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 11. 16. 17:01ㆍ잡초,거름,멀칭,농약
텃밭에 거름기는 분명 한정이 되어있을 것이다. 잡초가 매년 푸짐하게 자라주지만 자라서 수시로 베어진 잡초 자체가 거름의 역할을 하려면 몇 년이 지나야 될 것이다. 아무리 인분주를 열심이 준다하여도 내가 소량 생산한 것이니 턱없이 부족하다. 물과 햇빛, 그리고 화학비료 끼가 없는 흙만으로 소출을 많이 얻으려는 심보는 도둑의 마음이 아니고 무엇이랴?
내년부터는 텃밭에 거름을 좀 더 주려고 생각하고 있다. 지금까지는 농협퇴비를 어쩔 수없이 사서 썼지만 마음 같아선 그도 쓰고 싶지가 않다. 주성분이 돼지 똥이고 발효된 상태도 내 마음에 흡족한 수준이 아니기 때문이다. 좋은 거름을 만드는 방법을 서너 가지 생각해 보았지만 쉬운 것은 없다. 모두가 머리 쓰고 땀 흘리고 부지런을 떨어야하기 때문이다.
텃밭에서 얻은 농작물만큼의 무언가 거름이 되는 부스러기를 텃밭에 돌려주어야 다음 해에도 변함없이 즐거운 소출을 얻게 될 것이 뻔한 이치인데 거름을 안 줄 수가 없다.
인분주는 주원료 공급처가 나와 내 친구고 그나마 내 친구는 생산을 별로 하질 않아 항상 공급이 딸려서 마트의 정미기를 담당하는 아줌마에게 손을 비벼 틈틈이 얻어오는 미강을 듬뿍 섞어서 만들고 있으며, 생산된 고급 인분주는 고추와 부추, 그리고 상추 등의 채소에 한정적으로 아끼며 주었다. 내년에도 인분주의 생산량이 늘 수는 없어 여전히 아끼며 배급을 하여야한다.
올해 잘 만든 태양초를 방앗간에 가지고가 김장꺼리로 빻았다. 기다리는 중에 방앗간 한쪽을 보니 기름 짜는 기계가 놓여있다. 주인에게 깻묵을 좀 살 수 있겠냐고 물으니 웃기만 한다. 사정을 알아보니 요새는 깻묵이 둥그런 덩어리로 나오질 않고 대팻밥처럼 나와 부스러지니 쌓아놓고 팔지도 못하며, 텃밭농사 하는 동네 할머니와 극성스런 아줌마들이 깻묵가루가 나오기 무섭게 공짜로 자루에 담아간다고 말하며 나보고 알아서 잽싸게 가져가라고 한다. 아무리 공짜도 좋지만 어찌 할머니나 아줌마와 방앗간 문간에서 고개 빼고 기다리다 싸우며 깻묵가루를 뺏어올까? 방앗간 주인을 살살 달래 어찌 방법이 없겠냐고 사정하니 다음날 기름을 짜니 오후에 가져가란다. 텃밭거름 다 만들어 놓은 기분으로 고추를 빻아 왔으나 다음날을 까먹고 지나쳤다. 그 다음 날 알아보니 남은 건 한 움큼의 가루 뿐!
엊그제 닦아 놓은 마른고추를 또 빻으러 방앗간에 갔다. 고추자루 건네고 기름 짜는 기계를 보니 아래로 시커먼 깻묵가루가 잔뜩 쌓여있다. 내가 쓰겠다니 방앗간 주인이 미소를 짓는다. 바닥을 싹싹 쓸어 두어 자루 담아온 것이 쌀 한가마보다 더 무겁다. 욕심 같아선 그렇게 예닐곱 차례는 담아 와야 내년 텃밭농사를 콧노래 부르며 즐길 텐데 몇 번이나 깻묵가루 수집에 성공할지 모르겠다. 공짜 깻묵가루를 나 혼자 낚아채오면 나 혼자는 좋겠지만 목 빼고 기다리는 동네 할머니와 아줌마는 얼마나 속이 상할까? 방앗간 주인이 내 아들과 초등학교동창이라 윽박지르기 편하고 조그만 선물 좀 주면 나 혼자 독점하여 깻묵가루를 가질 수는 있겠지만 그렇게 하려니 마음이 찜찜해진다. 동네 할머니와 아줌마들의 허탈한 표정이 그려지니 내 못할 일로 마음을 굳혔다. 아무래도 돈 주고 마음 편하게 깻묵가루를 사는 방안을 찾아야겠다.
어쨌든 간에 내년에는 텃밭의 비닐하우스 안에 깻묵가루 발효되는 냄새가 진동을 할 것 같다.
집에서 나오는 고구마, 과일 등의 껍질은 잘 마르기도 하고 냄새도 괜찮아 모아놓고 있다가 텃밭에 갈 때는 꼭 가지고 간다. 텃밭의 거름으로 사용하기 좋은 것이기에 음식물 쓰레기로 가치 없게 버릴 이유가 전혀 없는 것이다. 좀 더 나아가 그러한 마른 것 이외에도 최소한 내 집에서 나오는 음식물쓰레기를 텃밭에서 고스란히 활용하는 방안을 생각하고 있다. 집에서 음식물찌꺼기의 염분을 빼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니 텃밭까지의 운반만 해결하면 될 일이다. 텃밭에 비닐하우스가 완성되면 음식물찌꺼기로 지렁이 사육을 해서 분변토를 만들어 보려고 한다.
내년엔 인분주, 깻묵거름, 분변토, 그리고 잡초로 텃밭이 좀 기름지게 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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