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5. 9. 20:53ㆍ농사
지난 3월말에 텃밭에 사과와 복숭아 등 사십여 그루의 유실수를 심은 후 한달이 넘어서야 겨우 텃밭을 찾았다.
냉해를 피하기 위해 고구마와 고추를 5월 첫 주를 보내고서야 정식을 하는 곳에 텃밭을 가지고 있긴 하지만 이제야 텃밭 흙을 만지다니 좀 심했다.
텃밭을 하는 이로서 무척 창피스러운 일이다.
이 주일 전에도 영하의 날씨를 기록한 텃밭이지만 지금 텃밭은 온통 푸르게 덮여가고 있다.
곳곳에 민들레와 씀바귀들이 떼를 지어 자라고, 민들레 홀씨는 하루 종일 바쁘게 홀씨를 날리고 있는 중이다.
농막 앞 통로는 온통 냉이가 판을 치고, 마당은 노랑민들레가 부지런히 꽃대를 올리고 있다.
돌탑외등에 정착한 담쟁이덩굴은 예년과 달리 벌써 돌탑을 온통 에워싸고 있어 올해는 한층 멋스런 외등임을 뽐낼 것 같다.
* 온통 냉이 투성이....
* 연못가의 금낭화와 하얀민들레
* 농막 앞의 연산홍은 이제 피기 시작하고...
* 올해는 민들레가 극성스럽다
* 담쟁이덩굴이 외등을 완전히 에워싸고...
금요일 밤에 텃밭에 도착했다.
마침 친구가 미리 와서 텃밭을 즐기는 지라 간단히 농막 청소를 한 후 저녁을 같이 하였다.
지난해에는 주로 내가 텃밭에서 뒹굴며 지냈지만, 올해부턴 친구가 많은 시간을 텃밭에 투자를 하고 있다.
친구가 텃밭작업을 야금야금 계속하고 있어 황량하였던 친구 텃밭이 윤기가 나면서 밭 같은 모양을 갖추어 보기가 좋아졌다.
* 친구 텃밭이 아기자기하다
* 친구 연못가에 핀 멋진 조팝나무
토요일 새벽에 일어나 해질 때까지 중노동을 하였다.
밭이랑을 대강 만들고 두둑에 있는 풀을 대강 손 본 후에 호박고구마모종 세 단, 고추모종 네 판을 심고 나니 녹초가 되었다.
자주 텃밭을 들르지 못하고 한 달에 두어 번 텃밭 일을 하여야 하니 손길을 많이 주어야 하는 작물은 아예 포기하고, 텃밭주인의 손길이 게으르게 스쳐가도 조금이나마 열매를 줄 것 같은 고추와 고구마를 선택하여 텃밭에 입주를 시킨 것이다.
생각과 같이 그 녀석들이 텃밭주인의 얼굴에 웃음을 주리라 기대하면서 정성스레 심었다.
한달에 두 번씩 풀을 뽑아주면 웬만큼은 자라 줄 것이라고 믿으며 육십여 평 텃밭에 삽질과 호미질을 해대니 온몸에 몸살이 번진다.
농막의 차광막과 비닐하우스 가는 곳의 터널도 그냥 버려둘 수가 없어 수세미와 호박 모종을 몇 개씩 심었다.
* 농막과 비닐하우스 사이 다섯 두둑에 고추와 고구마 정식
* 점심은 이렇게... 두릅을 바로 따서 데쳐서...
* 올해 매실은 한 관 쯤 딸 수 있으려나?
* 차광막과 터널을 덮을 수세미
* 사과 열 개 쯤 열리려나?
오랜만에 듣는 소쩍새 소리와 개울물 소리는 피곤한 텃밭나그네의 심신을 적막강산의 농막 속으로 이끄니 어느새 상큼한 산골짝이의 새벽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