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밭의 뜰(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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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꽃
갈바람이 불어오는 걸 아마도 텃밭의 꽃들이 텃밭주인보다도 더 빨리 알아차릴 것이다. 공기 좋고, 아침저녁으로 선선한 기온에 풀텃밭 여기저기에 여러 꽃들이 무더기로 피면서 답답했던 세월을 벗어나며 가을의 맛을 만끽하려는 듯하다. 땅콩은 잎의 상태로 보아 알이 꽉 차지 않았을 테니 열흘이상 더 지나야 거둘 때가 되겠고, 고구마는 두 녀석 캐보니 덜 여물어 보름은 더 지나야 되겠으니, 지금은 바쁘게 할 일도 없어 풀밭 시찰을 하면서 예쁜 꽃들을 구경하기 좋은 때다. 눈 호강하느라 무리 진 꽃들과 살짝 숨어있는 꽃들을 찾아보면서 초가을을 가슴속 깊게 마셔본다.
2022.09.26 -
9월초 텃밭의 꽃들
태풍이 물러간 뒤의 하늘이 시릴 만큼 푸르다. 텃밭은 풀밭이라 들여다보면 여러 가지 꽃들이 많이 보인다. 재배되는 작물들이나 얻거나 사서 심은 꽃들도 예쁘지만 텃밭에서 자생하는 야생화들이 훨씬 예쁘게 보인다. 계절을 잊고 늦게까지 피고 있는 것들도 있고, 성급하게 가을이 다가왔다고 일찍 피는 꼴들이 혼재하고 있지마는 서늘함을 느끼는 아침과 저녁의 갈바람에 어울리게 피우는 야생화들의 계절감각은 참으로 뛰어나다. 들여다보고, 살펴보면서 무심하게 지나칠 수 있는 계절을 찾아보았다.
2022.09.08 -
텃밭의 늦여름
무궁화가 한창이니 더운 여름이 끝 무렵에 들었음을 말해준다. 텃밭을 하는 한량에게는 김장배추 파종이 늦어짐을 경고해주는 멋들어진 꽃이다. 지난번에 떨구어 놓은 속 색깔이 좋다는 배추씨가 싹을 냈지만 옮겨심기할 정도로 크지를 않아 빈 두둑 정리하여 시판 배추모종 반판을 사다가 튼실한 모종 40여개를 골라서 정식하였다. 비가 많이 내린 후라 바랭이풀이 점령한 두둑을 작은 호미낫으로 쓱쓱 걷어내며 밭을 만드는 것은 식은 죽 먹기다. 내친김에 옥수수대를 자르고 가지런히 고랑에 밀쳐 넣고서는 무 씨앗을 떨구었다. 빈 두둑에 쪽파구근 200여개 넣었으니 올 김장꺼리 준비는 대강 한 셈이다. 토마토, 참외, 호박은 꽃을 계속 피우지만 앞으로 결실을 제대로 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토종오이, 가지, 고추는 꽃도 많이 달..
2022.08.28 -
장마철의 딱새
농막 바로 옆에 새집을 만들어 달아주었다. 첫해에는 바라는 딱새가 입주를 하지 않고 참새가 부화를 했다. 극성스레 몰려다니던 참새들이 올해는 그 수효가 많이 줄어들고 딱새가 이따금 보이며 새집으로 들락거린다. 비가 많이 내리는 데도 부지런히 벌레를 물고 연신 들어가는 모양이다. 부화된 새끼들이 꽤나 많은 지 빗속에도 쉼 없이 먹이를 나르는 모습이 딱새의 모성애를 말해준다. 그런데 먹이를 나르는 딱새는 암놈이다. 숫놈은 암놈이 먹이를 가지고 새집으로 들어갈 때에 주변을 돌며 경계를 한다. 내가 가까이 가면 짹짹거리며 신호를 주며, 바쁘게 주변을 선회한다. 그럴 때에는 암놈은 먹이를 물고 좀 떨어진 곳에서 숫놈이 조용해질 때까지 기다린다. 새집을 들여다보고 새끼들이 몇 놈이나 있고, 얼마나 자랐는가를 살펴보..
2022.07.12 -
텃밭의 생태연못
텃밭에 연못이 있다. 연못둘레를 한 바퀴 돌면 30여 걸음이 되고 수면이 6평쯤 되는 그런대로 큰 연못이며, 하루에 연못에서 자연적으로 배출되어 나가는 샘물은 3톤 정도이다. 시멘트나 비닐깔개로 방수처리를 하지 않고 큰 돌과 흙으로 만든 친환경적인 연못이며, 단순하지 않게 운치를 돋우면서 모양을 내느라 연못주위에 소나무 네 그루, 주목 두 그루, 구기자, 마가렛, 백합, 백리향, 범의 귀, 마가렛, 세덤, 작약, 참나물, 취나물, 붓꽃, 앵두, 개나리, 버드나무, 백매 등의 나무와 꽃들이 자라서 심심찮게 볼거리를 보여주는 연못이다. 요즘에는 노랑어리연이 한창 만발을 해가면서 수면을 꽉 차게 덮고 있는 중이다. 텃밭연못은 원래 밭에 있던 샘물이 나오는 작은 물웅덩이를 텃밭을 손볼 때에 크게 넓혔다. 그리고..
2022.06.22 -
민들레홀씨
요즘은 들이나 산이나 서양민들레가 판치니 토종민들레가 자주 보이지 않기에 오래 전부터 텃밭주변에서 토종민들레를 보는 대로 캐다가 밭을 따로 만들어 주었다. 농막 옆 사과나무와 보리수 사이의 양지바른 두 평 밭과 비닐하우스 옆 한 평 밭에서 토종민들레를 재배하는데, 요즘에는 흰 민들레가 열에 한둘 꼴로 노란 민들레가 우세종이다. 흰 민들레는 전부 토종민들레이고, 노란 민들레는 꽃받침을 보고나서 구분을 확실히 한다. 텃밭에 우습게도 토종민들레 밭을 별도로 가지고 있으니 민들레꽃과 홀씨도 자주 관찰을 하게 된다. 꽃 피우고 난 뒤에 만들어진 민들레홀씨는 바람 불면 그냥 날아다니는 걸로만 알았는데, 홀씨의 모양에서 날아다니는 기능과 땅에 떨어져 정착하고 싶으면 그대로 눌러 붙는 기능 두 가지를 가지고 있음을 알..
2022.05.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