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농산물 믿어도 되는가?

2006. 12. 18. 17:19마음, 그리고 생각

 

 우리는 과연 농산물에 대한 신뢰를 가지고 있는가?

예전엔 그저 아무런 표시도 없이 농산물을 시장에서 팔고사고 하였지만, 지금은 농산물이 담긴 포장지에 친환경농산물이란 인증마크를 붙인 농산물이 백화점이나 대형마트에서 쉽사리 눈에 띄며 판매되고 있다.

 좋은 먹을거리를 사서 맛있고 안전한 음식을 만들어 식구들에게 먹이고자하는 주부들이 늘어남에 따라 농산물을 팔고 있는 시장도 그러한 추세에 따라서 농산물을 일반농산물과 친환경농산물로 구분하여 판매하고 있으며, 친환경농산물은 다시금 저농약농산물, 무농약농산물, 전환기유기농산물, 유기농산물 등으로 세분하여 인증마크를 붙여서 판매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소비자들은 과연 친환경인증마크가 부착된 농산물을 신뢰하고 농산물을 구입하고 있는 것일까?

많은 소비자들이 별다른 의심 없이 친환경농산물이니 값이 비싸고 좋은 것이겠지 하며 구매를 하고 있다. 그러나 또 많은 소비자들은 고개를 갸우뚱하며 이리보고 저리보고 세심하게 상품을 관찰하면서 의심을 품고 쉽사리 장바구니에 담지를 않는다.

 많은 주부들이 나름대로의 일반농산물과 친환경농산물을 구별하는 방법들을 알고는 있으나, 그러한 구별방법이 절대적인 것이 아니란 것도 알고 있으니 주부들이 스스로의 판단을 확신하지도 못하는 것이다. 농산물은 공산품에 비추어 규격과 모양, 그리고 제품의 성분 등이 일정하게 정해지고 생산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더욱 그러하다.


 많은 소비자들이 친환경농산물이라고 표시된 농산물이 100% 인증마크대로 일치하지 않는 가짜라고 생각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한마디로 우리나라의 農政을 신뢰하지 않기 때문이다. 농정이 바로서고 믿음직한 역할을 하고 있다면 친환경농산물이란 인증마크를 신뢰할 것이나, 많은 사람들이 시금치 한 뿌리, 사과 한 알까지에는  국가기관의 행정력이 미치지 않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으니 친환경농산물에 관련한 법률에 따라서 부여되는 인증마크 또한 믿지를 않는 것이다.

 프로농군이 아무리 제대로 농사를 지어 유기농산물이란 마크를 붙인 농산물을 생산해도 액면대로 믿지를 않는다. 왜냐하면 일부 프로들이 제대로 농사를 짓지 않고 사실과 일치하지 않는 인증마크를 붙이는 경우가 빈번하고,  그러한 잘못된 현상이 있음을 아는 소비자들은 시중의 모든 친환경농산물이 인증마크대로 일치하는 농산물은 아닐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프로들이 친환경농산물인증을 받기가 상당히 어렵다. 그러나 일단 인증을 받은 프로들은 인증 받을 때의 조건을 계속하여 유지하지 않아도 별 탈이 없이 지내며, 계속하여 품질인증마크를 사용하고 있다.

따라서 한마디로 친환경농산물에 관한 국가기관이나 믿을 수 있는 단체가 사후관리를 제대로 하지 않기 때문에 기준에 미달되는 농산물에 인증마크가 잘못 부착되어 나오는 일부 현실이 전체적인 농정을 흐리게 한다고 볼 수 있는 것이다.

 프로들은 소비자들이 친환경농산물에 대하여 막연히 불신하는 마음을 갖기 때문에 어려움이 많다고 하기도 한다. 좀 믿으라는 이야기이다.

 어쨌든 우리나라의 친환경농산물은 생산자, 소비자, 관리자 모두에게 믿음이 없기 때문에 제대로 생산되고, 제대로 관리되고, 제대로 소비되지를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2001년부터 친환경농산물인증제가 도입되어 시행되고 있음에도 만족할 만큼 활성화가 되지 못하고 있으며, 농림부 스스로도 그러한 제도의 시행에 있어 전반적인 여건이 취약함을 인정하고 있는 것을 볼 때에 농사와 친환경농산물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사람으로서 좀 한심하다는 생각을 떨쳐버릴 수 가 없다.

