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4. 2. 20:53ㆍ나들이
인천 살면서 섬을 가본지가 언제인지도 모르겠다. 인천대교가 생기면서 영종도와 용유도는 몇 번 갔지만 자동차를 타고 가는 곳이라 섬기분이 안 들고 바닷가의 맛만 보는 정도였다. 일요일 딱히 할 일이 없기에 조회장님과 시도를 가기로 했다. 가는 김에 조회장님 친구와 사촌동생이 동행하기로 했다.
영종도 삼목선착장 맞은편에 보이는 신도 바로 옆 섬으로 다리로 연결되어있고, 시도와 바로 옆 섬인 모도가 또 다리로 연결되어있다. 모도 옆 섬이 장봉도인데 장봉도는 배를 다시 타야한다. 영종도와 신도를 다리로 연결하고 또 북쪽의 강화도를 다리로 연결한다는 바람에 신도, 시도, 모도의 땅값이 엄청 올랐었던가보다. 지금도 섬 땅치고는 매우 비싼 수준이다.
삼목선착장에서 10여 분이면 신도에 도착하는 거리이니 아마 2 킬로미터쯤 떨어져 있을까?. 신도와 장봉도를 오가는 페리는 승용차가 60여 대 승선할 수 있는 큰 배이다.
섬 나들이 하는 여행객들이 과자를 던지자 갈매기들이 난리들이다. 공중에서 기가 막히게 받아먹는 녀석들, 바닷물에 아예 첨벙 들어가 줍는 놈들, 어떤 녀석들은 사람들이 손에 쥐고 있는 과자를 잽싸게 낚아 채가기도 한다.
섬 나들이 하는 여행객들은 대부분 등산복차림이고 가족끼리 온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이따금 버스를 타고 단체로 섬 구경을 하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보아 접근성이 좋은 인천 가까이 있는 섬의 풍광을 보러 오는 이들이 많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우리는 단지 염전을 보러가는 것이기에 세 섬 구석구석을 돌아볼 의향은 없었으나 섬에 들어간 김에 연속극 촬영을 한 곳도 둘러보고, 해수욕장에 다가가 좀 더 진한 바닷바람을 들이키기도 했으며, 문화적 욕구를 채우느라 조각품 전시장도 들어가 보았다. 촬영 셋트장은 아마도 비어있던 펜션이나 카페 같은 곳을 이용했던 것 같은데 제대로 매끈한 모습을 볼 수가 없었다. 어느 곳은 매표소도 있었지만 지키는 이도 없고, 건물 안에 들어갈 수도 없으려니와 바로 옆에 짓다 만 건물이 흉하게 그대로 있어 좋은 경치까지도 망쳐버렸다. 듬성듬성 다녀가는 여행객들은 고개를 기웃거려 보지만 별 볼일이 없는지 바닷가 쪽 송림 아래로 가서 준비해온 도시락을 먹는다. 여름철이 아니고 성수기가 아니라 그런지 드라마 촬영지는 쓸쓸한 기분까지 들은 곳이 많았고, 무리지어 다니는 여행객들에 비추어보아 섬 안에 식당이나 편의시설이 매우 모자란 듯하다. 그러나 면사무소에서는 다리 난간에 예쁜 꽃화분을 설치하여 여행객을 즐겁게 하였고, 생각보다는 길이 좋아 자동차를 타고 다니기에 전혀 불편이 없었다.
현재의 시도염전은 너무나 허술한 모양을 하고있다. 한 눈에 보아 깨끗하고 매끄러운 모양이 아니다. 염전 진입로부터 지저분하고, 바닷물을 가두는 저수지, 바닷물을 증발 시키는 증발지, 소금결정을 만드는 결정지 등이 깔끔하게 다듬어지지 않았다. 그리고 소금창고는 소금을 보관하는 곳인데도 깨끗하지 못하다. 좀 과장되게 말하면 결벽증 있는 도시의 주부들이 염전을 구경하러 들어왔다간 눈살 찌푸리고 갈 정도의 수준이라고나 할까?
진입로, 통로, 시설, 주변이 흠잡을 데가 없을 정도로 정갈하고 예뻐야 오가는 여행객들의 관심을 끌고, 관심 있는 사람들이 소금 한 봉지라도 더 사갈 것 아닐까? 위생적으로 관리되는 시설, 운치 있게 보이는 각종 시설의 배치, 여행객이 염전을 돌아보는 여유로움, 소금을 긁어모아보는 신기함, 천일염을 만져보고 포대에 넣어보는 재미, 작은 봉지에 담은 소금이나마 즐거운 마음으로 배낭에 담아가보는 맛! 이런 맛들이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거기 더하여 넓은 염전을 멋진 나무와 꽃밭, 그리고 곳곳에 쉼터를 만들어 치장하면 시도의 크나큰 명물이 될 듯싶다. 8만여 평에 현대적이고 위생적인 소금생산시설과 멋들어진 테마가 곁들여진 주변시설을 갖추면 시도의 새로운 볼거리로서 명소를 만들 수 있을 것 같다. 그런 명소에서 정성껏 소금을 생산한다면 작은 염전이긴 하여도 그 소금은 아마도 요즘 한창 각광받는 신안소금보다 더 좋은 명품 소금이 되지 않을까?
ㅎㅎ 염전이 내가 근무하고있는 인천저축은행의 주주님 소유라 잠시 이유 있는 공상을 해보았다. 인천저축은행 다음에는 '강원염전레저타운'에서 근무 한 번 해볼까나? ㅎㅎㅎ 아마 염부가 되고나면 몇 만평 전답도 일구는 농부도 겸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면 이래저래 노년이 무지 재미나고 바쁠 것이다. 구리빛 얼굴과 탄탄한 몸집을 가진 싱싱한 늙은이의 모습이 떠올려진다.ㅎㅎㅎ
바닷바람 선선하게 불어오는 석양 아래,,, 숯불 벌겋게 피워놓고,,, 삼겹살과 망둥어코다리 올려 익혀가며,,, 직접 담근 동동주 큰사발 가득 부어,,, 크윽! 카! 신김치 크게 입에 넣고 씹으며,,, 맘맞는 친구서넛이 인생을 노래한다!
날 좋으면 소금 밀어 거두고,,, 비오는 날이면 호미자루 쥐고 밭에 나간다.
오늘 밤에 실현가능성 전혀 없지도 않은 일을 이리저리 생각하느라 잠을 제대로 자려나 모르겠다.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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