두개로 자리를 옮기면서 8자 높이의 도리 위에 조심스럽게 설치하여야한다. 일의 요령을 모르고 경험이 없는 애들 둘이 쩔쩔 매며 진땀을 뺀다. 다 세우고 다시 박수! 짝짝짝!!!
애들이 박수치고 나니 자기들 일이 끝 난줄 안다! 천만의 말씀! 서까래를 가로질러 25mm 파이프로 세줄(중앙, 좌측, 우측) 고정을 하여야한다.
일기예보는 오후부터 비가 내린다한다. 마음이 급하다. 비가 오면 작업은 공치게 되므로 애들은 집에 가고, 혼자는 서까래 고정을 못하니 낭패다!
올려진 서까래의 간격을 다시 일정하게 조정하는 작업을 미루고 파이프를 걸어 고정하는 작업부터 할 수 밖에 없다.
좌측과 우측의 25mm 파이프 고정은 그런대로 쉽게 끝냈다. 가운데(제일 꼭대기) 고정 작업은 쉽지 않다. 애들이 좌우측 조릿대 조립을 하는 동안 궁리를 해본다. 작업대 없이 짧은 사다리 두개를 이용하여 12M길이의 25mm 파이프를 5M가 넘는 높이에 올려 조릿대로 고정하는 작업을 하여야한다!
궁리 끝에 원시적인 크레인을 동원하기로 했다. 세군데(앞, 가운데, 뒤)로 나누어 나일론 줄을 서까래 위에 걸고 한 쪽을 파이프에 묶고 셋이서 각기 한 쪽 줄을 살살 끌어당긴다. 그래서 파이프가 서까래에 닿으면 줄을 기둥에 감아 단단하게 묶는다. 그리고 일자로 편 사다리를 올라가서 조릿대로 고정한다!
사다리를 일자로 펴서 ㅅ자 형태로 걸어 애들이 사다리를 잡게 하고 내가 살금살금 올라가 본다. 서까래 중앙에 조릿대 3개 조립에 성공! 사다리를 끝 편에 이동하여 같은 방식으로 조립하고, 가운데에서 또 고정! 6차례의 사다리 이동과 원숭이 곡예를 바탕으로 작업을 마쳤다. 셋이서 또 박수! 짝짝짝!!!
서까래 올리는 일을 끝내고 점심을 먹고 나니 흐렸던 하늘에서 비가 내린다. 참! 다행이다! 중노동을 한 애들 덕분으로 혼자 할 수 없는 일을 무사히 끝내고 나니 마음이 풀어져서인지 팔다리가 욱신거린다.
애들이 집으로 가고난 후에 한적한 농막에 누워본다.
쏟아지는 비로 농막 옆 개울물소리가 더욱 커진다.
잠시 가물거리는 시간을 보내지만 잠은 안 온다.
우산을 쓰고 밖에 나가 조립된 비닐하우스 파이프를 빙 둘러가며 관찰해본다. 좀 거리를 두고 바라보니 엉망이다. 수직 수평이 어긋나있고 각 파이프의 간격이 일정하지 않아 모양이 좋지 않다. 그런 상태로 비닐을 씌우면 균형이 맞지않고 약하니 좀 강한 비바람이나 폭설로 망가지기 딱 알맞은 수준이다.
몇 차례를 돌며 살피고 손 볼 곳을 표시해 놓는다.
비가 계속 내리니 슬슬 텃밭을 거닐어본다. 농사일이 뒷전이라 텃밭은 이미 텃밭이 아니다.
잡초가 점령하여 무슨 씨앗을 뿌렸는지도 모르는 곳도 있고, 커진 감자는 주인이 북주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으며, 상추는 정식해주기를 고대하고 있다. 마늘, 고추, 고구마, 토마토, 땅콩은 여러 번 내린 비 덕분으로 주인의 손길이 스치지 않았는데도 그런대로 상태가 좋다. 매실, 벚나무, 자두, 살구 등의 묘목을 심은 돌밭은 쑥이 이미 묘목을 덮을 기세이다.
비가 계속 내리니 빈대떡에 막걸리 생각이 난다. 마을에 사는 김씨를 불러 아랫마을 밥집에 가서 술잔을 기울이며 농촌이야기를 듣는다. 소주 각일 병으로 끝내고 농막으로 돌아온다.
추적추적 비는 내리고, 개울물 흐르며 떨어지는 소리는 끊임없이 귓전을 크게 맴돌며 지나간다. 아랫집은 할머니와 강아지도 떠나 빈집이고, 내려다보이는 마을엔 불 켜진 집이 하나도 없고 세상이 온통 까맣다.