 우리나라의 전체 농가수는 2004년 기준으로 1,240,406가구이며, 친환경농산물 생산농가는 작년 말 기준으로 53,478가구 이다. 그 중 저농약농산물 생산농가가 61%, 무농약농산물 생사농가가 30%, 유기농산물 생산농가가 9% 이다.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이 친환경농산물을 관리하는 기관이지만 친환경농산물 인증은 (사)흙살림, (사)한국유기농협회, 조선대학교, 한경대학교, 전남대학교, 농협중앙회 등 사단법인이나 대학교인 31개 단체나 기관에 권한위임을 하여 인증업무와 관리를 하고 있다.

 그리고 2005년도에 친환경인증농산물 농가에 대한 시료채취와 잔류농약검사 등을 통한 사후관리는 18,609회에 불과하였고, 사후관리에 따른 처분건수(경고, 업무정지, 지정취소 등 위반사항의 횟수와 위반내용의 경중에 따른 행정처분을 말함)는 340건이다.

*** 자료근거 : 우리농(농림부 블로그) 친절한 농정뉴스(115)

인증농가의 35% 정도의 농가만이 사후관리를 받았으니 삼년에 한번 꼴로 인증관련 사후관리를 받은 꼴이며, 사후관리를 받은 농가의 2%도 안 되는 농가만이 행정처분을 당한 것을 도대체 어떻게 이해하여야 할까?

인증 받은 농가가 스스로 기가 막히게 농사를 친환경농산물 생산기준에 잘 맞추어서 농사를 지은 것인지 아니면 수권기관이 흐물흐물한 단체나 학교이기 때문에 허술한 사후관리와 솜방망이 처분을 한 것인지 구별하기가 힘들 정도이다.


 공무원 한 명당 500여 농가를 맡아 부실관리를 한다고 하니(매일경제신문 2006,7.4) 할 말이 없을 정도이다. 공무원 한 명이 500여 농가를 관리함이 불가능하면 공무원 수를 늘리면 될 일이고, 늘리기가 어려우면 남아도는 부처에서 지원받아 업무를 수행하면 될 일인데 민생과 프로농군에게 중차대한 영향을 주는 농산물관리업무를 방치수준으로 놔두고 국가의 농업발전을 논한들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이러한 와중에 농림부는 농산물이력제도나 GAP제도를 새로이 도입하여 농산물의 규격화나 질적 향상 등을 꾀한다고 한다.

제도의 신설이나 도입이 중요한 것이 아니다. 좋은 제도를 엄격하게 유지하고 농산물의 질적인 향상을 위하여 끊임없이 관리하는 것이 더욱 중요한 것이다. 친환경농산물인증제도 이외에 농산물이력제도나 GAP로 말미암아 쓸데없이 국가예산이나 불필요한 인력을 새로이 늘리는 데 급급하지 말고 진정 농민과 소비자들을 위한 것이 무엇이고 어떻게 제도를 보완하며 발전시키는 것이 좋은지와 좋은 제도를 유지하고 품질의 향상을 위하여 어떻게 관리를 하는 것이 옳은 것인지를 생각하고 실행하는 농정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뿐이다.


 어서 빨리 친환경농산물인증마크를 믿고 프로가 생산한 농산물에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지 않고 농산물을 마음 놓고 사서 먹는 때가 오기를 바란다.

선진 유럽이나 미국에서 살고 있는 인간들과 마찬가지로 우리나라 사람들도 사과나 포도를 껍질을 까지 않거나 씻지 않고도 마음 놓고 그냥 먹을 수 있는 것이 절대로 어렵지만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한편 프로들이 농사방법의 선택에 따라 생산된 농산물을 가치와 등급에 따라 제대로 대접받고 팔아 적정한 소득을 올릴 수 있는 농정이 펴지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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