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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콩 거두기
피 땅콩 150알을 심은 지 네 달 지나서 거두었다. 땅콩을 심은 지는 15년이나 되었으나, 올해 처음으로 땅콩 알을 빼내지 않고 꼬투리 째 심었는데 걱정과는 달리 발아도 잘 되었고 성장상태도 좋았다. 요즘은 땅콩까지도 모종을 내어 심기도 하지만, 파종단계부터 수확까지 직접 일일이 텃밭의 작물들에게 손길을 주어야 수확의 기쁨을 제대로 느낄 수 있다고 생각하며 파종을 한다. 어제 한 시간을 꼬마쇠스랑으로 땅콩줄기주변을 찍어대며 캐어낸 뒤 두 시간에 걸쳐 땅콩 알을 떼어냈다. 그리고 물로 흙을 씻어내고는 세 시간에 걸쳐 굼벵이가 갉아먹어 썩거나 제대로 알이 차지 않은 것들을 가려내고 다시 물로 깨끗이 씻어 그늘에서 말렸다. 총 여섯 시간 걸려 작업한 결과 30리터 정도의 땅콩수확을 마무리하였다. 이 정도면 ..
2020.09.28 -
고구마가 왜 이래!
"고구마가 다벼써~~어~~~ 안달링거또 마나유~~~"라고 말하는 아래쪽 촌노의 말을 듣고는 내심 내 고구마가 훨 났겠지 하며 속으로 웃은 건 지난 일이다! 집에서 추석때 식구들이 둘러 앉아서 맛나게 먹을 고구마를 가져가려고 좀 이르지만 한 이랑 캤다. 고구마에 상처를 안 주려고 도라지 깰때 사용하는 무거운 4지창으로 귀하신 호박고구마 뿌리 쪽을 깊게 박아서 밭흙을 조심스레 올리기를 몇 번 했으나 .......... 주렁주렁 달린 예쁜 고구마는 없다. 하루 전에 맛보기로 캤을 때는 많이 얻을 것으로 기대를 했는데 이건 영 아니다. 고구마도 촌노의 말대로 햇빛이 많이 모자랐나보다. 긴 장마, 태풍지나 날이 좋다하여도 고구마 알이 더 많이 달리지는 않을 것이고, 단지 조금 더 크고 맛이나 좋아지겠지. 작년보다..
2020.09.28 -
미나리꽝의 미나리
텃밭에는 두 종류의 미나리가 살고 있다. 하나는 자생하고 있는 미나리로 텃밭의 고랑에 붙어살면서 생육조건이 좋으면 이랑까지 올라와 기웃거리며 돌 축대 밑의 그늘을 점령하며 곧잘 크게 자라기도 한다. 자생미나리는 향이 진하고 줄기의 길이가 대체로 짧으며 줄기 밑쪽으로 붉은색이 있는데 식감이 질기고 향이 진하여 집에 가져가봤자 환영을 못 받는다. 어쩌다 텃밭에서 생각 날 때에 데쳐서 풋고추와 함께 고추장이나 된장을 찍어 먹으면 밥맛을 크게 돋우는데 그 맛이 일품이다. 다른 하나는 밭에 반 평 크기의 미나리꽝을 만들어놓고 청도한재미나리를 반찬거리로 샀을 때에 부리와 줄기를 대강 미나리꽝에 뿌려놓고 2년이 지난 것인데 우습게도 한 번도 식탁에 올린 적이 없다. 미나리의 성장이 눈에 띄지 않고 잡초들만 극성이라 ..
2020.09.19 -
고추 말리기
올해는 고추가 한창 자라서 풋고추 한 번 따먹을 때가지는 좋았지만 장마기에 들어서서부터 9월 초순이 지날 때까지 맑은 날이 별로 많지를 않았다. 그러니 고추의 열매 달림이 좋을 수가 없고, 열매가 많이 달려도 빨갛게 잘 익는 것이 드믈 정도다. 더구나 나같이 텃밭을 자주 비우는 경우 적기에 따낼 수 있는 양이 더욱 제한되어 잘 익은 홍고추를 말려서 얻는 양은 한심수준이라 하겠다. 잡초에 둘러싸인 고추밭에서 따낸 고추는 텃밭에 있을 때에 날이 좋으면 밖에서 말리고, 날이 흐리거나 비가 내리면 간이건조기에 넣어 말린다. 날씨가 안 좋으니 돌밭주인이 자랑하던 태양초를 제대로 만들 재주가 없다. 농막에서 건조기로 고추를 말리느라 재채기를 해대고, 이따금 열이 오르는 고투를 하고서도 집에 가져온 것은 말린 고추 ..
2020.09.19 -
텃밭의 귀한 잡초
텃밭에는 여러 가지 종류의 잡초들이 살고 있다. 한 가지 잡초가 큰 부분을 점령하여 한창 세력을 키우기도 하지만 계속해서 주류를 이루지는 못하고 다른 잡초에게 밀려나며 종적을 감추기도 하며, 느닷없이 나타난 잡초가 3년 정도 어슬렁거리다가 텃밭의 왕초로서 행세를 하기 도 한다. 물론 그러한 잡초도 왕초행세를 오래해 봐야 2~3년간이다. 다른 센 놈들의 공략을 버티질 못하고 슬그머니 도망간다. 밭의 흙에는 수도 없이 많은 잡초들의 씨앗이 호시탐탐 싹을 틔울 기회를 엿보며 지내고 있는 듯하다. 잡초들의 종족보존능력은 아주 탁월하다. 명아주나 까마중을 잡초라고 나오는 족족 자르거나 뽑아내도 어느 틈엔가 자라서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어 씨앗을 밭에 떨어뜨려 후대를 이어가게 만드는 재주가 있다. 명아주는 크게 자..
2020.09.18 -
야생사과
사과묘목을 심은 지 5년 되었는데 몇 개의 사과를 달고 있는 녀석이 있다. 심은 지 10년이 넘은 녀석들도 몇 그루 있지만 사과를 달고 안 달고는 주인의 의사하고는 거리가 멀다. 혹 달렸다가도 좀 지나 다시 보려면 떨어져 없어진지 오래 된 듯하고, 달려있기에 어떻게 보살펴야 익은 사과를 딸 것인가 하고 살펴보면 벌레가 잔치를 하였다. 일 년에 주인이 겨우 볼품없는 작은 사과 두어 개를 먹을 수 있다. 지금 달려있는 사과들은 크지도 않고 시커멓고 볼 품이 없지만 살펴보니 벌레구멍도 없고 색깔이 괴상스럽지만 병색도 아니다. 종자는 부사로 기억되는데 작년에는 다섯 개가 달렸었고, 관심의 대상이 되자마자 벌레들이 파티를 하여 먹어보지도 못했었다. 묘목을 심어 놓고는 일체의 비료나 농약을 주지 않고 방치를 하니 ..
2020.09.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