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초텃밭

2010. 7. 12. 21:42농사

 한 달이 거의 다 되어서 간 텃밭은 온통 잡초로 덥혀있다.

아무리 바빠도 그렇지 4주간을 그대로 내깔겨버리다니 한심하기 그지없다.

그러고도 텃밭에서 뭘 거두겠다고 두리번거리는 텃밭주인이라니!

 

 * 텃밭은 온통 개망초 천지다. 좀 있으면 고라니가 둥지를 만들게다.

 

애당초 올해는 고구마와 고추 두 가지 만을 심었다.

고구마는 별로 손을 쓰지 않고도 먹을 만치 거둘 수 있다고 생각하였고,

고추는 텃밭에서 얻는 풋고추의 싱싱하고 매운 맛에 취하여 도저히 포기할 수 없는 녀석이라 버릴 수가 없었다. 그리고 잘 하면 깔끔하고 멋진 맛과 색깔을 가진 태양초의 화려함 또한 버릴 수가 없어서였다.

 

 

 

 주인의 보살핌을 받지 못한 고추가 제대로 자라지 못하리라는 것은 분명한 이치라 한 밤중에 텃밭에 도착하고 아예 고추밭에 전등을 비쳐볼 생각도 하지 못했다.

그리고 아마 이 주 전 쯤에 벼락을 만난 농막은 전기 차단기가 작동되어 단전이 되는 바람에 냉장고에 있던 먹을거리들이 온통 부패하여 냉장고 청소를 하느라 한 시간여를 허둥대는 바람에 깜깜한 텃밭을 볼 여유도 없었다.


 텃밭에선 언제나 늦잠을 자는 법이 없다.

새벽에 깨어 환한 텃밭을 둘러보니 상쾌한 기분에 더하여 신바람이 났다.

잡초에 묻힌 고추가 비실거리고 죽어가는 것이 아니라 싱싱하고 탱탱한 풋고추를 그루마다 열댓 개씩 달고 텃밭주인을 맞이하니 말이다.

고구마 또한 그런대로 싱싱하게 줄기를 뻗어낼 준비를 하고 있다.


 며칠 전에도 비가 왔는지 텃밭의 흙이 촉촉하여 잡초 뽑는 게 아주 쉽다.

잡초를 취고 호미로 긁으면 한 줌의 잡초가 통째로 뿌리째 뽑히니 제초 작업하는 게 일도 아니다.

 

 

 

 신나게 제초작업하며 150여 주의 고추를 돌보니 밤이 다가온다.

세 번 옷 갈아입고 세 번 샤워를 하고나니 찌든 도시의 공해에서 벗어나 상큼한 산골짝이의 공기를 들이키는 맛이 이루 말할 수 없이 좋다.

 돼지고기와 두부를 넣고 푹 끓인 김치찌개와 풋고추로 허기진 배를 채우니 세상에 부러울 것이 없다.

 

 

하루 종일 울어대는 뻐꾸기 소리가 자장가다.

그래도 잠자리에 들기 전 텃밭의 작은 적막강산을 즐기는 버릇을 놓칠 수는 없다.

장맛비를 부르는 구름이 온 세상을 덮고 서늘한 밤공기가 텃밭주인을 에워싼다.

어둠을 밝히는 텃밭의 돌탑외등은 더욱 운치가 있어보인다.

 


 새벽에 빗소리에 깨었다.

 고추밭을 보니 쓰러진 녀석이 댓 놈 보인다.

제초작업으로 고추의 뿌리도 힘 받는 데 지장이 있어 비가 계속되면 많은 녀석들이 넘어질 것 같다.

부랴부랴 고추 끈 설치작업을 하며 땀을 뺀다.

고추밭이 밭다워졌다.

생각 끝에 달린 풋고추를 몽땅 거두었다.

또 한 달 후에 올 것이니 잘 익은 고추라도 제대로 버틸 수가 없을 것이다.

풋고추로 제구실 할 때에 거두는 것이 훨씬 좋을 것이다.

 


 귀가하느라 시간에 쫓기어 고구마 밭 손보기가 어려워 예초기로 대강 쓱쓱 잡초를 베어내고 말았다.

아무리 텃밭주인이 미안한 마음을 가지고 가더라도 고구마들은 화가 날 것이다.

고구마 거두기가 매우 어려우리라.

 * 크으! ㅎ 텃밭 농막에 새로운 족보가 달렸다.

 * 앵두도 따먹는 이가 없이 .... 맛이 좋은데!

 * 잘 익은 보리수는 마냥 먹을만하다. 한 소쿠리 달려있는 걸 그냥 놔두고...

 * 이 사과 먹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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