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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텃밭정원풍경 2020.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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텃밭의 밤은 춥다
이제는 새벽이 춥다. 작년에는 텃밭에 있는 자동차 위에 10월9일 무서리가 내렸고, 올해는 6일 무서리가 내렸다. 오늘 오늘새벽은 영상 6도인데 내일은 영상2도로 예보되어 있다. 내일은 분명 서리가 내릴 것이다. 서리가 내리고 나면 여름철 작물인 고추와 토마토는 대부분 성장을 멈추고, 영하의 날씨가 계속되면 잎이 얼어서 죽는다. 고추와 토마토는 지금이 생의 마감을 준비하는 때이다. 고추와 토마토는 지금도 꽃을 피우고 있다. 고추는 여전히 고추가 열리고 있으나 빨갛게 익어가지를 못하며, 토마토는 꽃을 피우지만 결실을 못하고 이미 달린 토마토는 크기를 키우지 못하고 익지도 않는다. 고추는 아직도 잎과 줄기가 싱싱하지만 토마토는 잎도 대부분 떨어져서 설치한 지주대가 썰렁하다. 청양고추는 너무 매웠는데 지금 달..
2020.10.14 -
참깨는 참패
좀 게으르게 씨앗 떨구어 모종을 만들고, 그래서 좀 늦게 400여 개의 참깨대를 거두었다. 한 알도 흘리질 않고 말리고 털고 흙모래 빼내고 잘고 빈 참깨알을 가리고 보니 남은 참깨알이 한 됫박도 못된다. 작년에 3킬로 넘게 수확해서 더 심은 참깨모종으로 어림잡아서 4 킬로를 너끈하게 넘겨 수확하겠다는 자신감을 갖고 공들이며 큰소리 쳤지만 이 건 참패다! 긴 장마와 맑은 날이 별로 없었던 올해의 이상기후의 결과라고 볼 수도 있겠지만, 참깨알 거둔 거의 2/3가 덜 자란거 아니면 빈 알이다. 작년수확의 1/3도 못되는 참깨알을 바라보니 영 씁쓸하다. 올해는 아들들에게 고소한 깨볶음도 제대로 나눠주지 못할 것이라는 생각을 하다가 한창 쟐 열매를 맺는 들깨를 바라본다. 어제 벌써 텃밭에 무서리가 내리고 들깨잎 ..
2020.10.07 -
만 5살 손자
손자녀석이 만 다섯 살이 넘었다. 이제는 타협을 할 줄 알고, 그에 따른 양보를 이해를 한다. 이따금 생떼를 쓰기도 하지만 이해득실이 뭔지를 알아가는 모양이다. 추석음식 하느라 집안이 복잡할 때에 아파트 뒷산을 데리고 갔다. 두 시간 가까이 오르내리고 땀을 빼고서야 다리가 풀려서 못 걷겠다고 업어달라고 한다. 업어보니 무거워서 내 허리가 걱정된다. 꺼꾸러 나를 업어라하며 버티니 히죽 웃고는 내려와 앞으로 달린다. 내년부터는 북한산등산을 다녀 볼까나?
2020.10.03 -
중추난향
삼십년 넘게 난을 길렀지만 추석명절에 지금처럼 꽃이 많이 피었던 때는 없었다. 예전에 한창 난분이 많았을 때는 100여 개가 넘었지만 여름을 지나며 청명한 하늘이 열리면서 추석 즈음에 맑은 향을 뿜어내는 난이라야 한두 개가 고작이었는데, 지금은 그 때의 반도 안 되는 사십여 개의 난분이 있는데 다섯 개의 난들이 청향을 풍기며 맑은 향을 뽐내고 있다. 집에서 키우는 난들이 꽃을 피우면 잡스런 마음이 차분해지고 그에 따라 집안이 평화로워지는 기분을 느끼게 된다. 그런 느낌이어서인지 왠지 모를 좋은 일도 있을 것 같은 느낌도 들며, 하여간 실제로 집안분위기가 좋아지는 것을 느끼는 것이다. 올 추석 즈음에 난향이 집안을 감싸고 있으니 내심 이 나이에 뭐 춤출 정도로 좋은 일이 있기를 바랄 순 없어도, 그 보다는..
2020.10.03 -
땅콩 거두기
피 땅콩 150알을 심은 지 네 달 지나서 거두었다. 땅콩을 심은 지는 15년이나 되었으나, 올해 처음으로 땅콩 알을 빼내지 않고 꼬투리 째 심었는데 걱정과는 달리 발아도 잘 되었고 성장상태도 좋았다. 요즘은 땅콩까지도 모종을 내어 심기도 하지만, 파종단계부터 수확까지 직접 일일이 텃밭의 작물들에게 손길을 주어야 수확의 기쁨을 제대로 느낄 수 있다고 생각하며 파종을 한다. 어제 한 시간을 꼬마쇠스랑으로 땅콩줄기주변을 찍어대며 캐어낸 뒤 두 시간에 걸쳐 땅콩 알을 떼어냈다. 그리고 물로 흙을 씻어내고는 세 시간에 걸쳐 굼벵이가 갉아먹어 썩거나 제대로 알이 차지 않은 것들을 가려내고 다시 물로 깨끗이 씻어 그늘에서 말렸다. 총 여섯 시간 걸려 작업한 결과 30리터 정도의 땅콩수확을 마무리하였다. 이 정도면 ..
2020.09.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