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5. 26. 00:04ㆍ농사
농약, 제초제, 화학비료, 비닐멀칭을 거부하는 미련한 취미농사꾼의 텃밭은 옛날의 텃밭과 같다.
텃밭농사에 만큼은 유기농보다도 차원 높은 자연 그대로에 가까운 엉터리농법으로 농사를 한다.
관행농법으로 농사를 지을 바에야 사서 먹는다는 원칙을 오년이 넘게 지켜오고 있다.
오염되지 않은 작물 혼자 먹고 오래 살려하는 것도 아니며, 남에게 비싸게 팔려고 하는 것도 아니다.
그냥, 텃밭이 도량이라 아니 놀이터라 텃밭주인 맘대로 하고 싶은 것뿐이다.
텃밭에 주는 주요 거름은 텃밭주인이 배설하는 똥과 오줌이다. 그걸 유박, 미강과 섞어서 발효시킨 다음에 구수한 냄새가 나면 이랑에 선호미로 구덩이를 조그맣게 파고 넣어준다.
그리고 이랑과 고랑에 저절로 나는 풀을 몇 차례 베어내거나 뽑아내어 이랑을 덮어준다. 잡초멀칭이다.
그 풀들을 주체할 수 없이 많이 예초기로 베어낼 때는 따로 퇴비더미를 만들어 모아놓고 집에서 가져간 고구마껍질, 땅콩껍데기, 과일껍질 같은 것들을 묻어주고 몇 차례 인분주를 뿌려주면서 흙을 적당히 덮어준다. 그러면 몇 달 뒤 아주 양질의 텃밭퇴비가 된다. 밭 만드는데 거름기가 부족하면 그걸 섞어준다.
사서 쓰는 비료나 퇴비 없이도 텃밭농사는 얼마든지 할 수 있다.
자급하는 거름으로 텃밭농사를 해야 텃밭의 진정한 묘미를 더 할 수 있다.
* 제초작업을 한 고추밭
* 김 매준 후의 고구마밭
* 잡풀 뽑기 전의 마늘밭
* 영양부추 모종을 새로 심은 밭
지금은 텃밭의 밭이랑이 무척 깨끗하다.
유월 중순이 되면 여러 가지 풀들의 키가 무릎을 넘게 된다.
비 온 뒤에 잘 뽑히는 풀들은 뽑아서 밭이랑에 눕혀주고, 뽑기 힘들면 예초기로 베어내고 이랑을 덮어준다.
텃밭은 흙이 부드럽고 땅심이 좋다.
여러 미생물과 벌레들의 천국이고 작물들이 건강하게 잘 자란다.
그러니 농약을 만지지 않고도 얼마든지 식구들 먹을거리를 얻을 수 있다.
텃밭에서 잔뜩 소출을 얻어 남에게 나누어주면서 자랑을 하기도 했으나 그도 욕심이고 몇 년 해보니 부질없는 짓이다.
텃밭주인이 적게 먹고도 만족할 만큼 얻으면 좋은 텃밭이 아닐까?
텃밭에서 욕심 부릴 일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