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진 뽕나무 그늘

2009. 8. 19. 14:43돌밭의 뜰

 농막 옆 개울가에 뽕나무가 하나 있다.

개울 건너편에 있어 뽕나무의 임자는 건너편 밭주인이 되겠지만, 오년을 넘게 가지를 정리하고 보살펴서 농막 옆까지 가지가 뻗어 개울을 덮게 만들었다.


 요즘 같은 폭염에는 비닐하우스 그늘이나 텃밭 한 쪽에 있는 두충나무 그늘에 들어가 있어도 땀이 쉽게 마르질 않는다.

농막 안에서 선풍기를 틀어도 신통치 않고, 연못가 소나무 아래 있거나 우물가 파라솔 아래 있어도 쾌적하지는 못하다.

 요즘과 같은 폭염하의 한낮에는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뽕나무그늘 아래에서 흐르는 개울물에 발 담그고 의자에 앉아 책을 보거나 편한 자세로 눈을 반쯤 감고 비몽사몽을 즐기는 것이 텃밭 최고의 피서인 것이다.


 그런데 이주일 전에 갑자기 뽕나무가 싹둑 잘려졌다.

텃밭 아래쪽 개울가의 오디가 엄청 많이 달리는 뽕나무도 굵은 것 말고는 모두 싹둑 잘렸다.

이상해서 아랫집 주인에게 물어보니 마을 노인이 뽕잎을 따겠다고 하여 승낙을 했는데 한 치 반 넘는 긁은 가지를 모두 베어 뽕잎을 훑어갔다는 것이다.

뽕잎을 약으로 쓴다 해서 따가라고 한 것이 나무 베라고 한 꼴이 된 것이다.

 

 

 뽕나무가 다시 자라서 멋진 그늘이 되려면 아마 삼년은 지나야 할 것이다.

뽕나무 그늘 아래, 시원하게 흐르는 개울물 위에 조그만 평상을 만들어 최고급 자연피서지로 만들려던 계획은 몇 년 뒤로 미루어졌다.

지금은 해가 서산에 걸릴 즈음에야 손바닥만한 그늘과  시원한 개울물을 즐길 수 있다.

텃밭에서 모든 걸 쉽고 편하게 마음대로 즐기기는 참 어렵다.

 그나저나 뽕잎 훑어간, 아니 뽕나무 잘라간 노인의 병이나 깨끗하게 나았으면 좋겠다.

그리고 내년엔 뽕나무가 또 가지가 잘리는 수난을 당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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