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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염 텃밭
연일 폭염이다. 코로나환자발생의 증가와 맞물려 일상을 이상스럽게 만들고 텃밭농막에서의 생활도 그리 편하지만은 않다. 열이틀 간을 비웠던 텃밭은 그야말로 잡초천국이다. 밭의 잡초를 적당하게 제어해주기를 잠시 미루다가 바빠진 일정으로 귀가를 하였고, 텃밭 행을 하루 이틀 미루다가 보니 거의 2주일을 주인의 손길을 받지 못한 작물들은 잡초에 묻혀 아예 보이질 않는다. 잡초는 확실히 더위를 먹고 힘차게 크는가보다. 허리춤을 넘게 자란 잡초들은 작물들을 제압하고는 햇볕을 독식하면서 즐기고 있고, 넓은 밭을 억센 줄기와 잎으로 물결을 만들며 휘 젖고 있는 모양이 가히 일품이다. 연일 무더위가 계속되고 비는 내리지 않으니 텃밭의 기온은 기상청날씨발표의 기온보다 언제나 2~3도 높다. 농막에 붙은 데크의 그늘에서의 기..
2021.08.07 -
국립고궁박물관
날이 꽤 덥다. 코로나로 갇혀 지내는 아내가 갑갑한 날을 보내는 걸 보는 게 미안스럽다. 그래서 국립고궁박물관 관람예약을 했다. 처형내외 함께 넷이 시원하게 관람을 즐기고 점심과 차를 하며 답답한 일상을 벗어난 즐거운 하루를 보내니 아내의 표정이 한결 가벼워졌다. 나랏일을 탓하면 뭐하나? 코로나를 탓하면 뭐하나? 뉴스를 장식하는 보기 싫은 꼬락서니들을 외면하자! 그리고 눈이나 즐겨볼까 해서 고궁박물관을 찾았는데, 의외의 고급스럽고 멋진 시간을 보내며 고물을 탐하는 즐거움을 만끽하였다.
2021.07.20 -
아침이슬
새벽이 상쾌한데도 늦장을 부린 후 아침 두 시간 땅콩 밭을 돌보았다. 극성 바랭이가 땅콩포기에 붙은 놈들은 아예 싹 뽑아주고 멀찌감치 떨어져있는 놈들은 적당히 베거나 뽑아서 땅콩포기들 사이에 넣어준다. 쇠뜨기나 쇠비름은 땅콩에 별스런 해가 없고 텃밭에 유익한 점이 많아 크게 신경 안 쓰고 놔두는 편이다. 바랭이, 까마중, 명아주 등 뽑히거나 잘린 것들을 땅콩포기 아래 깔아주니 얼핏 보면 김맨 모양이 아니다. 일종의 잡초멀칭이니 흙 표면을 덮어 건조를 막고 흙에 사는 미생물과 벌레들을 보호해주고, 나중에는 흙에 묻혀 거름이 되니 땀 조금 더 흘리면 텃밭에 좋은 일이다. 아침 두 시간으로 내복이 흠뻑 젖으니 오늘은 해질녘까지는 땀 흘릴 일은 없을 터이다. 빨래하고 간단샤워하고는 시원한 농막 데크에서 커피한잔..
2021.07.05 -
양파장아찌 쉽게 만들기
비가 내리기 전날 양파를 거두었다. 양파거두기는 아마도 풋고추 따는 거나 마찬가지로 쉽다. 둥글게 보이는 양파 부근에 호미나 작은 쇠스랑으로 흙을 누르고 들쳐 내면 동그란 양파가 쏙하고 나온다. 비가 내리면 텃밭에서 할 일이 없다. 아니 할 일이 있어도 비 맞고 할 정도로 급한 일이 아닌 일이라면 비 갠 후로 미루면 되니 육체적으로 에너지를 소모시킬 일이 없는 것이다. 마냥 노는 일도 좀 지나면 놀기도 싫다. 뭔가를 생각하다가 캐내어 상 위에 말리려고 올려둔 맛깔스럽게 생긴 양파에 눈이 꽂혔다. 그냥 된장이나 고추장에 찍어서 먹는 거 보다는 장아찌를 만들면 좋겠다는 생각에 양파 몇 개를 집어 들었다. 장아찌를 만드는 방법을 찾아보니 각양각색이다. 간장, 소금, 식초, 설탕, 소주 등을 몇 대 몇으로 섞어..
2021.07.05 -
풀매기 아침운동
텃밭의 새벽은 신선하다. 요즘의 일출시간이 다섯 시 좀 너머서인지 다섯 시쯤엔 저절로 잠에서 깬다. 삼십여 분간 누워서 몸을 푼 다음에 일어나도 여섯 시 전이니 아침 먹기 전에도 한 시간의 여유시간이 있는 셈이다. 어제는 밭의 온도가 섭씨34도까지 오른 무더위라 오후 내내 땀 흘릴 일을 피하며 만사 제쳐 놓고 쉬었다. 텃밭은 온통 잡초로 덮여가지만 눈을 시원하게 만드는 푸름으로만 보고 즐기다보니 고구마 두 단 심은 밭에는 고구마 잎이 보이질 않고 늦게 올라온 개망초, 쑥, 명아주, 밭미나리, 바랭이로 완전히 덮이면서 고구마의 살려달라는 아우성조차도 초원 속에 잦아든다. 어제의 편안함은 마냥 지속될 수는 없기에 숫돌로 갈아둔 야채낫, 호미낫, 갈고리낫을 챙겨 고구마 밭으로 향했다. 이슬 먹은 잡초들은 호미..
2021.06.18 -
텃밭 마늘 맛보기
지난해 초겨울 씨 마늘 한 접을 사서 텃밭에 심었다. 봄에 제대로 새싹을 올리고 잘 자랐으나 텃밭주인의 방치농사기법으로 거름이 모자라고 풀들까지 괴롭히는 바람에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마늘의 알이 크지 않다. 알이 굵어야 탁구공보다 조금 더 클 정도이니 대부분의 마늘들은 애들 좋아하는 눈깔사탕 정도에 불과하다. 그래도 맛은 일품이라 집에 가져가면 아내는 일 년 먹을 마늘이라 좋아하며 일일이 까고 갈아서 냉장고에 특별보관을 하며 일품양념으로 사용한다. 일 년 먹을 양이라고 말하지만 김장때는 따로 마늘을 사서 쓴다. 텃밭마늘을 한 번에 김장할 때 모두 넣으면 다른 반찬에 넣을 게 없으니 김장용마늘을 따로 사야 되는 것이다. 텃밭에서 먹는 갈아놓은 마늘도 마침 다 떨어져서 잎줄기가 누렇게 변해가는 마늘을 세 녀..
2021.06.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