목욕을 하고 스트레칭을 뻐근하게 하고 잠을 청해보지만 잠이 안 온다.
돌탑외등에 불을 켜고 밖으로 나오니 습한 밤공기에 둘러싸인 텃밭이 내 눈엔 무척 운치가 넘치게 보인다.
비닐하우스 파이프가 모두 드러나서 눈앞을 가린다. 22평짜리 작은 비닐하우스가 되겠지만 내 텃밭에선 거대한 공룡과 같은 물건이다.
오밤중인데도 수평수직이 맞지 않는 곳, 서까래의 간격, 비뚜름한 서까래 고정파이프 등이 이 자꾸 눈에 띈다. 이 물건을 내 텃밭의 작품으로 만들 생각에 오밤중에 한 시간이나 우산 쓰고 비닐하우스 둘레를 이리저리 둘러보았다.
4, 파이프 조정하기 (작업 3일차)
기둥파이프와 도리와 보는 수직과 수평을 잘 이루어야 튼튼할 것이고 모양도 좋을 것이니 작업을 한 후에 눈에 보인 결함을 수정하여야 한다. 일을 하기 전에 나중에 고치지 않게 하는 것이 일을 잘하는 것이지만 모든 일이 어디 마음먹은 대로 그리고 순서대로 되겠는가?
비가 계속 내려 아침시간 세 시간을 농땡이 쳤다.
비 그친 후에 기둥파이프를 빼내고 다시 박고, 사다리에 올라서서 쇠망치로 때로는 쇠파이프로 내려치고 옆으로 치며 기둥파이프와 서까래의 높이와 간격을 조정하니 세 시간이 후딱 지난다.
점심을 하고는 느긋하게 돌아본다. 허! 그래도 흠이 많다.
다시 또 해머로 내리치고, 망치로 두들기고, 쇠파이프를 휘두른다. 두어 시간 더 땀을 빼고 나니 모양이 그런대로 마음에 든다.
이럴 땐 시원한 맥주도 제격이라!
캔 맥주 시원하게 단숨에 마셔대니 어지럽다. 술 마시고 일하면 다치기 쉽다. 에라! 쉬자! 농막에 누워 편한 자세를 취해본다.
-내가 뭐하는 거지?
개판농사하며 비닐하우스는 뭐 하러 지나? 써커스 한다고 그렇게 높이 지냐? ㅋㅋ 그렇게 높이 지어 뭘 기를 것이요? 그리 높으면 바람에 날아가요! 에구! 인부 좀 사서 쓰지,,. ��! 보약 값이 인부 값보다 더 들겠구먼! 송아지 기를 꺼유? 웬 기둥을 그리 높게 쓰나? 뭐하려 큰 파이프 기둥을 박는가?
파이프 두두리는 소리가 궁금하여 텃밭에 올라 온 촌 동네 사람들의 기웃거림, 빈정거림, 나름대로의 충고들과 표정들이 스치고 지나간다.
한 시간여의 졸림이 지나자 다시금 목장갑을 낀다.
해머로 각 기둥파이프의 둘레를 쿵쿵 내려쳐서 흙을 다지며 움직임이 덜 하도록 고정을 시켰다. 운동하듯 일을 하니 할만은 한데 열댓 군데 기둥 옆을 다지자 땀이 뚝뚝 떨어진다.
일부러 마실 물을 공사장에 놔두질 않는다. 물 마실 때에는 농막으로 가서 마신다. 잠시 쉬기 위한 방편이다.
기둥을 다진 후에 기둥과 바닥이 흙 표면이 닿는 데에 25mm 파이프로 기둥 전체를 이어 둘러치고 조릿대를 걸었다. 흙이 내려앉거나 일부 기둥이 내려박혀 비닐하우스 전체의 수평이 기울지 않도록 하기 위함이다. 텃밭의 흙이 어쩔지 모르겠으나 기울 조짐이 보이면 나중에 기둥과 같은 48mm 파이프로 바꾸어 보강을 할 생각이다.
# 왜 비닐하우스를 만드는가?
엉터리 자연 텃밭농사에 비닐멀칭도 하질 않는 내가 전문농부처럼 작물을 기르려고 비닐하우스를 만들 이유가 없다. 즉, 프로의 관점에서는 엉터리 농군이 비닐하우스를 만들어야 할 필요성 또한 없는 것이다.
