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5. 18. 16:12ㆍ마음, 그리고 생각
아내가 구멍가게를 한 지 16년!
내가 은행을 명퇴하기 두 해 전에 다섯 평 크기의 구멍가게를 열어 아내가 그 간 고생도 참 많이 했지만 가게가 알차게 커가는 맛에 즐거움도 컸었다.
구명가게라도 작은 브랜드이지만 나이키키즈 대리점 중에서 매출액 일등을 오래도록 하였고,
구멍가게라도 월급 받는 직원들이 네 명이나 되었으며,
크기가 제일 작은 대리점이라도 언제나 반질반질하고 깨끗하게 정돈된 가게 였었고,
남편인 내가 6년을 텃밭에서 뒹굴어도 아내는 내가 기죽지 않게 웃음으로 대하며 모든 일에 용기를 불어주게 하는 일터였는데,,,,,,.
그 구멍가게는 부업이었다가 나중엔 생업으로 바뀌었고,
생업으로 유지하는 동안 나는 부족한 살림살이를 하는 중에서도 남 보기에 한량같이 내 인생을 즐겼고,
덕분에 내 인생 한심스럽게 생각하지 않고 6년을 지내다가, 다시 또 6년을 근로소득세를 내는 영광을 누렸으며,
아내는 무엇인가 스스로의 보람 있는 일을 한다는 자부심을 가지고 구멍가게를 멋지게 유지했었는데,,,,,,.
그랬던 아내의 구멍가게는 대형마트의 번창, 아울렛의 난립, 인터넷판매의 증가, 브랜드파워의 감소, 인근상권의 침체, 소비자심리위축 등의 여러 가지 빠른 변화로 2년 전부터는 손쓸 수 없는 적자상태로 빠져들었다.
고심 끝에 빛이 많이 늘기 전에 가게를 정리하는 것이 상책이라는 결론을 내고는 올 초에 대리점 폐쇄신고를 하고 재고정리수순을 밟았다.
그런데 구멍가게라도 상품재고는 생각보다 엄청 많아 걱정이 많았다.
반값, 헐값에 팔아치우더라도 재고를 처리하는 것이 급선무인지라 지난 어린이날 즈음부터 대폭쎄일을 한 결과 다행이도 별 부담 없이 가게 문을 닫을 수 있게 되었다.
많은 자영업자들이 장사도 안 되는데 하늘 쳐다보며 경기가 좋아지기를 기다리다 많은 빚더미에 짓눌려 영업을 던져버리는 경우가 허다한 요즘에, 아내가 빚 늘기 전에 마무리를 하게 되었다는 데 감사하는 마음뿐이다.
이젠 정말로 인생 삼학년에 접어든다.
일거리와 어느 정도의 소득은 인생을 풍요롭게 하는데, 앞으론 소득이 줄어든 입장에서 나이는 칠십 줄로 달려가니 마냥 태평스러울 수가 없게 되었다.
주변의 남들과 달리 가지고 있는 재산이 별 볼 일 없지만, 그래도 마음은 언제나 부자로 살아왔다.
돈 많은 서울부자인 친구나 지인들이 점심값 안내려고 바동대는 것을 보며 혀를 차며 웃어온 나는 내 생활을 어떻게 하여야하는가 이제와선 다시 또 곰곰이 생각해본다.
언제고 그 주변서 맴돌면서 생각해 왔던 대로 답이 정해져있다.
텃밭!
그게 답이다.
텃밭에선 돈 같은 거 걱정이 없다. 있으면 좋지만 없어도 없는 대로 얼마든지 지낼 수 있다.
도시에 살면서 돈 없이 지내려면 고통이 따른다.
돈 없이 다니면서 얻기만, 받기만을 한다는 건 더욱 못할 짓이고,
그것이 싫어 아예 집안에 틀어박혀 지낸다면 그야말로 폐인이 되는 거와 같을 것이다.
내 경우는 그런 거를 걱정할 일이 없다.
내 놀이터에서 내 맘대로 뒹굴며 땀 흘려 일하며 수양하는데 남을 의식하지 않고 나름대로 편하기 그지없다.
그래서 남들 없는 텃밭을 취미거리로 가졌다는 것이 얼마나 큰 축복인지 모르겠다.
아무튼 이제부턴 텃밭경영이 내 인생의 주요과제로 잡았으니 지나간 세월을 던져버리고 앞으로의 생애경영에 전념할 구상을 차질 없이 하여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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