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사(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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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콩이 왜 이래
4월 중순에 파종한 120여 피땅콩이 살려달라고 아우성이다. 잡초와 검불 속을 살펴보니 몇 녀석들은 번듯하게 싹을 내서 모양을 갖추어가고, 몇 녀석은 흙이 갈라져 솟구치는 걸 살짝 들추어내니 연두색도 띄우지 못한 새싹을 겨우 만들기 시작했다. 있을 만한 자리에 올라오는 조짐이 없어 조심스레 갈쿠리호미로 살살 흙을 거두어내니 뿌리와 싹이 땅콩껍질을 뒤늦게 깨고 나오는 것들이 꽤있고, 피땅콩 그대로 변화가 없는 것들도 있다. 어쨌든 예상보다 발아상태가 좋지 못하여 겨우 60여개 쯤 제대로 자랄 수 있으려나 모르겠다. 대강 주변 잡초들을 뽑아내고, 뽑아낸 잡초들을 땅콩새싹 주위에 덮어주었다. 외피가 얇고, 맛이 더 고소하고, 먹을 때 목 넘김이 좋은 여주 재래종 땅콩을 구하여 파종을 하였지만 성의 없이 대충 ..
2023.05.29 -
서리 내린다기에
어제 일기예보로 최저기온이 영상 3도였다. 옆에 프로는 걱정이 태산이다. 작년에 내말 듣지 않고 4월말 경 일찍 정식한 고추모종 오백여개를 망쳤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올 1,500여 고추모종을 또 일주일 전에 이른 정식하고는 예보를 보고는 안절부절못한다. 아무리 지구온난화라지만 금수강산의 절기를 뜯어고칠 정도로 봄철이 무조건 이르게 오며 서리 또한 그에 따라 조정이 되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된다. 텃밭정원이랍시고 이십여 년을 들락거리며 경칩청명곡우소만망종 등의 절기를 자나면서 농사일을 겪어가며 이곳에서 텃밭생활을 즐겨온 바로는, 몸으로 얻은 절기변화와 느낌을 무시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곳에서 어린이날 즈음에 서리가 내리는 걸 여러 번 겪었다. 농사에 게으름이 이따금 득이 될 경우도 많다고 생각하..
2023.05.11 -
단비내리는 텃밭일기
게으름으로 씨감자 파종이 늦어졌다. 이웃 프로가 남긴 씨감자 40여개를 얻어 4월12일에야 마른땅에 떨구었다. 고추나 고구마 등 모종을 정식할 때 말고는 씨앗을 떨굴 때에는 텃밭에 물주는 수고를 하지 않는다. 잡초까지 목말라 널브러질 정도가 될 때에야 사철 마르지 않는 텃밭명물인 연못의 물을 배수펌프를 이용하여 공급한다. 작물은 농군에게 선택된 식물이고, 잡초는 버림을 받은 식물이다. 작물이 잡초보다 특별하게 약한 것이 아니며, 잡초라 해서 지독하게 끈질긴 생명력을 보유한 것도 아닐 것이다. 그런 관점에서 이해하면 잡초가 사는 환경이라면 선택되어 자라는 작물이 살지 못할 이유도 없다고 봐야한다. 씨감자 파종한지 3주가 지나도 보이지 않던 감자 싹이 이 번 비를 흠뻑 맞고서야 큼직한 잎을 잽싸게 올려놨다...
2023.05.10 -
봄날 텃밭일기
1. 지난해 심은 양파모종의 뿌리가 활착되지 못하여 초봄에 보온비닐을 벗겨낸 후에 보니 200여 모종 중 열두어 개가 겨우 살았다. 같은 때에 심은 마늘은 모두 발아되어 싱싱하게 크고 있는데 양파밭은 온통 냉이밭으로 변해버렸다. 냉이가 자란 모습을 바라보니 실소를 금할 수 없을 정도다. 일찌감치 냉이를 거두었으면 몇 광주리를 거두었을 덴데 참 아쉽다! 비가 오후부터 내린다기에 우거진 냉이를 긁어내고는 씨감자를 심을 준비를 하였다. 쪼그리고 냉이를 캐내기가 어려워 궁디의자를 깔고 날선 호미로 긁어내며 씨감자를 모실 자리를 만들어 갔다. 씨감자 40여 개 심을 요량이라 순식간에 밭을 만들었다. 씨감자 심고 나서 걷어낸 냉이 줄기와 뿌리를 덮어주면 훌륭한 멀칭이 되지 않을까한다. 풀매기 후 때맞추어 비 내리니..
2023.04.22 -
돌밭도 봄이다
입춘이 지나고도 아침은 이따금 영하지만 봄은 갑자기 들어 닥치는 기분이다. 4월 초순에 자주 내리던 춘설도 아직 안 왔고, 일반적으로 오월 초까지도 서리가 내려 성급한 농부들의 마음을 걱정으로 채우는 겨울의 끝자락인 4월도 접어들지를 않았는데 한낮의 기온이 섭씨25도를 넘나든다. 매실나무 전지작업이 좀 늦기는 했어도 새로 구입한 충전전지가위로 하늘을 찌르듯이 위로 뻗치는 가지들을 사정없이 잘라내고, 알이 굵어지라고 꽃눈을 많이 제거하였다. 지난겨울이 혹독해서인지 물을 완전하게 빼지 않은 샤워용수전금구가 실금이 가는 바람에 농막도착 다음날부터 수도배관 일을 하느라 애를 먹었으나, 지금은 영하의 새벽 기온이 수도꼭지를 얼린다 해도 아침 해가 바로 녹이니 농막생활도 꺼릴 것이 없어지고 편해졌다. 올 마늘은 대..
2023.03.26 -
가을추위
상강이 지나고 일주일 되니 기온이 정상을 찾는가보다. 상강 즈음에 개수대의 물이 얼거나 서리가 내리는 등 이른 추위가 며칠 계속되어 예년보다 빨리 밤새 난로를 켜야 하는 불편한 농막생활을 했다. 평년기온을 회복했다지만 시월 말부터는 한 번 켜댄 난로는 계속해서 밤새 달궈야한다. 새벽에는 일찍 일어났다하더라도 이불속에 몸을 가두는 시간이 길어지고, 아침 해가 텃밭을 눈부시게 비친다 해도 텃밭을 어슬렁거리며 돌아다니며 작물들과 들풀을 구경하기가 쉽지 않아진다. 아침밥을 먹고 커피 한잔 내려서 마신 다음 설거지를 한 후에야 장화를 신고 풀밭을 시찰하게 된다. 들깨는 베어놓은 지 열흘이 지났는데도 아직도 털기를 마치지 못했다. 딱히 다른 할일이 있는 것도 아닌데 게으름을 피우고 싶거나, 허리상태의 느낌이 별로 ..
2022.11.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