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사(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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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려운 배추농사
올해는 퇴비를 밑거름으로 주고 밭을 잘 고른 다음에 시장에서 산 배추모종 중 튼실한 놈만 골라서 30여개, 그리고 밭에 직파하여 기른 주황색 베타카로틴배추모종 20여개를 정식하였다. 추석 지내고 열흘 후에 텃밭에 오니 배추들이 벌레에 많이 먹혔으나 그런대로 싱싱하게 자라고 있어 올해는 관리 좀 잘하면 김장꺼리로 충분하리라 생각하고 목초액, 막걸리, 냉장고에 오래전에 넣어두었던 우유를 섞어 만든 날벌레 방지액을 뿌려주었다. 다음날 오후에 둘러보니 배추 세 개가 뽑혔고, 잎이 잘린 배추 다섯 개가 보이는 게 분명 고라니 짓이다. 노루망을 둘러쳐야겠다고 생각하고는 서늘해진 갈바람을 즐기는 데에 시간을 보내고는 해가 저물어 노루망 설치하는 일을 다음으로 미루었다. 남쪽의 태풍이 지난 뒤의 제천의 하늘색은 참 파..
2022.09.27 -
참외수확
텃밭에 은천참외모종 네 개를 심었는데 나뭇가지로 무성한 잎을 들쳐보니 잘 익은 참외가 예상을 뒤엎고 계속 나온다. 덜 익은 참외까지 25개나 땄고, 주먹 크기보다 훨씬 크다. 벌레의 공격을 받은 잘 익은 참외를 먹어보니 꽤나 맛있다. 당도는 성주참외 상품에 비하면 많이 못하지만 씹는 식감이 좋고, 엉터리자연농법으로 얻은 것이라 물로 대강 씻고 껍질 째 마음 놓고 먹는 안심 맛이라 내 나름 특품판정을 하였다. 크기가 커서 한 번에 다 억지를 못하고 저녁후식으로 남겼다. 요즈음의 참외대세는 성주참외이다. 성주지역토질이 참외농사에 잘 맞고, 농사 기법도 발전을 잘 시킨 결과로 전국최고의 생산지로서 맛 또한 최고로 인정받고 있다. 게다가 딸기처럼 한겨울에도 달콤 아삭한 노란참외를 생산해내니 많은 소비자들은 노란..
2022.08.08 -
풀밭에 들깨정식
들깨는 아주 센 작물이다. 웬만한 가뭄도 잘 이겨내고 거름이 적은 밭에서도 들깨알을 많이 달아 게으른 텃밭주인을 기쁘게 한다. 들깨 알이 형편없이 작아도 텃밭주인은 고맙게 여기고, 한편으로는 정성껏 돌보지 않음에 미안해한다. 아무리 센 들깨라도 마른 땅에서나 풀 속에서 잘 자랄 수는 없다. 그래서 정식을 할 때에는 다른 작물들 모종처럼 적기에 정성을 다하여 심어야 입 벌어지는 소출을 얻을 수 있는 것이다. 작년에 땅콩을 심었던 밭이 지금은 잡초천국이다. 2주 전에 예초기로 토벌을 일차 했는데도 풀들이 신나게 자라고 있으니 그 상태로 들깨모종을 쉽게 심을 수가 없다. 농사용 엉덩이방석에 앉아서 들깨모종이 들어갈 공간을 확보해주는 작업을 한다. 이럴 때에는 칼날이 붙어있는 작은 호미가 위력을 발휘한다. 칼날..
2022.07.21 -
마늘수확
텃밭에서 작고 단단하며 맛좋은 육쪽마늘을 거두는 것은 수확량을 따질 필요도 없이 참 즐거운 일이다. 마늘을 심어 보았자 심은 씨앗의 여섯 배 내외를 거두는 어찌 보면 비경제적인 농사작물이라고도 할 수 있겠지만, 텃밭에서 얻은 마늘을 까서 뜨끈한 밥 한술 떠서 그 위에 된장이나 고추장을 쿡 찍어 바른 마늘 한 쪽을 얹고 입에 넣고 우적우적 씹어 먹는 맛은 텃밭에서 마늘농사를 한 사람들 만이 느낄 수 있는 환상적인 참맛이라고 할 것이다. 바로 따낸 두툼하고 쌉싸름한 상추를 겸할라치면 고기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 돌밭주인 조차도 삼겹살구이나 부들부들한 수육을 찾게 되는 식탐을 부르는 역할을 하는 것이 바로 텃밭의 육쪽마늘이다. 올해 마늘 농사는 극심한 봄 가뭄에도 불구하고 말라 죽은 거 없이 뿌린 씨앗 그대로 ..
2022.06.20 -
날씨 넋두리
요새 날씨가 이상스럽다. 봄 날씨라고 할지 아니면 여름 날씨라고 할지 구분이 잘 되지 않고, 하루 중의 일교차가 섭씨15~20도 내외로 제 멋대로 왔다 갔다 하니 두툼한 옷 입었다가 바로 훌렁 벗어던지고 얇은 반팔 옷을 바꿔 입기도 한다. 변덕스런 기온과 함께 가뭄까지 더하니 밭의 작물들도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성장하는 속도를 잊어버린 듯 부실한 모양새를 보이고 있다. 올해는 들깨 밭을 제대로 잘 늘려볼 요량으로 들깨모종밭을 정성들여 만들고자 두 평 모종밭 잡초를 싹 걷어냈다. 그리고는 삽질을 하니 세 치 깊이까지도 밭 흙이 메말라있다. 그러한 상태에서 이미 뿌리를 깊게 내린 작물들과 잡초들은 그런대로 버티지만 가뭄상태에서 정식한 작물모종들은 비실대며 고사하기 직전이다. 응급처치로 물 공급을 하여서 작물..
2022.06.03 -
텃밭의 가뭄
요즘의 최저기온은 섭씨10도를 넘는다. 최고기온은 섭씨25도를 넘어 30도에 다다르는 초여름의 날씨다. 지금과 같은 날씨에는 텃밭생활이 아주 편하다. 밤에 추워서 난방을 할 필요가 없으니 잠자리가 편하고, 낮에는 그늘에 있으면 덥지 않으니 적당한 노동으로 운동을 대신하기에 좋은 날씨다. 그런데 오랜 가뭄으로 농사에 큰 지장을 주고 있어 걱정이 크다. 텃밭규모야 별 문제가 없지만 전업농들은 몸과 마음이 크게 고달프다. 이웃의 프로는 고추모종1.500주를 좀 일찍 정식을 했다가 이달 3일에 서리가 내려 냉해를 입은데 더하여 가뭄으로 고추가 제대로 자라지 못하고 비틀거리는 바람에 애를 태우고 있다. 2주 동안 텃밭을 비웠더니 온통 풀밭이고 작물들이 가뭄으로 고전하고 있다. 잡초에 둘러싸여 있는 상태가 맨땅보다..
2022.06.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