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4. 27. 23:38ㆍ돌밭의 뜰
텃밭을 구입하여 땅을 고르고 난 다음 농막자리를 다듬고 나서는 밭을 가꾸기 이전부터 정자 자리를 다듬었다.
텃밭에 정자라니?
말하자면 농막이 주거지라면 정자는 별장이라고 하여야하나?
어쨌든 정자 자리는 언제나 눈길을 주고 지내지만 쌓아놓았던 돌무더기를 적당히 포클레인으로 고르고는 십년이 넘게 더 이상 진전을 하지 못한 상태이다.
하긴, 농막을 두 번이나 자리를 옮겨가며 헛간을 붙이고, 22평 비닐하우스를 만들어 유지하였고, 데크를 붙이고, 텃밭을 다듬는 일들을 하여 온 걸로 볼 때에 팽팽 놀면서 순전히 게으름 핀 것은 아니니 한심하다고까지 말할 수는 없을 것이다.
자리를 잡아 논 부분은 텃밭의 동쪽 산 아래에 연하여 있는 작은 도랑 옆이다.
정자 자리 남쪽은 조금 틔어 있으나 잡목이 자리를 잡아가고 그 아래 밭은 매실 등 유실수를 심은 밭이다.
남서쪽으로는 두충나무와 뽕나무가 크게 자라고 있으며, 서북쪽으로는 농막 위쪽 텃밭이고 그 너머는 산이다
어느 정도 은폐된 모양을 가지고 있어서 텃밭의 출입구에서 바로 보이지 않고, 텃밭 아래 마을에서도 눈에 쉽게 띄지를 않는 아늑한 점이 마음에 든다.
그래서 텃밭주인은 수시로 정자 자리를 들려서 사방을 둘러보며 자리는 참 잘 잡았다고 되뇌면서 3M*3M(3평 미만) 크기인 텃밭별장을 구상하곤 한다.
텃밭의 별장이니 텃밭의 농막에 비교하여 어울리게 만들면 네 기둥에 평지붕으로 족할 것이다.
실제로는 비바람을 막는 조그맣고 고요한 공간에서 책을 읽거나 명상하기에 알맞은 원두막수준의 판잣집을 만들려는 것이다.
소박한 공간을 만들겠다고 마음먹고 시작을 하면 2주 정도를 투여하면 충분한 것인데 터만 닦아놓고 그 동안 햇수를 넘기고만 있다.
그러다보니 돌멩이로 다진 바닥에도 잡풀이 들러붙다가 올해는 산딸기가 정자 자리를 덮어가니 조만간 산딸기 밭으로 변할 것 같다.
일단 손대면 어려운 일이 아닐진대 망설이며 손 안대는 것은 나이 탓일까?
그러면서도 올해는 시작을 해야지 하는 마음을 은근히 가져본다.
과욕과 허망한 생각이 아닌 안빈낙도하는 마음으로 소박하고 조그만 정자를 갖겠다는 것은 무리한 일이 아닐 터이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