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잡동사니(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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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수궁 거닐기
요즈음은 서울서 친구 몇 명 만날 때에는 내가 한사코 주장을 하여 덕수궁에서 주로 만난다. 강남까지 가기도 귀찮고, 도심에서 자연의 맛을 힘들이지 않고 보기도 좋고, 점심을 추억어린 맛 좋은 추어탕이나 메밀국수로 선택하기에도 좋고, 점심 후에 넉넉하고 시원하고 시끄럽지 않은 카페를 찾아 시간에 구애를 받지 않고 차를 마시며 한담을 즐기기에도 안성맞춤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더욱 진국인 것은 덕수궁내의 전시관에서 눈요기를 하면서 텅 빈 머리에 감성을 집어넣으며 문화에 대한 갈증을 풀 수가 있기에 더욱 좋다. 또 더하여 좋은 것은 궁내를 구석구석 걸어 다니며 정원의 맛을 공짜로 흠뻑 흡수하는 것이다.
2021.10.16 -
변덕 날씨 주저리주저리
칠월 말과 팔월 초에 걸쳐서 정식한 600여 들깨모종이 반쯤 죽었다. 죽은 것을 살펴보니 뿌리가 제대로 내리질 못 하였고 흙도 메말라있다. 모종을 심고 나서 소나기를 포함한 비가 여러 차례 와서 올핸 들깨잔치를 한 판 벌려 볼까하고 김칫국을 미리 마셨는데 아무래도 작년보다도 못할 것이다. 농막개수대 앞쪽으로 토마토를 여덟 놈 심었는데 잘 자라며 꽃을 피우던 여섯이 말라 죽었고 살아있는 두 놈도 방울토마토 두 대접 따게 하고는 비실거린다. 마땅한 게 무엇일까 생각하다가 시장에 들러 가시오이 모종 셋을 사다가 죽어가는 토마토를 캐내고 심었다. 토마토가 왜 죽었을까? 잎이 말러가는 모양새가 병든 것도 아니고, 캐낸 뿌리를 살펴보니 애벌레가 파먹은 흔적도 없다. 그런데 토마토를 심은 곳에 쥐구멍이 있고 흙이 말..
2021.08.21 -
처서와 더위
입추와 말복이 지나고, 일주일 지나면 처서를 맞이하게 되어서인지 가을의 기운을 서서히 느끼게 된다. 이틀 전부터는 아예 에어컨을 켜지 않고 지내고 있음은 유난스레 뜨거운 올해의 여름기운이 저만치 물러가는 모양임을 말해준다. 아파트 밖으로 보이는 철마산과 계양산 줄기 위에 보이는 구름들의 모양도 숨 막히는 더위에서 벗어나서 시원함과 평화로움을 예고하는 듯이 느껴진다. 처서가 지나면 여름에서 벗어나는 기운이 세상을 덮게 되고, 그에 따라 잡초들의 극성스런 성장세도 한풀 꺾이게 된다. 처서가 지나도 백로를 맞이할 때까지는 한낮에 내려쬐는 햇볕은 농부의 코끝에 줄줄이 떨어지는 땀방울을 만들기도 하지만 습기가신 바람과 함께 잘 익은 빨간 고추를 맛깔스럽게 말려주는 재주를 부린다. 지금은 지역에 따라서 다르지만 김..
2021.08.15 -
무궁화 꽃과 배추농사
텃밭의 북쪽경계에 따라 무궁화나무가 20여 미터 쯤 심어져 있다. 남쪽경계 30여 미터 길이에 개나리를 심고 나서 북쪽에는 무얼 심을까 생각하다가 이왕이면 우리나라 국화를 심는 것이 울타리로도 어울릴 것 같고 꽃도 장기간을 즐겨 볼 수 있기에 무궁화를 선택한 것이다. 경계선의 변동으로 무궁화나무가 이사하는 고통을 당하기도 했지만 지금은 자리를 잡아 건강하게 좋은 상태를 유지하며 칠월 중순부터 계속하여 꽃을 피우고 있다. 무궁화 꽃은 홍단심과 백단심으로 홍단심 계열의 나무에 꽃이 더 많이 달리고 있다. 무궁화는 병충해에도 강하여 심어 놓고는 약제나 비료를 아예 준 적이 없는데도 건강하게 잘 자란다. 무궁화는 칠월부터 세 달여를 오랜 동안을 꽃을 피우니 꽃을 즐길 수 있는 기간이 길어 좋다. 무궁화는 꽃을 ..
2021.08.07 -
폭염 텃밭
연일 폭염이다. 코로나환자발생의 증가와 맞물려 일상을 이상스럽게 만들고 텃밭농막에서의 생활도 그리 편하지만은 않다. 열이틀 간을 비웠던 텃밭은 그야말로 잡초천국이다. 밭의 잡초를 적당하게 제어해주기를 잠시 미루다가 바빠진 일정으로 귀가를 하였고, 텃밭 행을 하루 이틀 미루다가 보니 거의 2주일을 주인의 손길을 받지 못한 작물들은 잡초에 묻혀 아예 보이질 않는다. 잡초는 확실히 더위를 먹고 힘차게 크는가보다. 허리춤을 넘게 자란 잡초들은 작물들을 제압하고는 햇볕을 독식하면서 즐기고 있고, 넓은 밭을 억센 줄기와 잎으로 물결을 만들며 휘 젖고 있는 모양이 가히 일품이다. 연일 무더위가 계속되고 비는 내리지 않으니 텃밭의 기온은 기상청날씨발표의 기온보다 언제나 2~3도 높다. 농막에 붙은 데크의 그늘에서의 기..
2021.08.07 -
국립고궁박물관
날이 꽤 덥다. 코로나로 갇혀 지내는 아내가 갑갑한 날을 보내는 걸 보는 게 미안스럽다. 그래서 국립고궁박물관 관람예약을 했다. 처형내외 함께 넷이 시원하게 관람을 즐기고 점심과 차를 하며 답답한 일상을 벗어난 즐거운 하루를 보내니 아내의 표정이 한결 가벼워졌다. 나랏일을 탓하면 뭐하나? 코로나를 탓하면 뭐하나? 뉴스를 장식하는 보기 싫은 꼬락서니들을 외면하자! 그리고 눈이나 즐겨볼까 해서 고궁박물관을 찾았는데, 의외의 고급스럽고 멋진 시간을 보내며 고물을 탐하는 즐거움을 만끽하였다.
2021.07.20