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깨 정식

2019. 6. 5. 22:17농사

 어설픈 농사꾼이 밭에 가면 언제나 할 일이 많이 보인다.

제일 눈에 밟히는 것이 잡초 밭이다.

매실밭쪽으로 가려면 잡초로 우거진 널찍한 밭을 지나야 하는데, 작년에 들깨를 심었던 밭도랑 옆으로 잡초돌밭이 길쭉하게 뻗어있다.

말이 밭이지 매년 고라니들이 들어와서 집을 몇 차례 만들고 새끼를 기르면서 내 밭 남쪽에 있는 프로의 밭에 난 작물들의 새싹들을 넘보고 있는 망초 풀밭이다.

시간이 나서 예초기를 세 차례 돌려 작년의 마른풀과 올해 자란 풀들을 쓸어버렸다.

뿌리까지 캐어낼 수는 없는 노릇이고 두어 차례 잡초들을 지면에 가깝게 바짝 밀어내면서 돌들을 걷어내니 푹신한 느낌의 감촉을 가진 그런대로 괜찮은 밭이 만들어졌다.

들깨를 심기에는 빠른지라 들깨는 뒤로 미루고 때마침 제천시장에서 많이 보이는 참깨모종을 두 판 샀다.

괭이로 풀의 퇴적물을 걷어내면서 길쭉하게 골을 파내니 흙은 모종심기에 알맞게 부드럽고 수분이 적당하다.

요새 가뭄이 계속되는 지라 골에 따라가며 연못물을 흠뻑 부어주고 난 뒤에 들깨모종 250여개를 심어주었다.

잘나낸 풀들의 잔해를 참깨모종주위에 덮으니 정식 후의 모양이 흡족하다.

 게으른 농부가 잡초를 이용하여 보습하면서 자연상태를 최대한 살려 얼렁뚱땅 12평 참깨밭 하나를 쉽게 만들은 것이다.

참깨밭은 잡초밭 그대로인 평 이랑으로 하면서 줄 사이를 두 뼘 넘는 넓이로 하여 예초기로 풀을 쉽게 제어할 수 있게 하였고, 포기 간격은 밭이 큰지라 한 뼘보다 넓게 잡아 주었다.

 별도의 거름도 안 주고, 경운도 안하고, 잡초들의 뿌리도 그대로 놔두고, 비닐멀칭도 안하고 밭주인 맘대로 판 벌려놓은 참깨밭이 아주 마음에 든다.

다음날 오후에 날이 섭씨30도로 뜨거운데도 참깨모종이 아주 싱싱하게 버티고 있는 것을 보고는 올해 참기름 좀 맛나게 얻어먹을 수 있겠다는 욕심을 가져보았다.

2019.6.3

'농사' 카테고리의 다른 글

풀밭 다듬기  (0) 2019.06.25
유월초 텃밭  (0) 2019.06.09
실패한 토종고추모종내기  (0) 2019.05.09
봄을 맞은 텃밭  (0) 2019.04.24
베란다는 토종고추육묘장  (0) 2019.03.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