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사(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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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한잔의 여유
집에서 키운 칠성초모종 24개는 너무 작아 심지를 못하고 해질무렵에 시장에서 산 고추모종 50여개를 텃밭에 정식했다. 오늘 아침 7시부터 비가 촉촉하게 내리고 있다. 사흘 내내 비가 내린다니, 텃밭에서 비를 갈구하는 어린 작물들과 이식된 모종들이 환호성을 울리고 있다. 월요일까지 비가 내린다니 비 맞으며 할 일이 없고, 세상편한 휴식을 취하는 게 일이라면 일일 것이다. 아침을 간단히 먹고 나서 이틀 째 대지를 적시는 비 내림을 바라보며, 시원한 아침공기를 들이키며 커피를 내리고 음미를 한다. 땀 흘리고 난 뒤에 마시는 것보다는 훨씬 더 느긋함 속에서 향과 맛을 즐기게 된다. 고구마모종은 사흘 전에 다섯 두둑에 심었다. 청양고추 한 두둑, 보통매운 고추 두 두둑. 3주 전 파종한 땅콩은 이제 슬슬 두터운 ..
2021.06.07 -
고추모종을 심어야하는데.....
텃밭에서 마냥 봄날을 즐기면서 뒹굴다보니 할 일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게으른 티를 보이게 되었다. 주변은 올해의 온화한 봄 날씨가 일찍 시작됨을 알아차리고 감자파종을 잽싸게 하였으며, 예년에 비하여 열흘이상 빨리 시장에 나온 고구마와 고추 등 모종을 일찌감치 사서 심은 모양새들이다. 그래도 내겐 작두콩과 토종오이 모종들을 실하게 길러 텃밭에 정식한 것이 그나마 잘한 일이다. 텃밭의 고추와 고구마를 심을 밭은 아직도 한창 자라기 시작하는 잡초들로 덮여가고, 정리를 하지 않은지라 일주일쯤 더 지나면 온통 새파란 풀밭으로 변해갈 것이다. 아무리 게으른 농사라 하더라도 풀밭을 콕콕 찍어 모종보다 큰 잡초 속에 가냘픈 고추와 고구마 모종을 넣을 순 없고 두둑을 예초기와 괭이로 깨끗하게 긁어내고 찍어내서 모종들이 ..
2021.04.30 -
아파트에서 모종 만들기
올해는 게으름으로 실기하여 아파트에서 고추모종내기를 예년에 비하여 한 달 더 늦게 시작한 관계로 칠성초 고추밭을 많이 늘리겠다는 당초계획에 차질이 생겼다. 3월 25일에 사흘 물에 불려 뿌리를 조금 내린 칠성초 씨앗을 종이컵포트에 심은 후 18일 지난 지금 떡잎이 두 장씩 붙어 자라고 있다. 그러나 앞으로 한 달은 더 지나야 텃밭에 정식이 겨우 가능할 듯하다. 다행히 발아율이 100%라 40여개의 포트에서 탈 없이 크고 있으니 날이 더 더워진 후에 텃밭에 고추씨를 직파하여 기르는 것보다는 훨씬 더 성장이 빠를 것으로 생각된다. 같은 때에 파종하여 모종을 만들고 있는 토종오이와 작두콩은 아주 만족스런 상태로 모양을 갖추어가고 있는 중이다. 작년에 실패한 작두콩은 정성을 많이 기울여서인지 20개 중에서 18..
2021.04.12 -
텃밭의 초봄
겨우내 좁아진 가슴팍을 확 펴고 기지개를 펴는 봄날이라 텃밭을 찾아 살펴보고 할 일들을 찾아본다. 아직 매실의 꽃봉오리는 크지를 못하였지만 산수유와 생강나무 꽃은 활짝 꽃잎을 피우고 있다. 텃밭 두둑 곳곳에는 쑥, 냉이, 꽃다지, 민들레, 개망초 들이 새싹을 올리고 있고, 성질 급한 애들은 자그마한 꽃들을 올리는 중이다. 지난 늦가을에 파종한 마늘과 양파들이 활기차게 푸른 잎을 올리고 있다. 엄동설한을 넘긴 토종대파와 쪽파는 이미 바로 양념꺼리로 쓸 만큼 크게 자랐기에 파 값이 금값이라는 아내의 말을 듣고 한 단씩 거두었다. 올해 자연재배면적을 늘리느라고 수확을 미뤄두었던 비닐하우스 옆의 돼지감자밭은 멧돼지가 사그리 김을 매며 돼지감자를 훔쳐 먹었다. 그래도 다시 새싹을 내밀 종자들이 많이 남아있을 것이..
2021.03.21 -
돼지감자와 멧돼지
농사일을 별로 하지 않고 작년에 뚱딴지를 거두는 재미를 보고서는 올해 돼지감자밭을 두 배로 늘렸었다. 다음 주에 최저기온이 영하 7도까지 내려간다는 예보를 보고 텃밭의 수도를 손 보고 마늘과 양파밭에 비닐을 씌어 보온을 해주는 것이 좋겠다싶어 텃밭에 와서 보니 돼지감자밭이 멧돼지의 횡포로 어지럽게 파헤쳐져있다. 발자국 찍힌 걸로 보아 중간크기의 멧돼지인 듯하다. 1/2 정도를 파헤치고 돼지감자를 먹어치웠다. 그대로 놔두었다가는 멧돼지에게 전부 헌납할 것이 분명하기에 서둘러 거두니 작년에 거둔 것 보다는 두 배는 될 듯싶다. 밭에 온 김에 늘어지게 허리 펴고 쉴까했는데 돼지감자차 부지런하게 만들 일이 생겼다. (2020.11.26)
2020.11.28 -
참깨는 참패
좀 게으르게 씨앗 떨구어 모종을 만들고, 그래서 좀 늦게 400여 개의 참깨대를 거두었다. 한 알도 흘리질 않고 말리고 털고 흙모래 빼내고 잘고 빈 참깨알을 가리고 보니 남은 참깨알이 한 됫박도 못된다. 작년에 3킬로 넘게 수확해서 더 심은 참깨모종으로 어림잡아서 4 킬로를 너끈하게 넘겨 수확하겠다는 자신감을 갖고 공들이며 큰소리 쳤지만 이 건 참패다! 긴 장마와 맑은 날이 별로 없었던 올해의 이상기후의 결과라고 볼 수도 있겠지만, 참깨알 거둔 거의 2/3가 덜 자란거 아니면 빈 알이다. 작년수확의 1/3도 못되는 참깨알을 바라보니 영 씁쓸하다. 올해는 아들들에게 고소한 깨볶음도 제대로 나눠주지 못할 것이라는 생각을 하다가 한창 쟐 열매를 맺는 들깨를 바라본다. 어제 벌써 텃밭에 무서리가 내리고 들깨잎 ..
2020.10.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