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풀씨를 잡는다

2006. 9. 12. 02:02잡초,거름,멀칭,농약

 

텃밭이 온통 풀 천지이다.

고추, 고구마, 토마토 밭과 무, 배추, 쪽파 등을 파종한 밭을 제외한 전체가 거의 허리춤까지 자란 풀로 뒤덮여있다.

요즈음은 풀씨를 잡기에 적절한 때이다.

한삼덩굴이 씨앗을 맺으려하니 징벌을 할 수 밖에 없어 예초기를 가동하였다. 억센 가시와 덩굴이 농작물에 피해를 주니 토벌대상 1호라 부지런히 꽃대를 박살내고 줄기를 자르며 박살을 낸다.

그러다보니 옆의 바랭이풀이나 강아지풀, 그리고 이름모를 풀들이 꽃대를 세우며 때 이른 가을바람에 하늘거린다.

그놈들이 낭만적인 나의 마음을 앗아가고 약 올리는 것같이 보이는 건 예초기를 가동하면서 마음이 메말라져서인가?

내친김에 이놈저놈 꽃피고 씨 맺은 놈들을 자르다보니 아침나절과 저녁 무렵에 예초기를 세 번씩이나 사흘을 가동하였는데도 다 잡지를 못하였다.

아직도 열매가 달려있고, 꽃이 피고, 자라면서 계속하여 나에게 즐거움을 줄 고추, 가지, 방울토마토, 들깨, 부추 등을 수확하거나 인분주를 주는 시간 이외는 잡초징벌에 매달린 것이다.


재미있는 건 텃밭의 풀들도 해마다 흥망성쇠를 거듭한다는 사실이다.

삼년 전엔 대마같이 생긴 한길 넘는 억센 풀이 가시달린 씨앗을 옷에 뭉텅이로 붙이며 괴롭히더니 작년엔 텃밭 둘레를 가시 붙은 줄기가 무섭게 뻗어가는 한삼덩굴이 온통 점령하였었고 텃밭에는 강아지풀이 지천으로 깔렸었는데 올해에는 한삼덩굴의 세력이 크게 약화되었고 텃밭에는 바랭이가 많아졌고 제대로 가꾸지 않는 밭은 잎이 손톱만하고 동그랗게 생긴 놈들이 질긴 줄기를 잔뜩 뻗어 땅 위에 무릎 높이로 푹신하게 덮고 있다.

올해에는 두어 차례 풀씨를 잡고 잡초들을 자르며 분탕질을 할 것이기에 풀들이 텃밭에 두툼하게 깔리고 덮여져 아마도 내년에는 텃밭이 옥토로 변할 것 같다.


내년에도 텃밭은 로타리를 치지 않을 것이다.

텃밭에 로타리를 치고 나면 온통 풀밭이 된다. 땅속에 그리고 흙 표면에 널려있는 각종의 풀씨들이 파종된 것과 마찬가지이니 잡풀들이 더 잘 자랄 수 있게 되는 것이다.

텃밭에 농작물을 심어 3년쯤 되면 잡초의 가지 수가 많이 줄고 잡초들의 세력도 많이 약화된다.

따라서 텃밭 규모의 농사에서는 적당한 노동력을 투입하여 호미나 낫 그리고 때에 따라서는 예초기를 사용하여 잡초들을 적절하게 제어하며 농작물을 기를 수 있어 제초제를 만지지 않아도 된다.

텃밭에서 자라는 잡초들은 아주 유용하다.

베어낸 풀을 피복하면 흙의 보습을 돕고 미생물과 벌레들의 번식을 도와 텃밭의 흙을 아주 부드럽게 만들고 장기적으론 거름이 되며, 잡초들이 적절하게 자라는 이랑은 어지간한 집중호우에도 텃밭의 황폐를 막아준다.

올해에는 300여주 심은 고추밭에 목초액이나 우유 등 어떠한 것도 뿌려주지 않았다.

그래도 병들어 죽은 고추는 하나도 없고 만족스런 수확을 하였고 하는 중이다. 물론 병든 고추와 벌레 먹은 고추를 꽤 많이 따서 버렸지만 그 정도는 감안하고 텃밭을 가꾸니 별일이 아니다.

텃밭은 태평농법, 자연농법, 친환경농법, 무슨 농법 등 잡탕농법이다. 어쨌든 텃밭은 화학비료와 농약, 그리고 제초제와 비닐멀칭을 삼년간 맛을 못 보았고 잡초가 그런대로 대접받으니 이를테면 게으르고 무식한 옛날농법만을 맛보는가보다.

텃밭이 주인을 잘못 만나서 맛있는 걸 못 먹고 자연만을 먹고 사는가보다.


출처 : [공식]♡귀농사모♡
글쓴이 : 石田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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