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자를 보다

2015. 9. 27. 16:14손자녀석

 뒤늦게 손자를 보았다.

첫째 아들의 아들이라!

육십 칠세 노인이 되고나서야 첫 손자를 보았으니 꽤나 늦게 보았다.

아내는 연신 얼굴에 웃음을 지운다.

나도 기특한 마음에 자꾸 쳐다본다.

 

 오늘 추석이라 우리 식구 이외에도 누님과 이모네 식구들까지 함께 모여 합동으로 추석명절 차례를 지냈다.

차례를 함께 지내느라 모인 이십 여 명 중 단연 내 손자의 인기가 최고였다.

거실을 채운 친척들의 음복이 사람 사는 맛을 더했고, 태어난 지 한 달 넘은 손자를 어르고 바라보며 웃는 모습들이 왁자지껄하니 사람 사는 게 이런 거구나 하며 미소를 짓게 된다.

 

 아들내외가 따로 살아 매일 손자를 보지 못해서인지, 아내는 틈만 있으면 잠깐이라도 손자를 보느라 애를 쓴다.

며느리가 아내의 가게 일을 중심잡고 거들고 있으니, 아내는 손자 본 이후로 가게 일 때문에 걱정이 많다.

손자 보는 할머니가 폭삭 늙기 쉽다니 아내는 절대로 손자새끼를 기르지 않겠다고 하지만, 며느리가 가게일 보느라 손자를 집에 데려다 놓으면 안 볼 수는 없을 것 같다.

며느리의 친정엄마가 손자를 돌볼 형편이 아닌지라 달리 뾰족한 묘수가 없다.

나도 시간이 좀 많이 날 것이니 아내의 엄명이 떨어지면 손자새끼 돌보느라 진땀을 빼게 될 수도 있겠다.

 

 손자새끼 얻고 나니 향내 나는 껌 딱지가 딱 들어붙은 느낌이다.

좋기도 하고, 번거롭기도 하고! ㅎㅎ

작년에 무료전철승차권 받고, 뒤 늦게나마 한 달 전에 손자 보고, 이 번 주에 지난 6년간의 저축은행장 생활을 마치고나니 이젠 정말 인생3막에 들어선 것이 분명 하렸다?

어쨌든 손자를 얻어 인생3막을 시작하는 즈음에 무지 큰 변화가 찾아들었다.

아내와 둘이 살기에 드넓기 만한 아파트 공간에 손자로 하여금 사람 사는 맛과 북적대는 즐거움이 꽉 차기를 빌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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