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1. 10. 23:26ㆍ마음, 그리고 생각
예전에는 종각, 관철동, 명동, 무교동, 인사동 등에서 직장생활을 많이 했다.
은행에서 근무를 했으니 주로 본점에서 근무를 많이 한 꼴이다.
인사동에 있는 아리랑이란 음식점에서 점심약속이 있는지라 여느 때와 같이 한 시간 반 정도 여유를 가지고 일찍 나와 약속장소 주변을 촌놈같이 두리번거리며 돌아다녔다.
온통 추억의 장소로 돌아다닌 꼴이긴 한데 거대한 빌딩숲이 이루어져 예전과는 전혀 다른 거리풍경이다.
충무로 대연각빌딩에서 일 년을 근무하다가 당시 최고로 높은 빌딩인 삼일빌딩으로 출근을 하였고, 본점이 이사하는 바람에 을지로 명동입구의 외환은행빌딩을 여러 해 동안 출입을 하였었다.
그리고는 무교동의 동민빌딩으로 가서 잠시 지내다가 직장을 바꾸는 바람에 공평동의 한미빌딩에서 많은 기간을 일하였고, 그 은행의 본사가 이전하는 바람에 서울시청 뒤 씨티은행빌딩에서 일하다가 퇴직을 하였으니, 인천에서 삼년간의 직장생활을 한 걸 빼놓으면 온통 서울시청과 종각 주변에서 맴돌며 직장에서의 인생살이를 한 것이니 절대로 난 촌놈일 수는 없는 것이다.
그런데 세월이 좀 지나고, 더구나 6년간의 텃밭생활을 한 경력을 쌓은 뒤 인천저축은행에서 칠년을 지냈으니 지금은 촌놈이란 말이 내게 더 어울릴 것이다. 그런데다가 인생황혼 길목에 접어드는 칠십을 바라보는 요즈음에는 변화무쌍하게 달라져가는 서울만 가면 한없이 촌놈이 되고 만다.
최고의 높이를 자랑하던 삼일빌딩은 시커멓고 왜소하게 보이고, 을지로입구의 외환은행빌딩은 거대한 빌딩숲 사이에 낀 꼬마가 되어있다.
시대를 반영하듯 화장품회사의 빌딩이 위용을 자랑하고, 돈 굴리는 금융회사들이 여기저기서 덩치를 키우고 있는 중이다.
요즘 들어 거대한 빌딩을 바라보면 그 주변의 소품에 속하는 조그만 건물들은 아예 보이지도 않는다. 그에 따라 낮 익던 이름이 적힌 간판들은 거의 찾을 수가 없다.
그러니 예전 젊은 시절에 심어 놓았던 낭만과 그에 따른 추억들 또한 그 자리를 떠난 지가 오래된 듯하다.
작지만 특색 있던 좋은 음식점, 약간은 지저분하여도 한 없이 따스하게 느껴지던 술집, 담배를 입에 달고 놀던 당구장, 이따금 상사의 눈에서 벗어나서 일탈을 하며 시간을 때우던 다방......
모두가 추억 속에 잦아들어 지금의 눈에는 어른거리지도 않는다.
* 한화빌딩이 고물이 되어서인지 새옷을 입고있다.
* 그나마 삭막한 도심에 흐르는 물이 좋다
허!
도시의 거대한 빌딩과 거리의 변화는 이젠 발전이라는 테두리로 둘러쳐져 민초의 마음을 한없이 허전하고 왜소하게 만들고 따스하게 느껴지던 낭만어린 추억조차 밀어버리고 마는구나!
앞으로 몇 년을 내가 놀았던 지역을 맴돌 수 있을까?
아니 그래봤자 옛날 같은 맛하고는 거리가 엄청 멀 것이다.
그냥 허전한 마음 생각할 것 없이 지금의 상태를 그저 맹하니 쳐다보며 옛날을 아예 잊는 것이 오히려 좋지 않을까?
아마도 인생살이는 옛날을 간직하는 것이 좋은 면도 많겠지만 지금과 앞으로의 사물과 생활에 비중을 더 두어가며 변화하는 인생을 사는 것도 이 시대의 가치 있는 삶이고 그 것이 더 좋을 수도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며 총총히 만나기로 한 장소로 발길을 옮겼다.
* 청계천 3가쪽 자주 구경하던 공구거리. 여기서부터는 옛날과 같다.
* 피맛골
* 파고다공원 담길에 늘어선 점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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