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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초 다스린 텃밭
연못가에서 마시는 아침커피의 산미가 입안에서 사라지고 나서는 또 다시 이랑을 덮고 있는 풀들을 낫호미로 밀며 당기며 자르거나 뽑아내며 정리한다. 텃밭의 모양이 그럴듯하게 예쁘게 보이지만, 고랑에 밀집하며 크게 자라는 잡초들이 눈에 새삼 거스르게 나타나니 그대로 둘 수는 없다. 이내 예초기를 가동시키며 고랑의 풀들을 제압한다. 우거진 풀밭에서 잘 생긴 텃밭으로 밭모양이 반듯하게 훤해 보이게 된다. 열 시가 되니 시원했던 아침 공기에서 한낮 공기로 바뀌며 예초기의 진동과 더불어 이마에서 흐른 땀방울이 줄줄이 타고 내려 발목까지 적신다. 피곤한 느낌이 들 때에 바로 예초기를 내려놓는다. 요즘엔 뜨거워지는 햇살이 오후 다섯 시쯤 까지 이어지니 그 때까지는 아예 텃밭에 농기구를 가지고 들어가질 않는다. 한낮에 장..
2020.07.06 -
잡초텃밭
열흘 만에 텃밭에 오니 눈을 시원하게 만드는 온통 푸른 텃밭이 펼쳐져있다. 비가 수차례 뿌린 덕인지 모두가 싱싱하다. 눈을 한 번 비비고 살펴보니 온통 잡초가 점령을 하고 즐겨먹는 작물들은 보이질 않는다! 정신을 차리고 풀 속에 들어가며 살펴보니 고추, 고구마, 토마토, 오이, 호박, 땅콩, 콩, 가지, 상추, 쑥갓, 마늘, 감자, 대파, 비트들이 보인다. 어느 녀석들은 숨을 가빠하고, 어느 녀석들은 풀 속에서 느긋하게 놀고 있고, 어느 녀석들은 자지러지기 직전이다. 매년 텃밭에서 일어나는 현상이고, 매번 놀라고, 텃밭에 도착해서는 허겁지겁 응급처치를 하는 수고를 해야 하는 일이 잡초에 관한 일이다. 농막에 들어가 먹거리 정리를 하고, 청소를 하고나서는 극성스런 잡초와 힘들어하는 작물들은 저 멀리 던져버..
2020.07.06 -
망친 매실농사
매실을 망쳤다 매년 매실은 텃밭의 효자노릇을 하였는데, 올해는 아예 한 대접도 수확을 못했다. 붉은 색이 많이 도는 잘 익은 매실을 많이 따서 깊은 맛을 지닌 매실발효액을 만들 생각이었지만 허사였다. 청 매실을 딸 시기를 지나친 다음에 매실이 익기도 전에 병충해로 피해를 입어 제대로 익은 매실을 구경조차도 못한 것이다. 매실 밭에도 따로 거름을 한 적이 없고, 15년이 넘도록 농약을 한 방울도 뿌린 적도 없다. 아무리 병충해가 있어도 집에서 쓸 매실발효액만큼은 넘치게 매실을 수확해왔었는데 올해는 그 놈의 매미나방유충인 송충이가 이십여 개가 넘는 매실나무에 달린 싱싱했던 매실을 완전히 망쳐버린 것이다. 올해 매실농사를 망쳤다고 내년에 지금까지와 다르게 살충제 등 농약을 쓸 생각은 없다. 매실나무의 상태를 ..
2020.07.05 -
소엽풍란 향이 거실에
여름철 들어 소엽풍란이 꽃을 피웠다. 대엽풍란과는 대조적으로 꽃도 작고 향도 약하나 은은한 난향이 머리를 맑게 만든다. 만개한 난꽃을 보느라면 잡다한 생각으로 혼란스럽던 머릿속이 비워지고, 난향을 코끝으로 느끼면 정신이 맑아진다. 농사한답시고 난들을 푸대접하여 화분이 줄어드니 난들에게 미안한 생각이 든다. 화분들 돌봐 모양도 잡아주고 싱싱하게 보살펴야겠다.
2020.06.24 -
들깨모종밭
올해는 유난스레 참새들이 극성을 부린다. 농막주위에서 놀던 딱새도 참새들이 세력을 넓히고, 딱새를 위해 달아놓은 새집에 참새가 들어와 둥지를 틀자 아예 다른 곳으로 터전을 옮겼는지 한동안 볼 수가 없다. 참새들이 많을 때는 이십여 마리씩 떼로 날아다니며 텃밭에서 먹이활동을 한다. 어쩌다 뭔가를 심으려고 밭의 잡초들을 걷어내면 어김없이 참새들이 떼로 몰려와 뒤집혀진 흙속에서 작은 벌레들을 먹어대느라 소동을 부린다. 2주 전에 들깨밭을 넓히려고 들깨모종밭을 만들었는데 참새들이 들깨씨앗을 모두 파먹어 다시 파종을 하고 고라나망을 잘라 씌어놨지만 발아상태가 영 좋지 못하였다. 건진 모종이 백여 개 좀 넘으니 턱없이 부족해 새로 남은 들깨로 모종밭을 더 만들어 망을 씌어놨지만 약은 참새들이 망 아래로 기어들어가 ..
2020.06.24 -
농막 수납장
농막은 농사짓기에 활용하느라 만든 시설이기에 집처럼 편할 리가 없다. 작은 공간을 아무리 잘 만든다 해도 기본적으로 좁기에 잘못 만들면 오히려 불편해지기도 하여 다시 뜯어내거나 이동하느라 애를 먹는 경우도 있다. 16년간 농막을 유지하고 있는 동안 농막은 이동을 두 차례 하였고, 농막에 부속된 헛간, 화장실, 개수대 등의 시설은 지어지고 부셔지고 이동하는 변동을 겪었다. 아마 지금의 농막은 밭을 남에게 팔기 전까지는 앞으로 내 스스로 이동시킬 일이나 없애버릴 일이 없을 것이다. 농막 안에는 정리해 놓고 사용하는 공간이 필히 있어야 한다. 그리고 농막안의 잡동사니가 의외로 많고, 그 잡동사니를 깔끔하게 정리하지 않으면 필요할 때에 찾아 쓰기가 불편해지므로 농막생활 규모나 목적에 따른 수납공간을 잘 확보하고..
2020.06.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