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텃밭의 상수도
텃밭 농막에 상수도를 연결하여 사용한 지는 13년이 지났다. 당시의 상수도는 마을에서 관리하는 지하수공급시설로 시에서 마을에 수도설비를 설치해줄 때에 농막에는 설치해당이 안 된다는 걸 한바탕 다툼 끝에 우여곡절을 겪고 연결을 한 것이다. 그런데 지금은 수량부족으로 수질이 많이 나빠졌다. 그리고 수압이 아주 약하여 텃밭의 위치가 높아 저녁때는 물이 끊기기 일쑤여서 불편을 겪을 때가 많다. 지금은 마을 숙원사업인 시상수도가 마을에 들어왔고, 텃밭에 막바지 상수도관연결공사를 하고 있어 이달 말이면 좋은 수질의 수돗물을 마음껏 사용하게 되었다. 텃밭진입로를 따라서 상수도관을 매설하는 작업을 하니 아예 레미콘이나 아스콘으로 포장을 하면 좋을 것이다. 시청 관계부서에 문의를 한 바, 지목형질변경이나 별도의 허가 없..
2020.08.19 -
더위에 땀 내기
더워도 너무 덥다 오랜만에 새벽에 비도 내리지 않아 아침식사 전에 배추밭을 다듬었다. 열흘 쯤 뒤에 발아상태가 좋지 않으면 모종을 사서 심어야 하지만, 장마통에 물을 흠뻑 먹은 밭의 잡초를 깨끗히 뽑고 배추씨를 떨군지라 싹이 잘 날 것으로 기대한다. 배추씨와 무씨를 직파하고 나니 동 트기 전의 시간반의 작업인데도 온몸의 땀구멍이 활짝 열려 옷이 물 먹은 걸레와 같다. 땜낸 핑계로 점심까지 시원하게 농막 안에서 뒹굴어야겠다고 마음먹고 게으름을 피우는데 점심 전에 농막의 전기가 나갔다. 상수도공사를 하는 포클레인이 전기줄을 치는 바람에 전깃대위에 있는 퓨즈를 끊은 것이다. 점심을 빵과 떡으로 대강 먹은 이후 네시간 동안 앉아도 땀, 서도 땀, 농막은 한증막이라 더 땀! 전기기사가 와서 고칠 때까지 무조건 땀..
2020.08.16 -
말벌둥지
헛간창문 위에 큼직한 새집을 만들어 붙여놨었다. 딱새 두 쌍이 입주하라고 새집을 달있지만 들어오라는 딱새는 참새들의 득세에 밀려서 떠나고 참새가 들었었다. 오늘 하루종일 내리는 비에 농막에 갇혀 지내다 우연히 헛긴쪽 창을 바라보니 비에젖은 참새 두 마리가 슬레이트 아래 서까래에 앉아있고 말벌들이 왕래하고있다. 상황이 이상하여 나가서 새집을 보니 두 개의 출입구 중에 하나가 막혀있다! 자세히 보니 말벌집 모양과 색깔이다. 새집 하나를 말벌이 점령을 한 것이다. 하필 꼬마축구공 만한 작은 공간에 벌집을 지었을까? 농막주인이 농막 주변에 말벌이 집을 지으려 하면 에프킬라세례를 퍼부어 쫒아냈는데 고 놈들이 새집을 이용하다니! 저 조그만 말벌집과 말벌들을 어찌할까? 노봉방주 한 번 만들어 볼까나? 아님 예전같이 ..
2020.08.11 -
요즘의 손자녀석
손자녀석이 이번 달에 만 5세가 된다. 아직도 한글을 깨치지 못하고 있고, 바늘시계는 읽을 줄을 모른다. 그런데 일주일에 하루정도 자는 우리 집의 살림살이 물건들을 모두 꿰뚫고 있고, 할아버지와 할머니의 속마음을 읽으며 협상과 타협을 할 줄 알고, 말을 논리적으로 잘하는 것을 보면 희한하다. 할머니가 해주는 밥이 맛있어서인지 우리 집에서는 엄청 많이 먹고 그에 따라 배설도 많이 한다나? 그게 사실이라면 며느리가 해주는 밥은 맛이 없어 적게 먹는다는 것인데 좀 걱정스럽다. 체중과 키가 표준치보다 좀 아래지만(21Kg, 108Cm) 군살이 없고 탄탄하다. 아이들을 미리 여러 가지를 공부시킨다고 똑똑해지는 것이 아니다. 나는 손자가 튼튼하고, 명랑하고, 심성이 좋게 자라기를 바라는 마음뿐이다. (08.23)
2020.08.05 -
칠성초 씨앗파종 후 154일(정식 후 72일)
영양토종고추인 칠성초를 집에서 파종하여 모종을 만들어 텃밭에 정식을 한 지 72일이 지났다. 17 녀석이 잘 자라고 있으며, 각기 15개 내외의 배불뚝이 칠성초를 만들어 가고 있다. 아직 빨갛게 익지는 않고 있지만 열흘 쯤 더 지나면 익은고추를 딸 수 있을 것 같다. 농막 앞 길게 지주를 만들어 키우고 있는 토마토와 토종오이들 아래에 일렬로 서서 자라는 칠성초가 아주 튼실하게 자라는 걸로 볼 때에 올해의 칠성초 고추재배는 기분 좋은 성공예감이다. 두툼하고 식감 좋은 풋고추의 맛이 밥맛을 올리는 걸로 볼 때에 10여 미터 떨어져 키우는 다른 고추와의 교잡은 피하고 있는 듯하며, 잘 익은 고추를 생각대로 거두어 집의 입맛에 기여할 것으로 본다. 텃밭에 직파한 칠성초는 아직도 꽃을 피우지 못하고 느려터지게 자..
2020.07.29 -
고구마가 달릴까?
오월 중순까지 호박고구마 모종을 오십여 개를 만들어 바치던 스티로폼박스에서 사는 고구마 몇 개를 임무를 다 마쳤다고 비트밭 옆에 쏟아버렸다. 집에서부터 두 달간 새순을 올려가며 모종을 만들던 씨 고구마인데 만져보니 썩지 않고 딱딱함을 유지하였다. 그 걸 먹기는 그렇고 그냥 땅바닥에 놔두어 텃밭에 들락거리는 고라니나 먹어라하고 지냈는데 고 놈 고라니는 쳐다보지도 않고 비트의 순만을 싹싹 뜯어먹는다. 고라니와 텃밭주인의 관심도 못 끌던 말라가던 고구마가 줄기를 뻗어가며 잎을 무성하게 올렸다. 밭으로 갈은 흙도 아닌 잘라진 잡초더미 위에서 땅속에 뿌리를 박으며 강한 생명력으로 호박고구마 일가를 이루는 것을 보면, 작물인 고구마가 잡초보다 더 강할 수 있다다는 것을 알고 귀한 생명의 경외감까지도 느끼게 된다. ..
2020.07.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