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 4. 21. 12:45ㆍ비닐하우스
텃밭 아랫집의 칠십 중반의 할머니는 재주꾼이다.
농사짓기엔 도사라는 호칭을 들어도 부족함이 없는 듯하다.
오랫동안의 경험에서 나오는 농사지식은 웬만한 텃밭농사관련 서적을 무색케 한다. 더구나 일본책 그대로 베껴 만든 텃밭가꾸기책은 명함도 내밀 수 없다.
현지 기후의 변화를 고려한 파종 시기의 선택은 귀신같다.
그 할머니는 절실한 상황에서 농사를 짓기에 누구보다도 더 훌륭한 농사를 하고 있다. 자식들에게 손 안 벌리고, 자식들에게 정성들인 우수한 먹을거리를 나누어 줘야 한다는 사명감과 농사일을 놓아버리면 삶의 구조가 깨지고 만다는 것을 알고 있기에 더욱 열심히 농사짓기를 계속하는 것이리라.
그 할머니는 폐자재를 이용하여 만든 아주 허름한 작은 비닐하우스를 애지중지하며 관리하고 있다. 지금은 그 속에 상추, 열무, 고구마(5월초에 심을 모종 만들기) 등이 들어있고, 제천 산골의 변덕스런 기온의 변화에 따라 비닐을 걷고 덮는 관리를 계속한다.
올해부터는 그 할머니가 아주 힘들어지게 되었다. 제초농군인 할머니의 인생반려자가 작년에 세상을 떠나셨기 때문이다.
할 수 없이 제초제와 농약, 화학비료를 더 써야하는 안타까운 현실이 할머니의 자존심을 무너뜨리고 있다.
제초제를 극구 거부하며 호미질을 하시던 노부부가 외짝이 되어 올해엔 어떻게 농사를 짓는가가 자꾸 신경 써진다.
나도 컨박스에서 쓰고 남은 앵글을 이용하여 미니비닐하우스를 만들어 보았다.
꼭 군대의 A형 텐트 같다. 두 평이 채 못 되는 초소형이다(3M*2M)
따라서 매년 객토하느니 이동하며 싱싱하게 사용하려 한다.
돌 고르고, 상토 섞고, 파종(토마토, 수박, 호박을 60여개씩)하고, 비닐을 덮고 환기구를 만드니 그럴 듯하다. 열흘이상 비울 텃밭이라 물을 푸욱 주고, 포트는 사용을 안하였는 데 좀 걱정이 된다. 그러나 그냥 노지 보다는 따스할 테고 비가 내려 표토가 파지거나 굳지를 않을 테니 어느정도 효과는 볼 수 있겠지.
할머니의 비닐하우스 보다 성능이 좋아야 하는 데 어쩔지 모르겠다.
내가 처음 농사를 해보겠다고 마음먹고 시작을 할 때에는 절대로 비닐하우스를 만들어 인위적으로 먹을거리를 기르지 않을 것이며 비닐멀칭 조차도 하지않고 잡초와 더불어 지내겠다고 했는 데....나의 나름대로의 자연주의가 조금씩 변형이 되어가고 있는게 아닌가하고 생각해 본다.
나같은 취미수준의 텃밭농사는 자연과의 어울림,무농약,무화학비료,무제초제,무멀칭이라는 기본이 허물어지면 그 의미자체가 크게 퇴색되고 만다고 본다.
갈등을 느끼며 비닐하우스는 최소한의 목적달성의 수준(모종을 구입하지 않고 직접 길러 즐거움을 맛보는 정도)이내에서 이용할 것을 다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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