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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구마가 달릴까?
오월 중순까지 호박고구마 모종을 오십여 개를 만들어 바치던 스티로폼박스에서 사는 고구마 몇 개를 임무를 다 마쳤다고 비트밭 옆에 쏟아버렸다. 집에서부터 두 달간 새순을 올려가며 모종을 만들던 씨 고구마인데 만져보니 썩지 않고 딱딱함을 유지하였다. 그 걸 먹기는 그렇고 그냥 땅바닥에 놔두어 텃밭에 들락거리는 고라니나 먹어라하고 지냈는데 고 놈 고라니는 쳐다보지도 않고 비트의 순만을 싹싹 뜯어먹는다. 고라니와 텃밭주인의 관심도 못 끌던 말라가던 고구마가 줄기를 뻗어가며 잎을 무성하게 올렸다. 밭으로 갈은 흙도 아닌 잘라진 잡초더미 위에서 땅속에 뿌리를 박으며 강한 생명력으로 호박고구마 일가를 이루는 것을 보면, 작물인 고구마가 잡초보다 더 강할 수 있다다는 것을 알고 귀한 생명의 경외감까지도 느끼게 된다. ..
2020.07.29 -
아피오스꽃차 만들기
텃밭에 아피오스를 심은 지 2년 되었다. 첫해에는 땅콩만한 것들 30여 개를 얻어 농막 뒤쪽 작은 언덕에 아무렇게나 심었었는데 커봐야 메추리알만한 조그만 것들을 한 됫박 얻었었다. 아피오스를 삶아서 먹어보니 인삼, 밤, 고구마 등의 냄새와 맛과 혼합된 것으로 심심풀이로 몇 알씩 먹기에 알맞았다. 올해에는 한 자 높이에 한 팔 간격의 이랑을 여덟 개 만들어 심고, 지주대를 세우고, 오이망을 걸어주고, 김매기를 두 번 해주는 등 정성을 기울였다. 여름에 접어들면서 아피오스는 성장의 속도를 높이더니 지금은 줄기가 한 길을 넘겼고, 칡꽃과 비슷한 꽃들을 많이 피우고 있다. 칡과 같은 콩과에 속한 것이라 꽃도 같은 모양인가보다. 아피오스꽃차를 마시면 여자들에게 특히 좋다는 말에 귀가하기 전에 꽃을 따서 서너 번을..
2020.07.28 -
이랑과 두둑
농사를 즐기다보니 농사에 관련된 글을 쓰게 되고, 글을 쓸 때에는 밭을 구성하고 있는 부분에 관한 용어를 자주 사용하게 된다. 그 예로 “이랑”, “고랑”, “두둑”을 자주 언급하게 되는데 나 자신도 예전에 쓴 글들을 찾아보니 세 단어 중에서 이랑과 두둑을 자주 헷갈리게 사용하여 온 것을 알았다. Daum이나 Naver로 검색하여 어학사전을 찾아보면 “이랑”의 뜻이 “갈아 놓은 밭의 한 두둑과 한 고랑을 아울러 이르는 말”이라고 되어있어 얼른 머리에 와 닿지 않아 헷갈린다. 그래서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을 찾아보니 “이랑”의 뜻을 “논이나 밭을 갈아 골을 타서 두두룩하게 흙을 쌓아 만든 곳”이라고 정의하였다. 그러니 “밭이랑”은 “밭의 고랑 사이에 흙을 높게 올려서 만든 두둑한 곳”이고 우리들이 작물을..
2020.07.16 -
마늘수확
작년 11월 중순이 넘어 밭의 흙이 얼기 전에 마늘종자 3백여 알을 두 치 넘는 깊이로 심고 밭의 잡초 자른 검불을 모아 두툼하게 피복을 해주었다. 봄철을 지나고 잘 자랐기에 올해는 세 접은 무난하게 거둘 것으로 생각했다. 유월중순까지는 마늘밭에 듬성듬성하게 난 바랭이 등 잡초들을 이따금 뽑아주었는데, 유월하순부터는 좀 이따가 캘 것인데 하면서 게으름을 피우다가 칠월초순을 넘겨버렸다. 지난번 텃밭에서 장마가 지기 전에 마늘을 캐야지 하며 마늘밭을 바라보니 마늘은 안보이고 잡초만 우거져있고 마늘대를 찾을 수가 없다! 다음날 장맛비가 많이 내린다는 예보에 서둘러가며 허리춤에 이른 바랭이들을 작은 세발쇠스랑을 찍어대며 뽑으면서 이따금 보이는 귀중한 마늘을 캐어냈다. 마늘은 바랭이보다 뿌리가 깊었고 쇠스랑의 삼..
2020.07.14 -
텃밭정원의 작물과 꽃 풍경
여름에 접어드니 작물과 잡초들의 성장이 빠르다. 게다가 장맛비에 텃밭은 온통 푸름으로 물들면서 기운찬 생명력으로 숨 쉬고 활기가 넘치고 있다. 요즈음은 텃밭이 여러 작물들이 밭마다 자리를 잡아가고 그 사이사이마다 온통 잡초들로 빽빽한 와중에 구석구석 요소요소에 여러 가지 꽃들 또한 존재를 알리기에 텃밭을 감히 정원이라고 부르기에 손색이 없을 정도이다. 꽃만으로 평가를 한다면 감상할 가치를 따지기가 뭣하다고 볼 수 있겠으나, 산골의 밋밋한 텃밭에서 제멋대로 정원모양으로 변형해가는 어설픈 단계에서는 그나마 여러 가지 모양으로 멋을 부리며 여러 작물과 잡초들과 공존해가는 꽃들의 아름다움이 텃밭주인의 마음을 삭막에서 벗어나 풍요롭게 만들고 있다고 할 것이다. 정원에 관한 지식이 없는 수준으로 텃밭을 정원으로 가..
2020.07.14 -
대서감자 수확하다
작년에는 씨감자를 구하지 못하여 마트에서 파는 씨감자가 아닌 감자를 한 관 사서 심었는데 발육상태가 좋지 못하였고, 완전하게 발육이 되기도 전에 무당벌레의 습격이 활발해지면서 잎과 줄기가 상하고 시들어 소출이 아주 형편없었다. 올해는 처음으로 대서 씨감자 4Kg을 심었다. 추위가 별로여서 땅이 일씩 풀린 걸 기회로 일찌감치 3월 21일에 자잘한 대서씨감자를 2등분하여 높여 만든 이랑에 깊게 두 줄을 심었는데,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잘 자란 감자는 병충해 없이 하지를 넘겼다. 하지 때에 두 뿌리를 뽑아보니 골프공 보다는 좀 큰 귀여운 감자 여덟 개를 얻었고 밥할 때 넣을 만한 아주 잘은 것들 몇 개를 더 얻었다. 바로 삶아서 맛을 보니 병충해 없는 상태를 본 선입관인지 몰라도 내 입맛으로는 여태껏 심어왔던..
2020.07.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