나의 비닐하우스는 단순한 비닐하우스가 아니다.
물론 농사에 도움이 되는 비닐하우스의 용도를 부정하지는 않는다. 텃밭에 필요한 모종을 키우기도 할 것이며, 노지에서 잘 안되는 온실용 토마토 같은 작물을 길러보기도 할 것이다. 고추를 거두는 철이면 빨간 고추를 집에 가져와 태양초를 만드느라고 쩔쩔 맬 것 없이 비닐하우스에서 쉽게 말릴 수도 있겠고, 콩이나 깨를 거두어 바닥에 흘려 없애지 않고 비닐하우스에서 말리며 털어 오롯한 수확의 기쁨도 맛보려한다.
그러한 직접적인 농사목적 이외에 몇 가지의 용도를 염두에 둔다.
일간, 헛간, 놀이공간 등의 다목적용으로 사용할 물건이 된다.
텃밭에 집을 짓게 될 때에는 훌륭한 일간으로서의 역할을 할 것이고, 집을 짓고 나서 비닐하우스로 계속하여 쓰질 않을 경우 헛간으로서 역할을 수행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비닐하우스를 다 완성한 후에 시간이 좀 나고 발심이 생기면 비닐하우스 안의 한쪽 귀퉁이에 세평 정도의 흙집을 만들 것이다. 그 흙집은 나 혼자 집짓기의 습작노릇을 할 것이며 단순한 온돌방으로 만들 것이다. 온돌방은 고추건조장으로 쓰일 것이며, 때때로 등과 허리가 아픈 사람이 텃밭에 올 때에는 뜨끈하게 등을 지지며 지낼 수 있도록 만들 예정이다.
여러 가지 이유로 벽의 높이가 8자가 넘는 비닐하우스를 짓는 것이다. 나중에 일간이나 헛간으로 쓸 경우 비닐하우스 기둥 몇 군데에 각목과 송판을 붙이면 튼튼하고 쓸만한 훌륭한 건물이 될 것이다. 그 경우 비닐하우스 서까래를 들어내서 키 낮은 비닐하우스를 만들 수도 있게 된다.
# 잘못된 생각과 시행착오 몇 가지
나중에 텃밭에 혼자서 집을 짓겠다고 하는 나는 몇 가지 잘못을 범하였다. 비닐하우스 만드는 일을 너무 우습게 본 것이다. 지금 만드는 비닐하우스는 그 크기와 높이로 볼 때 내가 나중에 지을 집보다도 더 큰 것이니 당영히 집짓는 마음을 가져야하는데 작은 비닐하우스를 만드는 마음을 가졌으니 출발부터 잘못된 것이다. 너무 쉽게 생각을 하여 고생을 많이 하고 실수한 것 몇 가지가 생긴 것이다.
가, 잘못된 점 몇 가지
* 비닐하우스 설치한 경험이 전혀 없이, 교육도 받지 않고 시작을 하였다
* 남이 만든 비닐하우스를 실제로 면밀하게 관찰도 하질 않았다
* 비닐하우스 부속의 종류와 쓰임새에 대한 공부가 부족했다
* 공구류는 충분했지만 혼자서 쉽게 작업하는 데 필수적인 장비(큰 사다리. 작업대)가 부족했다
* 혼자 만든다면서 너무 큰 것을 만들었다
나, 실수 몇 가지
* 기둥 높이를 6~7자로 하여도 충분했는데 너무 높다
* 벽면 네 모서리의 처리를 엉터리로 하였다(서까래를 받치는 클램프와 기둥과 보와 도리를 이어주는 클램프를 어떻게 조립하여야 하는지 모르고 그려진 크기대로만 기둥을 박는 바람에 어설픈 조립이 되었음 : 파이프 설치를 하고 난 뒤에 수정 불가한 창피한 결과를 보임)
* 비닐하우스 설치 바닥을 수평으로 고르지 않고 눈대중으로 고르고 기둥을 박았다( 건물의 바닥 수평 고르기는 기본인데 이를 간과하여 기둥의 높이를 맞추는데 이중으로 작업하고 애를 먹었음. 구멍 만드는 파이프의 깊이 표시눈금이 제 역할을 못하는 우를 범함)
* 비닐하우스 바닥 표시 줄 외에 파이프로 정확한 바닥 직사각형을 조립한 후에 간격표시를 하고 그에 따라 기둥을 박아야 하는데, 애들 있을 때에 서까래까지 얹으려는 욕심에 급하게 기둥을 박아 매끄럽지 못한 결과를 초래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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