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밭의 뜰(107)
-
정신나간 개망초
텃밭 진입로에 갑자기 이쁜 흰꽃들이 바람에 살랑거린다. 망초인지 개망초인지 몰라 다음과 네이버의 꽃 검색을 하니 개망초가 맞는 듯하다. 구별의 실익이 없고 둘 다 텃밭의 야생화로 나물로도 먹으니 족쳐댈 잡초가 아니고 작물들과 공생시키는 잡초들이다. 분명한 것은 여름에 꽃을 피우는 야생화인데 겨울길목에 단체로 꽃을 피우며 뽐내고 있는 중이다. 아침기온이 영하 5 도라지만 아랑곳하지 않고 찬바람에 살랑거리며 흔들어댄다. 늦게 싹터 자라서인지 키가 작다. 흔한 야생화이지만 들여다보면 참 이쁘게 보일 때가 많다. 어라? 서양민들레가 땅바닥에 붙어서 노란 꽃을 피운다. 허! 요놈 벌은 추운데도 꿀 따러 다니네? 모양새가 쫓겨난 수벌 같다. 날씨만 이상한 게 아니다. 잡초들과 벌들도 정신들이 나갔나 보다. 영하 1..
2024.11.21 -
초겨울 텃밭
늦게 겨울이 오나 했는데 오늘은 겨울이다. 새벽에 밖을 보니 서리가 하얗게 내렸다. 아침 먹고 설거지하려 수도를 틀었더니 꼼짝 안 한다. 예년보다 늦은 겨울이 더 춥다고들 하는데 텃밭에서 서리를 처음 보는 날의 기온이 영하 5도다. 늙은 나이라 더 추운 게 아닐까? 어제는 연못 옆 소나무 아래에 돌을 정리하여 둘레를 쌓았다. 2톤 넘는 큰돌 사이를 내 딴에는 가지런하게 이쁘게 둘러쳤다 큰 돌멩이는 150킬로, 80킬로쯤 되고 작은 돌은 들기에 가벼운 것들이다. 큰 쇠막대기를 지렛대로 삼아 이리저리 밀으니 일할만 하다. 모양이 그럴듯하여 두 평 울타리 안을 정리하고 밭에서 계속 나오는 돌멩이를 채우면 좋을 것이다. 그러고 보니 내 가루를 뿌리면, 흔적 없는 내무덤으로 쓰면 좋을 것이라는 생각도 든다. 추위..
2024.11.18 -
9월말 텃밭풍경
새벽이 춥다.기온을 보니 영상10도 아래다.추석이 지나도 폭염경보하에 놓였던 가을 더위가 추분이 되자 서늘한 가을공기로 밀려났다.아직도 한낮의 햇볕이 뜨겁지만 맑은 하늘과 상큼한 습도를 머금은 불어오는 바람이 있기에 이마에 흐르는 땀이 싫지만은 않다. 고구마 밭 두 이랑을 캤다.호박고구마는 흙 속 깊게 박혀있어 호미로 캘 일이 아니니 아예 도라지 캐는 사지창을 동원하였다.고구마 크기가 일정하게 달려있지도 않고, 달린 개수도 제 멋대로 이지만 예상보다는 흡족한 수확이다.오월 초에 잡초를 대강 토벌하고 비닐멀칭도 없이 깊숙하게 모종을 심은 것이 그런대로 효과를 본 모양이다.일곱 개 이랑을 더 캐야하니 내일 하루 종일 땀 꽤나 흘릴 것이다.일차로 1/3쯤 수확을 하였고, 나머지는 시월 중순 이후에 수확하려고 ..
2024.09.28 -
무궁화꽃과 김장배추
텃밭농막과 비닐하우스 북쪽 경계에는 무궁화가 심어져있다. 텃밭을 마련하면서 바로 나무젓가락 같은 묘목을 심었으니 20년이 되었다. 별다르게 돌보지를 않았어도 튼튼하게 자랐고, 주변에 키워낸 어린묘목을 그동안 백여개 넘게 시집을 보냈다. 보름전에 한두 개씩 피우더니 장마가 끝나고 찜통더위가 기승을 부려 연일 하루에도 여러차례 폭염주의하라는 문자가 뜨는 지금은 만발한 상태이다. 내일이 8월이니 앞으로 한달 이상은 계속 피우고 져서 떨어뜨리고를 반복하며 푸른색이기만한 울타리 주변에 분홍색과 흰색의 향연을 베풀어줄 것이다. 텃밭의 무궁화 2십여 그루가 살고 있는데 병충해에 강해서 인지 텃밭주인이 별다른 수고를 한 적이 없다. 무궁화에 진딧물이 많이 붙어 지저분하다는 이야기들을 듣기도 했지만 스무해 동안 텃밭무궁..
2024.07.31 -
천도복숭아
묘목을 심은지 15년 만에 처음으로 천도복숭아 익은 것을 맛보았다. 그동안 거름도 안 주고, 농약도 안 치고 잡초도 제대로 잘라주지 않아서 과일이 제대로 달린 것을 보질 못하였고, 달려도 익기 전에 벌레 먹고, 벌레를 피하여 익어 가는 것이라도 대부분이 병에 걸려 낙과를 하니 먹을 만한 것을 아예 거둔 적이 없었다. 3 일 전 비가 내리지 않을 때 텃밭을 둘러보다가 잡풀들이 우거진 윗밭에 붉고 밝은 색으로 치장한 천도복숭아를 보았다. 그래봤자 전부 벌레가 파먹어 먹을 만한 게 없겠지 하면서도 눈길이 자꾸 갔다. 그냥 지나치기가 어려워 한삼덩굴과 찔레로 우거져 가시에 찔려가며 깨끗하게 보이는 열댓 개의 작은 천도복숭아를 가려서 따냈다. 와! 이건 대박이다! 떨어져서 썩어가는 것들이 많고, 달려있는 것들 중..
2024.07.28 -
7월중순 텃밭
세차고 줄기차게 내리던 비가 오늘은 그쳤다.새벽 공기갸 좋아 일찌감치 아침 먹고 들깨 심을 구덩이를 백여 개 파니 머리부터 흘러내리는 땀이 온몸을 흥건하게 적시며 발끝까지 내려간다.장마통에 잠깐의 갠날이라 습하고 더와 자칫하면 더위먹기 쉬운지라 일하느라 두 시간을 넘길 일이 아니다. 좁은 공간이나마 농막에서 샤워하고, 팬티바람에 커피 내려 마시며 음악들으면서 뒹구르는 게름뱅이 피서를 한다.흐린날에도 잠깐잠깐 파란하늘을 보여주니 수시로 밖에 나가 여기저기 살펴본다.잡초에 우거진 텃밭이지만 바로 잡초들을 뽑거나 베어내지를 않고 내깔기는 경우가 많으니 작물들이 불평하며 원성이 자자하다.잘못 만난 주인에게 소출을 많이 넘기지 않는다는 걸 알기에 내 잘못으로 빈작을 초래해도 억울하게 생각할 일이 아니다..
2024.07.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