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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콩이 왜 이래
4월 중순에 파종한 120여 피땅콩이 살려달라고 아우성이다. 잡초와 검불 속을 살펴보니 몇 녀석들은 번듯하게 싹을 내서 모양을 갖추어가고, 몇 녀석은 흙이 갈라져 솟구치는 걸 살짝 들추어내니 연두색도 띄우지 못한 새싹을 겨우 만들기 시작했다. 있을 만한 자리에 올라오는 조짐이 없어 조심스레 갈쿠리호미로 살살 흙을 거두어내니 뿌리와 싹이 땅콩껍질을 뒤늦게 깨고 나오는 것들이 꽤있고, 피땅콩 그대로 변화가 없는 것들도 있다. 어쨌든 예상보다 발아상태가 좋지 못하여 겨우 60여개 쯤 제대로 자랄 수 있으려나 모르겠다. 대강 주변 잡초들을 뽑아내고, 뽑아낸 잡초들을 땅콩새싹 주위에 덮어주었다. 외피가 얇고, 맛이 더 고소하고, 먹을 때 목 넘김이 좋은 여주 재래종 땅콩을 구하여 파종을 하였지만 성의 없이 대충 ..
2023.05.29 -
첫 딸기
올해는 벌과 나비를 가물에 콩 나듯이 본다. 작년만 해도 딸기밭에 꽃이 만발하면 웽웽거리며 꿀벌이 날아들었는데 요즘은 어쩌다 눈에 띄는 정도이다. 꿀벌이 떼죽음을 당하고 있는 이유를 여러 가지로 말하고들 있지만 살충제의 항공방제를 들고 있는 건 못 들었다. 분명 미국매미나방이나 중국매미나방이들이 난리를 쳤었고, 농사하는 이들의 하소연으로 항공방제를 한 것으로 기억되는데 말이다. 작년에는 나방종류들이 눈에 띄게 줄었고, 올해도 아직은 기승을 부리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다. 항공방제는 살충제를 목표구역에 공중살포를 하여 일대의 해충을 전멸시키는 방식인데, 그러한 공중살포를 하는 경우 해충만 죽이는 것이 아니고. 익충까지 전멸을 시킨다고 할 것이다. 살충제의 부작용으로 벌과 나비들이 떼 죽임을 당한 것은 아닐..
2023.05.29 -
서리 내린다기에
어제 일기예보로 최저기온이 영상 3도였다. 옆에 프로는 걱정이 태산이다. 작년에 내말 듣지 않고 4월말 경 일찍 정식한 고추모종 오백여개를 망쳤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올 1,500여 고추모종을 또 일주일 전에 이른 정식하고는 예보를 보고는 안절부절못한다. 아무리 지구온난화라지만 금수강산의 절기를 뜯어고칠 정도로 봄철이 무조건 이르게 오며 서리 또한 그에 따라 조정이 되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된다. 텃밭정원이랍시고 이십여 년을 들락거리며 경칩청명곡우소만망종 등의 절기를 자나면서 농사일을 겪어가며 이곳에서 텃밭생활을 즐겨온 바로는, 몸으로 얻은 절기변화와 느낌을 무시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곳에서 어린이날 즈음에 서리가 내리는 걸 여러 번 겪었다. 농사에 게으름이 이따금 득이 될 경우도 많다고 생각하..
2023.05.11 -
오미자꽃향기
개수대 옆에 자리한 오미자가 파이프터널 한쪽을 완전히 덮고 흐드러지게 꽃을 피웠다. 엊그제 농막과 비닐하우스를 오갈 때 내 코엔 아주 멋들어지게 상큼한 향내가 이따금 스쳐갔다. 웬 향인가하고 꽃을 코에 대고 냄새를 맡아보았지만 바로 느껴지지 않는다. 다시 호흡을 가다듬고 눈을 감고 살며시 맡아보니 바로 그 향이다. 내 코에는 난향, 아니 보춘화 잔뜩 피어있는 안면도 야산을 걸을 때 봄바람에 실려 오는 춘란 향과 같은 미미하면서도 때로는 존재감을 세게 나타내는 향이랄까? 올해는 지난해보다 네댓 배는 꽃이 많이 피었고, 거름도 충분히 주었으니 낙과되는 일 없이 빨간 오미자가 알알이 주렁주렁 달릴 것이다. 텃밭작물들이 생각대로 잘 되는 건 아니라도 오미자가 자라고 모양 잡는 걸 보아서는 좀 욕심을 내도되겠지!..
2023.05.11 -
단비내리는 텃밭일기
게으름으로 씨감자 파종이 늦어졌다. 이웃 프로가 남긴 씨감자 40여개를 얻어 4월12일에야 마른땅에 떨구었다. 고추나 고구마 등 모종을 정식할 때 말고는 씨앗을 떨굴 때에는 텃밭에 물주는 수고를 하지 않는다. 잡초까지 목말라 널브러질 정도가 될 때에야 사철 마르지 않는 텃밭명물인 연못의 물을 배수펌프를 이용하여 공급한다. 작물은 농군에게 선택된 식물이고, 잡초는 버림을 받은 식물이다. 작물이 잡초보다 특별하게 약한 것이 아니며, 잡초라 해서 지독하게 끈질긴 생명력을 보유한 것도 아닐 것이다. 그런 관점에서 이해하면 잡초가 사는 환경이라면 선택되어 자라는 작물이 살지 못할 이유도 없다고 봐야한다. 씨감자 파종한지 3주가 지나도 보이지 않던 감자 싹이 이 번 비를 흠뻑 맞고서야 큼직한 잎을 잽싸게 올려놨다...
2023.05.10 -
농막 빗소리
이십 년전에 산골에 밭을 장만을 하고 농막에서 잠을 잤을 때에는 아주 묘한 기분을 느꼈었다. 한여름을 달구던 뜨거웠던 해가 용두산을 넘어가면 곧바로 어두워져서 송학산 위에서 내려 부는 서늘한 찬바람이 농막을 뒤덮어 긴팔 덧옷을 찾았었다. 산 아래 마을에 집들이 몇 있었지만 농막창에서 바라볼때 보이는 집은 두 채 였었고, 그나마 해지고 한 시간 지나면 바로 소등하여 농막은 그야말로 적막강산 속으로 빠져들었다. 서둘러 농막에 전기를 끌어들여 밤중의 깜깜함을 면하게 되었지만, 오밤중에 농막 홀로 불을 켜고 있을 때에는 사방의 어둠이 농막에 갇혀있는 나를 노려보는 기분이 들어 이따금 머리털이 고추서는 기분이었다. 게다가 칠흑속에서 소나기가 컨테이너농막지붕에 내려 퍼부을 경우엔 잠을 자다가도 요란스러운 굉음에 놀..
2023.04.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