텃밭의 포식
2006. 6. 3. 16:08ㆍ삶의 잡동사니
아침 햇살이 비추자 얼굴에 담이 비 오듯 한다.
벌써 한여름이다.
연못의 찬물로 손을 씻고 다시 삽질이다.
턱에서 떨어지는 땀방울소리에 두 발은 자동적으로 텃밭의 그늘로 향한다.
이끼긴 바위에 앉아서 세월의 흐름을 가늠해본다.
뻐꾸기가 짝을 ?i으며 연신 급박하고 경쾌한 노래를 부른다.
다시 텃밭에 널려있는 돌을 망태에 담아 한곳에 모은다.
내 배는 밥 먹을 시간을 기가 막히게 알아낸다.
어제 마누라가 남편 굶을까보아 가져온 육개장과 도라지무침, 쑥갓과 씀바귀, 그리고 재미삼아 캐어본 더덕 두 뿌리, 거기에 더하여 수분보충용 맥주 한 깡 - 진수성찬으로 배불리 먹었다.
방울토마토 몇 개로 입가심을 하고 있는데 아랫집 할머니가 딸기를 한 그릇 가져와 맛이나 보라고 한다.
종자가 요즈음의 개량종이 아니라 크기도 작고 당도도 못하다. 그런데 씨 씹히는 소리가 재미있고 새콤하고 싱싱한 맛에 한 그릇을 순식간에 쓱싹해버렸다.
모처럼의 포만감에 좀처럼 자지 않는 낮잠이 소곤거리며 찾아온다.
이따금 산비둘기와 꿩의 짝짓는 소리가 귓전을 스쳐간다.
한 이십여 분이나 잤을까?
신농씨가 찾아와 길을 묻는다.
잡초가 많은 밭을 가려한다나?
후다닥 일어나 정신을 차리고 선호미를 쥐어든다.
감자밭에 잡초 긁어내고 북주어야한다.
에구! 밀짚모자는 써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