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7. 26. 23:50ㆍ농사
농사의 즐거움은 씨앗을 땅에 떨어뜨리며 파종을 할 때부터 시작이 되며 떨어뜨린 씨앗이 기대에 어긋나지 않고 터져서 새싹이 흙 위로 고개를 내밀 때에 미소를 짓게 한다.
좁쌀같이 작은 씨앗을 투박한 손가락으로 조심조심 잡아서 육묘장으로 만든 조그만 밭이나 잡풀을 정리하여 깨끗하게 만든 이랑에 갈퀴로 긁듯이 골을 내고 떨어뜨리고 나면, 어느 골에는 씨앗을 뿌렸는지 모르고 한 먼 더 뿌리는 경우도 있고, 어느 경우에는 너무 성글게 씨앗을 떨어뜨려서 싹이 트고 나서 솎음단계에 접어들 때면 모양이 반듯하지 못한 밭을 보고서야 파종실력이 형편없음을 인정할 때도 있다.
많은 종류의 씨앗은 좁쌀보다 작으나 호미나 칼퀴로 살짝 긁어 만들은 골에 적당한 간격을 유지하며 씨앗을 떨어뜨리는 데에 별로 큰 어려움이 없다.
안심이 되지 않는 경우에는 작은 씨앗을 마른 흙과 섞어서 골에 흩어 떨어뜨리면 보다 넓고 고른 간격을 유지하며 발아가 되는 것을 유도할 수 있다.
어찌 생각하면 좀스럽게 뭘 그리 따질까하며 푸지게 씨앗을 떨어뜨리고 나서 새싹채소를 즐기는 낙천적이면서도 현명한 방법도 있으니 작물의 파종은 텃밭주인마음대로 하는 것이 정답이 아닐까한다.
* 대파씨앗을 뿌린 육묘장. 좀 더 자라면 크고 굵게 키우기 위해 이사를 시켜야한다. 5월에 떨어진 토종고추씨앗이 싹틔어 자란 놈이 둘이다. 이 두녀석은 뿌리를 당초부터 깊숙하게 내리고 있어 지주를 박아줄 필요가 없다. 그런데 너무 늦게 발아되어 빨간 고추가 달릴 지 모르겠다.
* 저절로 자란 들깨가 모종으로 심은 것보다 더 튼실하게 자라고있다.
자연재배의 농사방법을 택하여 작물을 기르는 데에는 밭에 직파를 하는 것이 파종의 원칙이라고 볼 것이다.
포트를 이용한 육묘는 주기적인 물 관리, 햇빛 관리, 온도관리 등 프로농군의 수고를 필요로 하니 취미농사를 하는 이에게는 오히려 번거롭고 어려운 작업이 된다.
어찌 보면 풀밭을 정리를 하고나서 씨앗을 적당히 흩어서 흙 위에 떨어뜨린 후 끈질긴 생명력으로 발아에 성공한 녀석들을 어루만지며 놀면서 즐기는 방법이 자연의 섭리에 맞는 것이므로 자연재배를 하는 이들이 즐겨 선택하는 방법이 되는 것이다.
아무리 그래도 씨앗을 떨어뜨리는 때가 있고, 떨어뜨린 씨앗을 어느 정도 돌봐주는 정성이 있어야 발아가 되며, 발아된 어린 싹들이 제대로 자랄 여건이 마련되어야함으로 파종한 밭주인은 수시로 눈길과 손길을 주어야한다.
흙이 살아있는 좋은 밭에서 좋은 종자로 직파하여 싹튼 작물은 일반적으로 그 뿌리가 튼실하며, 병충해에도 강하고 한다.
자연재배의 관점에서 보면 씨앗의 직파로 작물들이 뿌리를 많이 키우고 땅속에 깊게 박는 유리한 점이 있다.
그렇게 자란 작물들은 대체로 병충해에 강한 면이 있어 자연재배를 하는 이들은 가능한 한 모종을 시중에서 사다가 정식하기 보다는 양호한 밭의 환경을 최대로 활용하여 씨앗을 직파하기를 선호하고 있는 것이다.
* 호박모종도 흔치만 토종호박 씨앗을 풀더미 아래쪽에 심어보았다. 좀 늦지만 줄기 뻗는 기세가 아주 좋다.
* 토종오이씨앗 직파후 얻은 세 녀석이 자라서 노각을 달고있다. 씹는 맛과 상큼한 오이향이 일품이다.
요즘은 수많은 작물들이 포트를 이용한 모종으로 키워져서 밭에 정식되어 재배되는 세상이므로 텃밭농사를 즐기는 건 아주 쉬운 일이라 하겠다.
그 만큼 농사를 하는 이들의 수고를 덜어 편하게 하고 있고, 작물들이 쉽게 크는 듯 보이지만 작물들의 일생이란 관점에서 보면 결실을 맺기까지 두세 번까지 이사를 하는 어려움에 처하기도 한다고 볼 수도 있다.
모종들이 강제로 이사당하면서 생육에 큰 역할을 하는 뿌리를 다치고 달라진 생육환경으로 병충해에 더 많이 시달림으로 인해서 농약을 더 많이 바르고 먹는 고통도 이겨내야 한다.
농사를 쉽게 하고 모종을 구매하는 사람들의 편의를 도모하느라 모종들이 시달리고, 약해진 체질로 인하여 더 많은 농약과 영양제 등을 처방받아야하는 어려움을 겪는 측면도 있으리라고 본다.
귀찮은 일일 수도 있으나 텃밭에 씨앗을 가능한 한 많이 직파함으로써 작물들이 세상에 태어나면서부터 튼실하게 자라고 병충해에 강하게 환경을 조성하면 화학비료나 농약을 쓰지 않아도 작물들은 부족하나마 주인이 먹을 만큼의 결실을 만들어 즐거움을 선사한다.
취미로 텃밭농사를 즐기는 이들이라면 과감하게 관행농법에서 벗어나 씨앗직파를 늘려가면서 자연재배의 길을 걸으며 부족하지만 소박한 즐거움을 얻게 된다면 텃밭농사를 하는 참맛과 행복을 진정 알 수 있을 것으로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